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여, 숫자여, 길과 숙소로 바뀌어라 / 김성중

     꿈꾸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    ─ 쿠바와 남미의 나날들 #1       돈이여, 숫자여, 길과 숙소로 바뀌어라   김성중(소설가)              1.      눈뜨고도 꿈꾸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 너무 좋아서라기보다 비현실적이어서. 지금이 정확히 그렇다. 불 꺼진 밤비행기 안에서 맥주를 쏟지 않으려 조심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쿠바행이 결정된 것은 거의 일 년 전이다. 일찌감치 흥분을 소진한 탓에, 막상 떠날 때는 뚱하게 가라앉아 있다가 허둥지둥 비행기를 탔다.    외국 작가들의 연보를 읽다 보면 나라의 지원으로 어디어디를 다녀와 무슨 글을 썼다는 말이 간혹 나오는데,[…]

돈이여, 숫자여, 길과 숙소로 바뀌어라
김성중 / 2012-12-01
체셔 고양이의 미소와 예술의 사라짐 / 강수미

     사유의 드로잉_제4회     체셔 고양이의 미소와 예술의 사라짐   강수미 (미학,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술연구교수)              1. 위장이 내는 소리      그녀는 지금 늦은 저녁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운동이라고 해봐야 1시간 정도 음악이든 뉴스든 휴대폰을 통해 뭔가 들으며 아파트 뒤편 산책길을 걷다 오는 정도다. 하지만 막상 걷기를 끝내고 집에 올 때쯤에는 배가 고파지기도 한다. 9층 자신의 집에 가기 위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지금도 그녀는 살짝 시장기를 느끼며 이어폰을 타고 들리는 영어 문장에 귀 기울이고 있다. 물론 자기 뒤에 서 있는 낯선 남자와[…]

체셔 고양이의 미소와 예술의 사라짐
강수미 / 2012-12-01
무릎 외 1편 / 박주택

    무릎            어디에서나 흘러가는 것들은 무릎이 있다      사막 한가운데 핀 꽃이 간직하고 있는 장엄 속에는 죽음으로부터 견딘 무릎이 있고 파산한 자의 웃음 속에는 다시 맺지 못하는 무릎이 달려 있다 그리고 언제나 중심을 깨닫는 데는 상처의 도움을 받는다 고립을 마지막으로 택한 자의 눈을 바로 볼 때 팽팽한 불꽃 속을 걸어 나오는 결심 하나는 견고한 것을 쓰러뜨린다 도시의 한 구가 흘러가는 때 거리와 빌딩들이 요동을 치며 흘러가는 때 무릎은 권태 속에서 빠져나와 넋을 풍기고 여인들은 깃발을 가로지르는 유방을 흔들며 구원에 사랑을 맡긴다     […]

무릎 외 1편
박주택 / 2012-12-01
야구란 무엇인가 [마지막 회] / 김경욱

     장편연재_마지막 회   야구란 무엇인가    김경욱            병원을 나서는 사내는 사냥꾼의 얼굴을 되찾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염소를 찾아내야 한다. 하늘이 무너졌지만 솟아날 구멍을 뚫어야 한다. 실제로 구멍을 뚫었다. 간호사실 책상 서랍에서 슬쩍한 명함. 염소의 가족이 찾아오면 연락 달라며 보험회사 직원이 남긴 명함. 염소는 보험회사 쪽에 기웃거리지 않을까. 쥐도 새도 모르게 줄행랑 친 염소가 섣불리 꼬리를 드러낼까? 꼭꼭 숨어버리면? 하늘이 무너지는데 겨우 바늘구멍을 뚫었다.    제로손해보험 영업팀장. 이름 밑에 휴대폰 번호만 달랑 적혀 있다. 이상한 명함이다. 사내는 명함 속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야구란 무엇인가 [마지막 회]
김경욱 / 2012-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