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문학특강 참가 후기] 시멘트 침대 김신용 지하도 구석에 구겨 박힌 몸뚱이 하나가 벌레처럼 꿈틀거린다. 오늘도 숲 속의 너와집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뿌린 만큼 거두는 흙 속의 집을 짓고 있는 것일까? 그 꿈틀거림이, 낮게 자신을 성찰하는 자의 몸짓을 닮았다.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에도 웃음을 보내 주고 공원에서 날고 있는 비둘기에게도 미소를 던져 주는, 그 바람의 얼굴을 닮았다. 자신이 흘린 땀방울이, 자신을 갉아먹는 손톱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저런 표정을 가지는 것일까? 〈졸시, 「시멘트 침대」 전반부〉 암담하다. 벽을 맞댄 것 같다. 벽이[…]
2012년 11월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_제6회 소설가 성석제와의 대담 [대담] 우리는 언제 웃음을 터뜨리는가? ■ 일시 _ 2012. 9. 20(월) 저녁 7시 20분 ■ 장소 _ 대학로 예술가의 집 3층 다목적실 ▶ 강신주 _성석제 선생님을 만나 뵙기 전에 워밍업 질문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독자 (강철목련) 1 : 멋스런 유머와 웃음보다 눈물과 고통이 더욱 요동치는 이 삶을 건너가면서 고통마저 의식적으로 무화하는 광인의 웃음이 필요할까요? 장자의 ‘빈 배’ 같은 무심의 미소를 짓는 지혜가 필요할까요? ▶ 강신주 _ 강철목련[…]
못된 토끼 못된 이야기를 듣고 있다 과일이 깎여 있다 팔을 구부리는 사람이 있어 팔꿈치가 늘어나는 줄도 모르고 동조도 퉁명도 없이 무표정을 갖게 되는 날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 조금 더 넓어지려는 테이블 얼굴이 하얘 하얗게 질렸어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발을 헛딛는 공원 구체적인 아침 입구도 있고 출구도 있다 파인애플 자르기 나는 아직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창문 안쪽은,[…]
[민들레 문학특강 참가 후기] 손 내밀어 그물코를 만져보다 ― 열린여성센터에 다녀와서 정세랑 어릴 때의 기억이 자주 그렇듯이, 직접 본 것인지 TV를 통해 본 것인지 확실치가 않다. 아마 서커스의 마지막 순서였던 것 같다. 발레리나처럼 예쁜 공중그네 연기자가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반대편에 가 닿았을 때, 비장한 효과음이 울리더니 그때까지 잘 펼쳐져 있던 안전그물이 걷혔다. “이제 진짜입니다!” 사회자가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대여섯 살에 지나지 않았던 나는 충격을 받았다. 대체 왜 그물을 걷는 거지? 하필 그물이 없을 때 실수를 할[…]
[연재 에세이] 소행성 랭보 ― 사막의 미 6 김태형(글/사진) 자이릉, 언덕 위의 샤먼 산간고원으로 올라가는 길에 잠시 쉬었다 가려고 어느 게르 앞에 멈췄다.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티다른 데 없는 평범한 가족이 살고 있는 게르였다. 바로 옆의 작은 언덕에 올라가 주변을 둘러보니 게르 옆에 화덕을 만들어 솥을 하나 걸어 놓았을 뿐 풀포기 하나 찾을 수 없는 황량한 지대만 펼쳐졌다. 둘러봐야 아무것도 없는 곳이니 괜스레 남의 집 살림살이나 들여다보려고 게르 안에 들어섰다. 서너 살쯤 된 두 아이들과 아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