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을 먹는 오후 / 전아리

  [청소년 테마소설] 자아정체성_두 번째     초콜릿을 먹는 오후   전아리            눈부신 주말 오전의 볕이 창문 너머로 비쳐든다 햇빛은 대나무가 꽂힌 유리병을 통과해 시험지 위로 방울방울 아롱거린다. 등 뒤 침대에 앉아있던 엄마가 일어나 창가의 블라인드를 내린다. 방안은 곧 물이끼 낀 수조처럼 서늘하게 어두워진다.    답안지 위에 마킹을 한 자국이 검은 콩처럼 흩뿌려져 있다. 스톱워치가 울리자 엄마는 시험지와 답안지를 거두어간다. 화장실에 다녀오고 카스텔라를 한 개 먹는 사이 엄마는 채점을 마쳤다. 거실 소파에 앉은 엄마 표정을 보니 이번에도 점수가 오르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그저께보다 더 떨어진[…]

초콜릿을 먹는 오후
전아리 / 2012-03-07
악어 없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안보윤 소설가 / 고봉준

  [고봉준의 젊은작가 인터뷰_05]     악어 없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안보윤 소설가   고봉준             지독하게 추웠던 겨울도 막바지다. 곧 경칩과 춘분이 지나고, 한두 차례 꽃샘추위가 왔다 가면 완연한 봄이 시작될 것이다. 주말 아침 늦은 아침을 먹고 겨우내 쌓였던 먼지를 털었다. 지난겨울 신체의 일부가 되어 삭풍을 막아 주었던 두터운 옷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세탁소에 맡기기로 한다. 일은 일을 부르는 법. 옷장을 정리하고 나니 무질서하게 쌓아 둔 책들과, 먼지와 커피 얼룩이 잔뜩 들러붙어 있는 책상에 눈이 간다. 방청소를 끝내고 옷을 맡기러 세탁소 가는 길, ‘봄’이 제일 먼저[…]

악어 없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안보윤 소설가
고봉준 / 2012-03-06
겨울옷을 정리하며 / 고봉준

  겨울옷을 정리하며   고봉준           3월의 첫 주말입니다. 어제 아침에는 늦은 아침을 먹고 옷장을 정리했습니다. 겨울이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이제 경칩이 지나면 하루가 다르게 봄기운이 퍼질 테니까요. 담배를 피우기 위해 아파트 광장에 내려서도 그다지 춥지 않습니다. 자전거 바퀴를 신나게 굴리며 지나가는 한 무리의 아이들과 이른 아침부터 이삿짐을 나르느라 요란한 굉음을 내고 있는 사다리차의 모습을 목격하고 나니 어느새 마음은 봄입니다. 일단, 겨울옷들은 빨아야 할 것과 드라이클리닝을 맡겨야 하는 것들로 구분합니다. 우리 아파트 뒤편에는 조그만 하천이 있고, 하천의 가장자리에는 주민들이 걷거나 조깅을 할 수 있는 산책로가 나[…]

겨울옷을 정리하며
고봉준 / 2012-03-05
너와 나의 큐레이터 외 1편 / 강윤미

   《문장웹진》이 주목한 2012년 젊은 시인들       강윤미    너와 나의 큐레이터           사람과 사람 사이 그림 하나 걸려 있다     물감을 짜놓은 듯 어둠이 질퍽하다   다시 물감이 마르듯 달빛이 딱딱해진다     너는 사과와 접시와 유리병으로 이루어진 정물화   나는 꽃과 연못과 구름으로 이루어진 풍경화     너는 맘에 든 탁자 위에 하얀 식탁보를 깔고   사과와 접시와 유리병의 위치를 정한다   꽃과 연못과 구름이 있는 공원으로 간 나는   액자와 어울리는 오전 11시의 풍경을 고른다     너에게는 사물의 각도에[…]

너와 나의 큐레이터 외 1편
강윤미 / 2012-03-05
김중혁 소설가(2013)
대실 해밋의 『붉은 수확』 / 김중혁

    〈작가가 읽은 책〉     대실 해밋의 『붉은 수확』   김중혁             부담스러운 꼭지명이다. 작가 ‘가’ 읽은 책이라니, 책 한 권 소개하는 게 이렇게 부담스러울 수가 없다. 작가 ‘도’ 읽은 책이라거나 작가‘인데도 불구하고’ 읽은 책이었다면 마음 편할 텐데, (자그마치) 작가 ‘가’ 읽은 책이다. 주어로 박혀 있는 ‘작가가’가 머리를 짓누른다. 글을 쓰는 사람이니 당연히 좋은 책을 많이 읽을 것이라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 “작가님, 책 좀 추천해 주세요”라는 말만 들으면 머리가 지끈거려서 “음, 차라리 음반을 추천해 드리면 안 될까요?”라고 되묻게 된다. 음악이야 내 전공 분야가[…]

대실 해밋의 『붉은 수확』
김중혁 / 2012-03-05
아버지, 피고 지고 외 1편 / 성은주

    《문장웹진》이 주목한 2012년 젊은 시인들       성은주    아버지, 피고 지고          개나리를 소주병에 꽂아 놓던 날     아버지는 연애를 시작했다     사방이 황금빛 소문으로     몸이 몸에게 건네는 말     흑발은 아버지의 근황을 알리는 가느다란 숨     계절은 피고 지고     오래된 잡지에 밑줄이 생긴다     나무가 옷을 입고 벗는 동안     그림자 안으로 부푼 늙은 애인     다시 돌아오지 않고     위치를 지운 표정은     조용히 무너지는 동굴을 닮았다  […]

아버지, 피고 지고 외 1편
성은주 / 2012-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