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 김태정

  화분   김태정               하얀 장갑을 낀 두 손을 내밀어요. 천 원짜리 지폐가 놓일 때까지 손은 하늘을 향해 펼쳐져 있어야 해요. 머리에는 유행 지난 체크무늬 머플러를 뒤집어썼어요.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죠. 엄마는 내 허리를 쿡쿡 찔러요. 말을 하라는 거죠. 자동차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네요. 나는 고개를 숙입니다. 어지럼증이 나서요. 엄마가 나를 밀치면서 말합니다. 천 원만 주시오. 엄마의 입 냄새는 비위를 상하게 해요. 심한 구취 탓일 거예요. 남자는 얼굴을 찌푸리며 그냥 가버립니다. 엄마가 내 얼굴에 칵 가래침을 뱉어요.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자동차들이 성난 소 떼처럼[…]

화분
김태정 / 2012-02-27
한 시대의 철학은 어떻게 세계와 소통하는가 / 최창근

  [최창근의 쉽고 재밌는 희곡 이야기_마지막 회]     한 시대의 철학은 어떻게 세계와 소통하는가 ─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러시아와 동유럽, 그리고 아시아의 희곡들   최창근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므로 밝아지고 스스로 옳다고 하지 않으므로 드러내고 스스로 자랑하지 않으므로 공이 있으며 스스로 뽐내지 않으므로 오래간다. ─ 왕필(226-249), 중국 위나라의 학자   달려드는 백발에 근심은 뒤얽히고 슬피 우는 백성들은 풍년에도 더욱 굶주린다. 배에 가득한 답답한 생각 적을 수 없지만 우직한 황강 노인 그대야 응당 알리라. ─ 조식(1501-1572), 조선시대의 학자         노선생님께.   어떻게 지내시나요? 사석에서 얼굴 본 지가[…]

한 시대의 철학은 어떻게 세계와 소통하는가
최창근 / 2012-02-23
최고의 사랑 / 박정애

  [청소년 테마소설] 자아정체성_첫 번째     최고의 사랑   박정애       최민수는 싫고……. 최영수, 최정수, 최철수, 최진수, 최용수, 최경수, 최연수, 최기수, 최지수, 최윤수, 최남수, 최동수……. 어쨌든 누구도 이름값을 운운하지 않는, 무색무취한, 흔해빠진 이름이어야 해. 사실은……. 아메리카 원주민 식으로다, ‘고독한 늑대’나 ‘춤추는 백곰’이었으면 좋겠다.       “최고? 최고오오오오? 성은 최, 이름은 고, 최고!”   내 이름을 확인한 담임이 미간과 콧등에 주름을 잔뜩 잡았다가는 입술마저 씰룩거린다. 이건 뭐, 새 학년 될 때마다 치르는 홍역이랄까.   “에라이, 이 녀석아, 이름이 아깝다, 이름이 아까워.”   결국 이름 때문에 꿀밤 한[…]

최고의 사랑
박정애 / 2012-02-22
가없고 끝없고 영원한 2월의 독서 / 편혜영

  가없고 끝없고 영원한 2월의 독서   편혜영(소설가, 본지 편집위원)             지난 12월호 《문장웹진》 〈작가가 읽은 책〉 코너에서 조현 작가님이 소개해 주신 『무한으로 가는 안내서』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 제목 밑에 ‘가없고 끝없고 영원한 것들에 관한 짧은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작가님의 추천대로 몹시 매력적이어서, 늘 곁에 두어 읽고 싶은 책 중 한 권이 되었습니다.   가없고, 끝없고, 영원한 것들은 언제나 우리를 사로잡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끝이 정해져 있고 순간적이고 유한한 세계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일 테지요. 하지만 그런 유한한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자주 영원을[…]

가없고 끝없고 영원한 2월의 독서
편혜영 / 2012-02-13
집단따돌림로 힘든 저의 마음을 치유하는 책을 직접 올려주세요. /

제가 집단따돌림이 현재 10년이 되었습니다.학생들이 저를 괴롭히는게 이젠 도가 텃습니다.심지어 신나야 하는 졸업식에도 의자의 틈에 껌 붙이고 그 위에는 껌 포장지를 놓았습니다.그리고 그건 졸업식 끝나서야 알았습니다.참 기가 막힙니다.만약 그들이 책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읽었다면 집단따돌림이 10년이 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과 책에다 송곳으로 구명을 뚫는 그런 파렴치한 괴롭힘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저는 저의 표정과 인생을 빼앗고는 전학 가서 이젠 잠적한 학생들 에게도 분노를 느낍니다.그래서 여러분에게 저에게 마음을 치유 받을 수 있는 책을 추천해 주세요.만약에 책을 주신다면 정말로 고맙겠습니다.이렇게 긴 글을 끝까지 참고 읽어주신 여러분에게 미안함과 고맙다는 말을 하겠습니다.그럼 이만 마치겠습니다.

