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사람 / 장만호

혼자 있는 사람 장만호 오늘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걸어온 발자국이 굳어질 때까지.동상처럼 앉아 있을 거야 해가 지고 새가 날겠네아이들이 웃고 울겠네 와, 바람 쪽으로 뛰어가겠네하지만 그것은 모두, 풍경의 일무연한 사물처럼 입을 다물고오늘은 인과율의 밖에서 앉아 있을 거야눈길도 주지 않을 거야웃어 주지 않을 거야, 필라멘트를 빛나게 하는 전구 속의 고요오늘은 나만의 생각으로 타오르기로 해손으로 턱을 괴고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반짝일 때까지이 시간을 유예하기로 해그러나, 혼자 있는 당신이 만만하군요  그의 생각 속으로 누군가가 자꾸 걸어 들어온다길을 묻고, 천국을 묻고, 불을 빌리고,아, 사람 좋은 미소의 근육을 차단해야 하는데표정 없는 근육들을 기억해야 하는데갑자기, 머리가 공손함의 각도를 기억하며[…]

혼자 있는 사람
장만호 / 2011-01-01
오래 묵은 설움 같은 / 정우영

오래 묵은 설움 같은 정우영 안상수 선생이 우리 집 광문에서 저승 가는 글자들 이승 쪽으로 붙들고 있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듯 글자들 막 허공 속으로 스며들어 가는 중이다. 아마도 그 글자들 아버지 생전에는 영험했을 것이다. 나도 안 선생님처럼 삭아 가는 글자 몇 자락 사알살 집어올린다. 지방 태울 때 날리는 잿빛 글자들처럼 가뭇가뭇 흔들린다. 남은 글자들 긁어내리자 되얐어, 되얐어, 떨어지며 순식간에 바래 간다. 아무런 미련 없어 보인다. 갑자기 내가 다급해진다. 안 돼요, 안 돼. 오래 묵은 설움 같은 게 툭 터져 나오는데, 어허, 저분들이 누구신가. 차츰차츰 허물어지는 광 밑으로 아버지와 그[…]

오래 묵은 설움 같은
정우영 / 201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