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경섭

  담   임경섭         마카는 하늘을 날아다니기 시작했어   발기부전, 불임, 갱년기 장애를 품고 마카가 도심 한복판을 떠돈다는 사실에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야 잃어버린 남성의 힘을 되찾아 준다는 마카는 전파이거든 전단지로나 끼여 오던 것이 이제는 날개를 달고 공중을 배회하거든   나는 떠들썩한 적막들을 데리고 레인보우 모텔 너머로 날아갈 거야 우리의 음절이 허공을 발음하기 시작했거든 모두가 지닌 유리창마다 하루살이처럼 덕지덕지 유언들이 달라붙기 시작했거든 그리하여 지친 무지개는 간판처럼 빛나야 했거든   고귀한 성조들은 뭉텅이로 날아다니기 시작했어 인쇄되지 못한 노래는 역사가 되지 않거든   《문장웹진 12월호》  […]

임경섭 / 2011-11-30
여자의 나이 / 고은강

   여자의 나이    고은강           생이 소진될수록 아름다워지는 시간 앞에 서 있다     내 입속의 미혹(迷惑)이 달아 또다시 혼기가 차오른다     항상 사랑한다,     그것이 내 나이인 줄 알아다오      《문장웹진 12월호》      

여자의 나이
고은강 / 2011-11-30
마음은 언제나 외로운 파수꾼 / 최창근

  [최창근의 쉽고 재밌는 희곡 이야기_다섯 번째]     마음은 언제나 외로운 파수꾼 ─ 연극관람 일기 : 영국과 미국의 현대 희곡 작가를 중심으로   최창근             2011년 6월 12일 일요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아놀드 웨스커의 〈키친 The Kitchen〉(이태주 옮김, 범우사)을 보았다. 연극 〈키친〉은 ‘티볼리’라는 영국의 큰 레스토랑의 주방이 배경이다. 티볼리는 요리사, 웨이트리스, 운반 포터까지 합치면 서른 명이 넘는 인원이 일하는 큰 곳이다. 또한 이곳은 영국인 외에 독일, 아일랜드, 키프로스,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적 출신의 요리사들이 동고동락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요리사들은 자신의 조리대에서 생선을 튀기고 야채를 다듬고[…]

마음은 언제나 외로운 파수꾼
최창근 / 2011-11-29
비승비속(非僧非俗)의 언어 / 김문주

  [기획특집] 시와 소설로 보는 2011년 명장면     비승비속(非僧非俗)의 언어 ─ 이홍섭 『터미널』(문학동네)   김문주           『터미널』은 문학의 가장 유서 깊은 주제인 시간에 관한 시집이다. 정주의 공간이 아니라 어딘가로 떠나는 경유지로서 터미널(terminal)은 그것의 어원이 내포하고 있는바, 이미 너무 오래 전부터 생(生)에 관한 비유의 공간이었다. 이 지극한 상투를 넘어서는 견결한 말의 힘을 이 시집은 웅숭 깊은 풍경으로 보여준다. 특정한 시적 주체를 중심으로 하는 시선에 의해서가 아니라 서로의 삶에 관여하는 관계들을 시차(時差) 속에 마주 세우는 방식으로 구성되는 풍경을 통해, 시는 생에 기숙한 본연의 슬픔을 읽는 이의 마음에[…]

비승비속(非僧非俗)의 언어
김문주 / 2011-11-29
빛도 목소리도 없는 그곳에서 / 노대원

  [기획특집] 시와 소설로 보는 2011년 명장면     빛도 목소리도 없는 그곳에서 — 한강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   노대원             어떤 책들은 독자에게 함께 앓기를 요청한다. 그리고 다른 어떤 책들은 독자에게 더 깊이 침잠하여, 더 오래 앓도록 간곡히 요청한다. 한강의 소설이 그렇다. 『바람이 분다, 가라』(문학과지성사, 2010)에서 작가는 누군가의 말을 빌려 상처가 나면 피가 멈추지 않는 고래들에 대해 말한 적 있다. 그렇게 그녀의 손에서 생명을 얻은 작중인물들은 모두 불치의 혈우병을 앓는 듯하다. 그들은 상처와 함께 태어나 영원히 아물지 않는 상처와 더불어 살아가다 끝내 상처와 함께[…]