집단따돌림로 힘든 저의 마음을 치유하는 책을 직접 올려주세요.
/ 2012-02-12
문장웹진 편집위원인 편혜영 소설가가 직접 출제한 이색 문학퀴즈 풀러오세요(3월 6일 마감) /

제42회 동인문학상 수상작가 소설가 편혜영이소설집<저녁의 구애>로 출제한 이색 온라인 문학퀴즈3월 6일 응모마감, 문화상품권 등 푸짐한 선물도  한국도서관협회 문학나눔사업추진반(www.for-munhak.or.kr)에서  주관하는 우수문학도서 선정 작가가 직접 본인의 선정작을 토대로 출제하는 특별한 문학퀴즈!!  -모든 문제에 결정적 힌트 제공 -책을 안 읽은 사람도 누구나 쉽고  풀 수 있다 -매회 당첨자 선정, 문화상품권 등 푸짐한 선물 제공 -온 국민의 절대희망사항인 5지선다 온라인 객관식 퀴즈!! -게다가 살짝 웃길수도 있습니다^^제8회 문학나눔 퀴즈(3월 6일 마감)의 줄제자는   문장의소리 초대작가이자 현재 문장웹진 편집위원인 소설집<저녁의 구애>의  편혜영 소설가  문장회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http://for-munhak.or.kr/idx.html?Qy=play&nid=1989

문장웹진 편집위원인 편혜영 소설가가 직접 출제한 이색 문학퀴즈 풀러오세요(3월 6일 마감)
/ 2012-02-10
[제4회] 근대 문학론에 관한 일고 / 조광제

  [철학, 삶을 탐하다_제4회]     근대 문학론에 관한 일고   조광제(철학자)             1. 푸코의 서구 근대 문학론     ‘철학아카데미’에서 1년 이상 끌어오고 있는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의 〈말과 사물〉 강해를 하던 중에 다음과 같은 푸코의 글을 읽게 되었다.       19세기 초, 그러니까 언어가 그 대상적인 두께 속으로 침잠하면서 하나의 지식에 의해 관통되고 있던 그 시대에, 언어는 다른 곳에서 독립된 형식으로 재구성되었다. 그 독립된 형식은 접근하기 힘들고, 탄생조차 불가사의하고, 글쓰기 작용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이었다. 문학은 (문헌학의 쌍둥이 같은 모습을 취하지만) 문헌학에 이의를[…]

[제4회] 근대 문학론에 관한 일고
조광제 / 2012-02-06
인력(引力)의 시간 / 이명희

  인력(引力)의 시간   이명희           어린 아들에게   젖 물리고 누워   보드라운 엉덩이 한껏 두들겨 주고 싶다     달은 꽉 차   가슴은 부풀어 봉긋거리고   팔랑팔랑 치맛단 부풀리는 어린 계집아이   바람 속을 뛰어다닌다     빈 바람만 일고   공허는 언제나 제일(祭日)처럼 찾아와   빈 것도 빈 것대로의   가득함이 있는 거라 애써 웃었다   거푸집을 허물었다     달은 또다시 붉어지고   물을 당기며 저 혼자 온 기력을 다한다   가물었다 여지없이 꽉 채워지는   하루도 어김없이 치러지는 봄의 시간[…]

인력(引力)의 시간
이명희 / 2012-02-03
심장공장 / 이설야

  심장공장   이설야           심장공장은 갈대숲에 있다.   나는 날마다 맨얼굴을 장롱 속에 숨기고   얼굴을 갈아입고 출근한다.   빌딩숲을 지나 공장 정문에 내린 나는   심장을 깊숙이 숨긴다.     작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울리면   나는 재빠르게 심장을 만든다.   내 심장과는 다른 심장을 만들려고 다듬고 또 다듬는다.   두근거리는 나의 심장소리 커질수록   나는 나를 모른 척한다.   어제 살았던 주소와 얼굴 따위는 잊어버린다.     공장에서 만든 심장들이 터질 듯 뛰지만   재빨리 포장해서 창고에 쌓아 놓는다.   야근하는 공장 굴뚝[…]

심장공장
이설야 / 2012-02-03
시계, 시간, 그리고 꿈 / 전은강

  시계, 시간, 그리고 꿈   전은강              1.     잠에서 깨어난 나는 눈만 뜨고 가만히 드러누운 채로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거기엔 그 무엇인가의 그림자가 마치 여자 손바닥처럼, 바람도 불지 않는, 공기의 소통마저 차단된 공간임에도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처음엔 그 그림자가 창밖의 어느 곳에서 비치는 나무그림자일 것이라고 추측을 했으나 곧 그것을 부정하며 고개를 저었다. 근처엔 9층까지 올라와서 내 방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을 만큼 키 큰 나무가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아직 해가 창에 비치지 않는 이른 아침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창가에 작은 화분을 놓아[…]

시계, 시간, 그리고 꿈
전은강 / 2012-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