겨울 埋葬 외 1편 / 김영승

    겨울 埋葬            내가 서부의 총잡이거나    무림의 최고의 천하제일의 검객이라면    그래도 감히    나한테 덤비다 죽은 자를    내 어찌 그냥 가리      언 땅을 팠을 것이다      그래도 감히    나한테 덤비려 따라온 자는    광야까지 골짜기까지    따라온 것이므로 나는      모닥불 지펴놓고    묻힌 자를      우리 동네 대형 마트    카트를    미끄러지듯 밀며    나는 바나나와 브로콜리와    장조림 캔, 깻잎장아찌 캔 등을 산다      거리는    담쟁이 잎과 플라타너스 잎과 단풍잎의[…]

겨울 埋葬 외 1편
김영승 / 2013-01-02
심야 가장 / 김종광

  심야 가장   김종광             미련하게도 그는 한 정류장을 더 가서 하차했다. 곧잘 겪는 일이었다. 이번은 어디고 다음은 어디라는 친절한 안내방송을 정색하여 듣고도, 자기가 내려야 할 정류장이 지금인지 나중인지 헛갈리기 일쑤였고 기어코 잘못 내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수도권 주거 15년 연륜에도 불구하고 개전이 되지 않았다.    바로 근처에 택시가 대기하고 있었다. 집 앞까지 심야 기본요금으로 4천 원 정도면 뒤집어쓸 테지만, 그는 고심했다. 자신이 아직도 고심을 할 줄 안다는 것에 좀 놀랐고, 고작 택시를 탈 것이냐 말 것이냐는 극히 사소한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 민망했다.    단돈[…]

심야 가장
김종광 / 2013-01-01
편혜영 소설가(2013)
안부 너머의 안부 / 편혜영

이번 신년은 유독 차분하게 맞이하게 됩니다. 지난 연말의 선거 여파인 듯도 하고 나이 탓인 듯도 합니다. 시간의 구획이 조금씩 희미해져 가고 허방 같은 삶의 여러 순간들을 무심히 쳐다볼 수 있는 게 늙음의 과정이라면, 어쩐지 그것은 우울과도 일부 닮아 있는 것만 같습니다.

안부 너머의 안부
편혜영 / 2013-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