빛도 목소리도 없는 그곳에서
노대원 / 2011-11-28
7병동 3분 / 고찬규

  7병동 3분   고찬규         눈치 없이 눈물은 흘러내린다   티비 위에서 싹을 틔운 감자 묵은 고름처럼 물큰 썩어가며 싹을 기른다 땅에 묻히길 희망하지만 요원하다   이곳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숨 쉬는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고마운 것은 숨 쉬는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눈물겨운 것은 붙어 있는 숨이다   무릎 꿇고 두 손 모은 사내 외투 덮고 새우잠을 자는 아이 링거도 숨죽이고 숨만 숨이다   아침엔 부팅에 3분 걸리던 컴퓨터가 실려 나갔다 배는 늘 고프다 컵라면 익어가는 데 3분 먹는 데 3분 담배 한 개비 타들어가는 데[…]

7병동 3분
고찬규 / 2011-11-28
유령은 말할 수 있는가? / 김남혁

  [기획특집] 시와 소설로 보는 2011년 명장면     유령은 말할 수 있는가?   김남혁             2009년 한 편의 소설이 긴급한 사회문제를 다루었고, 그해 그 소설은 무수한 독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다시 그 소설은 2011년 한 편의 영화로 각색되었고, 영화는 영화대로 또 소설은 소설대로 이른바 스크린셀러가 되어 국민적 차원의 호응을 받았으며, 이제 영화와 소설은 사회의 부조리한 문제를 감싸 줄 여지가 있던 법을 개정하게 만들었다. 주지하다시피 공지영의 장편소설 『도가니』1)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야말로 ‘말이 칼보다 강하다’는 지고의 진리를 보여준 이 사례 앞에서 우리는 2011년을 대표하는 문학적 사건이라고[…]

유령은 말할 수 있는가?
김남혁 / 2011-11-28
‘더러운 사랑’, 저 운명애의 내력들 / 이찬

  [기획특집] 시와 소설로 보는 2011년 명장면     ‘더러운 사랑’, 저 운명애의 내력들 ─ 정한아의 시집 『어른스런 입맞춤』   이찬           정한아의 시집 『어른스런 입맞춤』은 “제발제발제발나를낳아주세요, 라고/우리는 빌지 않았지만/빌어먹을 삶”(「쪽팔리는 일」)이라는 구절로 표상될 수 있는 어떤 운명에 대한 저항감이 제 거죽을 찢고 나올 수밖에 없는 절실함의 무게로 꽉 채워져 있다. 저 저항감은 이 시집의 거의 모든 매듭과 마디들을 가로지르는 근원적인 벡터인 동시에 제 무늬들을 아로새기는 조각술의 중핵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 “내 속에서 나를 조롱하는 것들 눌러 죽이면 히드라처럼 새 머리가 나는 것들 히히 우는 것들[…]

‘더러운 사랑’, 저 운명애의 내력들
이찬 / 2011-11-28
여성의 몸을 말하는, 21세기형 사회소설 / 소영현

  [기획특집] 시와 소설로 보는 2011년 명장면     여성의 몸을 말하는, 21세기형 사회소설 ─ 김이설, 『환영』(자음과모음, 2011)   소영현           감지되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이루어진 일이지만, 여성의 지위는 점차 높아져 왔다. 시민으로서의 권리인 투표권을 얻게 되었고 허드렛일로 치부되었던 집안일을 노동으로 인정받게도 되었다. 가부장제 전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해도 호주제의 폐지로 아내이자 어미가 한 가정의 주인일 수 있는 권리도 법적으로 보장받게 되었다. 긴 호흡에서 보자면 여성의 삶은 점차 내실을 갖춰 왔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남편을[…]

여성의 몸을 말하는, 21세기형 사회소설
소영현 / 2011-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