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 권민경

  첫사랑   권민경         버려진 러브레터 뭉치를 주은 어린 시절 저주가 시작되었다 모두 한 사람에게 보내진 편지 밤나무 숲에서 고기가 자랐다   나는 식사 전과 목욕 후에 남의 연애편지를 읽으며 미래의 애인 얼굴을 보았다 그건 못생기고 얼룩진 낱말 영과의 약속만 적힌 달력 영은 오래된 칭호 앙큼한 풍습 영은 비어 있는 쌀통 영은 벌레 먹은 귓불 나는 먹지 않고 살이 쪘다 새로 깐 밤에서 통통한 벌레들이 기어 나오고   후일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숲 너머 사람들이 살아 걷고 뛰고 날아도 보폭을 맞춰 나만 따라오는 영 을 아는[…]

첫사랑
권민경 / 2011-09-29
그 다음 역 / 김혜순

  그 다음 역   김혜순       작의   하나의 질문에 서로 다른 답을 할 때 발생하는 갈등은 연극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 작품에는 갈등이 없다. 이는 연극의 관습에 위배된다. 연극의 관습은 삶의 관습이기도 하다. 연극의 관습을 거역하는 일은 곧 삶의 관습을 거역하는 일이다. 갈등 없는 삶, 단절된 관계가 연극이, 혹은 삶이 될 수 있을까? 사실, 현실에서 사람들은 항상, 서로를 죽이거나 사랑을 고백하거나 하지 않는다. 분명한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대부분 시간을 돈을 벌고 쓰는 일에 할애하고 습관처럼 반복되는 일상적 대화를 하다 보면 달력은 다 뜯어지고 만다.[…]

그 다음 역
김혜순 / 2011-09-16
금요일의 우화(羽化) / 김재근

  금요일의 우화(羽化)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 간다 ─ 앙드레 말로     김재근         금요일은 나비가 되기로 해. 작고 가벼워 보일 듯 말 듯 치마를 입고 오늘밤을 완성해.   별빛이 흔들려 한없이 날개는 자라고 사랑하는 이여, 우리의 초원, 손가락 사이로 부드러운 물살을 흘려 줄게.   종이배를 타고 하늘에 그물을 내릴 때 내가 그린 금요일의 물소리는 시원하고 날개는 반짝이지.   당신의 눈 속 마을을 보여줘. 눈을 감아 봐. 우리는 닮지 않았지만 결국, 같은 주문을 외우지.   주술사의 입속에서 작고 가벼운 금요일의 날개가[…]

금요일의 우화(羽化)
김재근 / 2011-09-16
『안티고네』: 불가능한 사랑 / 민승기

  [사랑의 윤리학_제5회]     『안티고네』 : 불가능한 사랑   민승기(철학자)         1. 사랑의 불가능성   “정신분석이 오이디푸스가 아닌 안티고네를 출발점으로 삼았다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버틀러(Judith Butler)는 묻는다. “공동체의 지속적인 아이러니”, 더욱이 부인도 어머니도 아닌 “영원한 여자 형제”로 남아 있는 안티고네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그녀는 정치의 영역으로 완전히 지양될 수 없는 가족을 지시하는 동시에 가족 속으로 편입될 수 없는 잉여물이다. 안티고네가 자신의 집 없음을 한탄하고 “누구에게 나는 도움을 청해야 하죠?”라고 울부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낱 인간에 불과한 크레온의 포고령이 아닌 신들의 변함없는 불문율”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안티고네』: 불가능한 사랑
민승기 / 2011-09-14
근본적이고, 구체적이며, 지속적인 우리의 생활을 위하여 / 최창근

  [최창근의 쉽고 재밌는 희곡 이야기_세번째]     근본적이고, 구체적이며, 지속적인 우리의 생활을 위하여 ─ 일상의 연극을 대표하는 독일과 프랑스의 현대 극작가들   최창근(극작가)           생활. 생각하면 할수록 어려운 일이다. 중국의 국민 작가 임어당의 수필에 ‘생활의 발견’이 있고 한국의 영화감독 홍상수는 그 제목을 그대로 빌려와 동명의 영화를 찍었다. 생활. 제대로 하기도 어려운데 그 속에서 발견을 하라는 건? 생활의 발견. 다시 말하면 그것은 ‘생활의 (재)발견’이라는 뜻이리라. 생활. 고백하자면 나는 생활 무능력자 내지 금치산자에 가깝다. 생활능력은 둘째 치고 생활에 대한 감각 자체가 무디다고 말해야할까. 방안엔 먼지뭉치들이 굴러다니고 형광등의[…]

근본적이고, 구체적이며, 지속적인 우리의 생활을 위하여
최창근 / 2011-09-10
처서(處暑) 무렵 / 편혜영

  처서(處暑) 무렵   편혜영           처서가 지났습니다. ‘처서(處暑)’는 여름이 지나 더위가 가시고 가을을 맞이하게 되는 무렵으로, 더위가 그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올해 늦더위는 도무지 수그러들 기미가 없고 오히려 복중보다 더 깊어진 듯 합니다. 그래도 부쩍 해가 짧아지고 밤이면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걸로 보아 어김없이 새로운 계절은 다가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긴 마음은 비만 죽죽 내리던 여름을 이미 버린 지 오래지만요.   이번 9월호에서는 주목할 만한 첫 소설을 출간한 김이듬, 이은조, 장강명, 전석순 네 분의 소설가를 모셨습니다. 문학평론가 소영현 선생님께서 단 한 편의 소설로 주목할[…]

처서(處暑) 무렵
편혜영 / 2011-09-05
20세기 청년이 21세기 청년에게, 2011 장편소설 현장에서 / 소영현, 665|이은조, 658|김이듬, 1067|장강명, 1066|전석순

  [기획특집좌담]     20세기 청년이 21세기 청년에게 ─ 2011 장편소설 현장에서   ◆ 일시 : 2011. 8. 12(금) 오후 4시 ◆ 장소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본관 대회의실

20세기 청년이 21세기 청년에게, 2011 장편소설 현장에서
소영현, 665|이은조, 658|김이듬, 1067|장강명, 1066|전석순 / 2011-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