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스키니 진을 입는다 외 1편 / 김민철

    나무도 스키니 진을 입는다            내가 스키니 진을 입은 나무라서 이상한가요?    이별했거든요, 딱따구리를 불러 배꼽에 피어싱 하고    옹이무늬 배꼽티를 입고 다닐래요    저녁노을을 삼킨 습기 찬 공기에게    밤새도록 아침이슬로 무지갯빛 염색을 받고    매일매일 색 다른 나뭇잎 가발을 쓸 거랍니다    나는 쇼윈도의 마네킹보다    햇살로 화장을 아주 진하게 할 거라구요    잘록한 쇄골에는 꽃송이 향수까지 뿌리려구요    이 향기에 한눈 판 새들은 텃새가 되어버리고    매미 울음에 반한 산짐승들이 내 허리에 몸을 비비다    한 움큼 털이 뽑혀 가슴을 하얗게 드러낸 한여름,[…]

나무도 스키니 진을 입는다 외 1편
김민철 / 2012-09-27
[좌담] 2000년대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 낯설거나 혹은 낯익은 / 고봉준 외

  [좌담] 2000년대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 낯설거나 혹은 낯익은   ─ 젊은 소설가들의 대화       ● 일시 _ 2012. 8. 22 ● 장소 _ 아르코미술관 3층 세미나실 ● 사회 _ 고봉준(문학평론가) ● 좌담 _ 심재천, 윤보인, 정용준, 최민석(이상 소설가)          ▶ 고봉준 _ 안녕하세요? 문장 웹진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는 고봉준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걸음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장 웹진 식구 전체를 대신해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 좌담의 기획 의도는 ‘젊은 소설가들의 방담’인데요, 최근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거나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을 모셔서 문학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이 취지라면 취지라고[…]

[좌담] 2000년대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 낯설거나 혹은 낯익은
고봉준 외 / 2012-09-27
민둥산 / 김도연

  민둥산   김도연                그녀는 불쑥 나타났다.    “약속을 지켜야지요?”    “……무슨 약속?”    “오 년 뒤에 애인이 없으면 나랑 결혼한다고 했잖아요!”    “내가? 언제?”    “우리가 헤어질 때.”    “대체 무슨 소리야?”    “나중에 발뺌할 거 같아서 녹음해 뒀어요. 들려 드릴게요.”    그는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조금 졸리고 취한 듯한 목소리였다. 그녀는 흐느끼다가 사이사이 기침 같은 웃음을 토해 놓았다. 그리고 그의 말을 자르며 진짜냐고 거듭 물어 왔다. 오 년 전, 장소는 아마도 그녀의 침대 위나 그 근처인 것 같았다. 계속해서[…]

민둥산
김도연 / 2012-09-27
연못의 관능 외 1편 / 김행숙

    연못의 관능            연못가에 쪼그리고 앉으면 세계의 차원이 바뀐다. 친구여, 식물세계에서 약을 찾는, 제약회사에 다니는, 밤잠이 줄어드는, 점점 줄어들어서 언젠가 없어지는 순간이 올 거라고 말하는.      인간은 정원을 만들고, 연못을 파고, 두 개의 삶 중에서 하나는 숨기고, 하나는 수면에 젖는 종이배 같은.      무역회사에 다니다가 보험회사에 다니는 친구여, 연못가에 쪼그리고 앉으면 눈빛이 몽롱해지는 친구여, 우리는 제한적이다, 저 잉어가 그리는 삶의 둘레처럼. 그러므로 비밀이 필요한 우리는 서로의 혀를 깨문다.      연못을 한 바퀴 돌고, 또 한 바퀴 돌면서 달라진 점을 찾는다. 이렇게 느릿느릿[…]

연못의 관능 외 1편
김행숙 / 2012-09-27
커피의 맛 / 표명희

     청소년 테마소설    세상 속으로_제3회     커피의 맛   표명희            버스가 광화문 광장으로 들어섰다. 웅은 백팩을 열고 모자를 꺼냈다. 책과 잡동사니에 짓눌려 모자는 쭈글쭈글했다. 비틀어진 챙을 바로잡고 주름을 폈다. 그걸 쓰려다 웅은 멈칫 했다. 이제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였다. 손으로 만지작거리다 웅은 모자를 가방에 도로 집어넣었다. 쿨하게 마무리하는 거다. 마침 자연스럽게 ‘컴백 홈’할 수 있는 핑곗거리도 생겼다. SAT 학원이 다음 달 이전을 하게 된 것이다. 학생에게 입시 관련 일만 한 무기가 어디 있나.    ‘학원 끝나고 이따 새로 생긴 커피 전문점으로 와.[…]

