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안부를 묻다 / 이성아

     청소년 테마소설    세상 속으로 _ 제4회     고양이의 안부를 묻다   이성아               소녀는 고양이를 안고 있었다. 물방울이 맺힌 소녀의 머리카락에서는 샴푸 냄새가 은은하게 풍겼고, 고양이도 막 목욕을 마친 듯 털이 보송보송했다. 보송보송한 털의 유혹이 너무나 강렬해 나도 모르게 쓰다듬을 뻔했다. 소녀는 나와 또래처럼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말이 통하지 않는 이국의 사람들처럼 어색했다. 아파트 하수구 관이 막혔는데, 지금은 밤중이라 공사를 할 수 없으니 아침에 공사할 때까지 물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지구 반대편의 언어라도 되는 듯 나를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고양이의 안부를 묻다
이성아 / 2012-10-16
바람의 묘지 / 김태형

     [연재 에세이]   바람의 묘지 ― 사막의 미학 5   글/사진  김태형(시인)              이방인      점심이 되자 아무 게르나 찾아가 불쑥 차를 세웠다. 처음 찾아 들어간 게르는 할머니가 대낮부터 마유주에 취해 있어서 손님을 맞이하기가 어려웠다. 조금 더 가다가 다른 게르에 들르자 주인이 염소젖으로 만든 아롤과 마유주를 내왔다. 아롤은 딱딱하고 매우 짜서 조금 맛만 보고 말았다.    이곳에서는 남의 집에 불쑥 들어가 점심을 해먹고 가겠다고 해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인이 머무는 게르까지 다 내어주고서도 불편해하지 않는다. 게르를 비울 때도 따뜻한 차와 먹을거리를 장만해 놓고[…]

바람의 묘지
김태형 / 2012-10-14
『조병화의 문학세계Ⅱ』최동호, 조강석, 이재복 편 10월27일(토) 개최 /

<초 대 합 니 다> 최동호, 조강석, 이재복 세분의 평론가가 해설하는 조병화의 문학세계를 오는 10월 27일 토요일 오후 2시에 혜화동자치회관에서 개최합니다. 최 동 호 교수님은 시집『세월의 이삭』을, 조 강 석 교수님은 시집『남은 세월의 이삭』을, 이 재 복 교수님은 시집『넘을 수 없는 세월』을 해설합니다. 강연 후에는 혜화동 길을 산책하며 문학의 향기에 취해 보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혜화동은 50년 가까이 조병화시인의 문학의 산실이었습니다. 꼭 오셔서 2012년 가을 토요일 오후 즐거운 시간 갖으시기 바랍니다. 조병화문학관 관장 조진형 * 일시: 2012년 10월 27일(토) 오후 2시* 장소: 혜화동자치회관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74-29)2층 혜화홀            ☎ 2148-5334*[…]

『조병화의 문학세계Ⅱ』최동호, 조강석, 이재복 편 10월27일(토) 개최
/ 2012-10-08
불법주차 / 김숨

  불법주차   김숨              벌써 20분 가까이 상훈은 골목을 헤매고 있었다. 차를 세워 둘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서였다. 골목들이 원체 불길에 오그라든 먹장어처럼 좁고 구불거리는 데다,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곳에는 차가 대 있었다. 어쩌다 차가 대 있지 않은 곳에는 큰 화분이나 ‘주차금지’라고 휘갈겨 쓴 고무통 따위가 초소병처럼 지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다녀간 게 이태 전이던가. 정초 즈음이었고 이슥한 밤이었다. 대낮에 그가 광선이 사는 동네를 찾은 건 처음이었다. 다녀갈 적마다 먹지 같은 어둠에 덮여 있던 골목 후미진 곳까지 가을빛에 적나라하게 까발려 있었다. 체기 올라오듯 슬슬[…]

불법주차
김숨 / 2012-10-04
단 한 번의 기회 / 이명랑

     청소년 테마소설    성취와 좌절_제4회     단 한 번의 기회   이명랑            자식을 바꿀 수 있을까?    나라면…… 절대로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아빠, 엄마라면?    나는 빠르게 주위를 훑어본다. 운동장을 둥글게 에워싼 광장식 계단을 꽉 메운 사람들. 대부분 오늘 테스트에 임하는 아이를 자녀로 둔 부모들이다. 열심히 자녀들을 응원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나는 아빠, 엄마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고 생각한 순간, 차가운 은빛으로 빛나는 안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빠다. 아빠 옆으로 엄마와 할아버지, 할머니도 앉아 계신다.    컥, 숨이 막힌다. 우리 가족이 앉아[…]

단 한 번의 기회
이명랑 / 2012-10-02
허무를 향한 도약 외 1편 / 박장호

     허무를 향한 도약            오늘밤의 목적지는 당신의 얼굴입니다.    수풀처럼 우거진 머리카락 속에서 짐을 꾸립니다.    편지는 더 이상 쓰지 않겠습니다.    새벽이 오는 길목이면 편지에서 걸어 나와    머리카락을 헤치고 떠나는 당신.    내 연필의 목덜미를 잡고    멀어지는 발을 동동 구르던 당신 눈 속의 여백.    생각을 멈추지 않는 한 우리는 계속 스쳐 갈 뿐입니다.    밤은 나의 얼굴처럼 길기만 합니다.    검은 스타킹을 신은 하늘이 눈물을 흘립니다.    자음과 모음과 수음 속에서 청춘이 닳아버린 것입니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거행된 격리.    너무[…]

허무를 향한 도약 외 1편
박장호 / 2012-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