커피의 맛
표명희 / 2012-09-22
우린 이제 겨우 열여섯 / 구경미

     청소년 테마소설    세상 속으로_제2회     우린 이제 겨우 열여섯   구경미           1         이른 아침부터 집 안이 시끌벅적했다. 말소리 웃음소리 발소리, 그리고 싱크대 바닥을 때리는 물소리. 오늘도야? 잠에서 깨자마자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이불을 뒤집어썼다.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꼭꼭 닫아건 방문을 넘어 이불 속까지 파고들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입안에는 군침이 돌고 배 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다. 잠에서 깨자마자 느껴야 하는 식욕이라니,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엄마의 계모임 회원들이었다. 아줌마들은 벌써 몇 주째 일요일 아침마다 우리 집으로 몰려와 김밥을 쌌다. 이게[…]

우린 이제 겨우 열여섯
구경미 / 2012-09-22
[대담] 정호승 시인과의 대화 / 강신주 외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_제5회    정호승 시인과의 대담       [대담] 정호승 시인과의 대담      ■ 일시 _ 2012. 8. 20(월) 저녁 7시 20분 ■ 장소 _ 대학로 예술가의 집 3층 다목적실                ▶ 강신주 _ 우선 생존 시인을 처음 보시는 분 손 들어 보세요. 신기하지 않으세요? 우리가 이게 왜 소중하냐 하면, 황지우 시인을 만났을 때 시인이 제게 한 얘기가 있어요. “강 박사. 시는 심장의 소리 같은 거야.”    ‘읽는다’라는 거, 시를 한 시인의 리듬 속에서 읽었을 때 그 시가 이해되거든요. 눈으로[…]

[대담] 정호승 시인과의 대화
강신주 외 / 2012-09-22
[대담] 김연수 소설가와의 대화 / 김용규 외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_제4회    김연수 작가와의 대담     [대담] 소설가 김연수와 철학자 김용규의 대담     ■ 일시 _ 2012. 7. 23 저녁 7시 20분 ■ 장소 _ 대학로 예술가의 집 3층 다목적실              ▶ 김용규 _ 제가 김연수 작가를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 여러분들이 저보다 더 아시겠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김연수 선생님은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시고 94년에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그 이후 장편소설 『굳빠이 이상』으로 2001년에 동서문학상,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대담] 김연수 소설가와의 대화
김용규 외 / 2012-09-22
무지갯빛 즐김과 차이의 소송 / 강수미

     사유의 드로잉_제2회     무지갯빛 즐김과 차이의 소송   강수미 (미학,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술연구교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는 1977년 6월의 첫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콜리세오 극장에서 단테의 『신곡』을 테마로 강연을 한다.(이하 관련 인용문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저, 송병선 역, 『칠일 밤 Siete Noches』, 현대문학, 2004년 판본이다.) 20세기 세계문학을 대표하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시인이자 문학자, 서구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원류이자 그 이론의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는 그가 중세의 고전으로 ‘문학의 밤’을 가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보르헤스는 여느 촌스러운 문학인마냥 『신곡』에 대한 성서적 독해나 작가의 자의식을 추적하는 독서법을 강변하지[…]

무지갯빛 즐김과 차이의 소송
강수미 / 2012-09-22
야구란 무엇인가 (제7회) / 김경욱

     장편연재_제7회     야구란 무엇인가   김경욱            하나, 두울.    사내는 마른침을 삼키며 마음속으로 숫자를 센다. 둘을 딛고 셋이 뛰어올라 문을 걷어찬다. 사내의 칼날이 왈칵 드러난 역광의 어둠 속으로 뛰어든다. 어둠은 적막하고 뜨겁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차마 숨소리를 낼 수 없는 숨 막히는 어둠이다. 낮 속의 밤이다. 움츠러든 시야의 가장자리에 방치의 흔적이 하나둘 걸려든다. 나뭇결을 흉내 낸 비닐 장판에는 신발 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고 문이 떨어져 나간 싱크대 수납장은 텅 비었고 개수대 수챗구멍에는 말라비틀어진 걸레가 처박혀 있다. 요리의 기억이 까마득한, 버려진 부엌이다.   […]

야구란 무엇인가 (제7회)
김경욱 / 2012-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