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시작 / 편혜영

  한여름의 시작   편혜영(편집위원)           올해는 어쩐지 재난과 재해로 시작된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봄에 있었던 이웃나라의 지진과 방사능의 경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진 이후 짧은 더위가 지나가고 장마가 시작되고 태풍이 한 차례 지나갔는데도 여전히 폭우 속에 놓인 것만 같고 도처에 허방이 놓인 듯 공허하고 위태로운 기분이 계속됩니다. 실제로 올 여름은 연일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비를 맞고, 누군가는 철거되는 주거 현장에서 누군가는 조선소의 높은 크레인 위에서 비를 맞습니다. 어느 한철, 태평하고 무사히 지나가는 법이 없지만, 비가 그치면 다가올 한여름은 또 얼마나 치열하고 무더울지[…]

한여름의 시작
편혜영 / 2011-07-11
첫번째 이야기 / 최창근

  최창근의 쉽고 재밌는 희곡 이야기(첫번째)   최창근(극작가)           성과 속의 경계에서 떠도는 영혼들의 축제 ─ 『그리고 또 하루』, 최명숙, 평민사, 2009   2001년 첫 희곡으로 문단과 연극판에 데뷔한 이래 내가 매년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하나는 그해 신춘문예로 등단하거나 여러 공모를 통해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은 신인작가들의 희곡을 구해 읽는 일이고 또 하나는 책방에 나가 갓 출간된 극작가들의 희곡집을 정독하는 일이다. 그와 병행해서 새로 출판된 연극비평가들의 비평집 역시 기꺼운 마음으로 즐겨 훑어보는 습관이 어느 샌가 몸에 배었다. 그러다가 눈에 번쩍 띄는 희곡이나 비평들을 발견하게 되면[…]

첫번째 이야기
최창근 / 2011-07-11
아가페 ― ‘고통 받는 신’의 사랑 / 민승기

  [사랑의 윤리학_제3회]     아가페―‘고통 받는 신’의 사랑   민승기(철학자)           『21그램』(알레한드로 이냐리투)의 세 주인공들은 에로스적 융합을 이루기엔 너무 멀고 필로스적 거리를 유지하기엔 너무 가까이 있다. 가까이 다가서려 할 때 알 수 없는 타자의 욕망과 마주하는 반면 거리를 두려 할 때 이미 폭력적으로 다가와 있는 사랑. 폴은 이식된 심장이 쇠약해져 죽어 가고 있다. 그는 자신의 심장이 크리스티나 남편의 것임을 알게 되고 교통사고로 남편과 두 아이를 잃어버린 그녀의 고통에 동참하고자 그녀의 주위를 맴돌게 된다. 우연히 그들의 죽음을 초래하게 된 잭은 거듭난 기독교인이 되어 가정생활로 복귀한 전과자다.[…]

아가페 ― ‘고통 받는 신’의 사랑
민승기 / 2011-07-07
힙합계의 세 친구, 빅사이즈●술래●내토를 만나다 / 변인숙

  [글틴 인터뷰 탐험 2]     힙합계의 세 친구, 빅사이즈●술래●내토를 만나다     일시 : 2011. 6. 25(토) 오후 3시 장소 : 홍대 부근 연습실 참여 : 이난, 미모사, 초극세사녀(이상 필명)       래퍼들은 몸에 밴 리듬감이 대화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노래가 되지 않은 문장들조차 라임이 느껴져 판소리 추임새를 넣듯 흥을 맞춰줘야 할 것 같다. 활자로 전하는 게 못내 아쉽다. 이 게시판 앞으로 램프 안 ‘지니’처럼 래퍼들이 나타나 랩으로 그 날의 인터뷰를 전달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네 꿈을 펼쳐라 시즌 2’ 글틴 인터뷰 탐험의 두 번째 인터뷰이 ‘술래’, ‘내토’, ‘빅사이즈’는,[…]

힙합계의 세 친구, 빅사이즈●술래●내토를 만나다
변인숙 / 2011-07-04
『시인을 위한 물리학』 / 전형철

  『시인을 위한 물리학』   전형철           이 밤 모든 문이 다른 한 세상을 향해 조금씩 열리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청탁을 받고 읽은 지 4, 5년은 족히 되는 책을 가방에 오랫동안 넣고 다녔습니다. 오가며 눈으로 책을 읽기보다는 가방 속 책의 무게와 촉감으로 머릿속을 정리하고 생각을 더듬었습니다. 그리고 ‘존재’를 생각하고 ‘틈’을 생각하고 ‘주름’을 생각했습니다. ‘생각’도 생각했습니다. 존재는 늘 고통스럽습니다. 아니 고백하건대 ‘나’는 늘 고통스럽습니다. ‘사유하는 나’가 짐작하는 ‘주체’는 언제나 그 무엇에 의해 만들어지는 중이며, 진동하는 중이며, 이동하는 중이며, 욕망을 채우는 중입니다. ‘모세계’와 ‘주체’는 온전히 조우하거나 결합하지[…]

『시인을 위한 물리학』
전형철 / 2011-07-03
문장웹진 7월호가 발간됐습니다. /

안녕하세요. 문장웹진 7월호가 발간됐습니다. ^_^ 하지만 일부 시는 육필시가 도착되지 않아 함께 싣지 못했고,소설은 낭독 파일이 채 업데이트되지 않아 들을 수 없으며, 3편의 에세이들도 새 회를 아직 올리지 못한 상태입니다. (-_-) 이 모두가 다음주 초에는 보완될 수 있을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문장웹진 7월호가 발간됐습니다.
/ 2011-07-02
구원투수 / 김학중

  구원투수   김학중         1   구속을 잃고 난 후 그는 구원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2   그가 마운드에 오른다 아무도 환호하지 않는 등판 경기에 흥미를 잃은 사람들은 스타디움을 막 떠나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 경기를 끝내야 한다 아직 남은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한다 감독은 마운드로 올라오는 그에게 돌덩이를 넘기듯, 툭 공을 던져 주고 내려간다 그 행위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듯 주머니에 손을 넣고 불펜으로 내려간다   그는 이상한 투수다 통산성적에 승리가 없는 투수 그러나 패배 앞에서는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오직 패배할[…]

구원투수
김학중 / 2011-07-01
생물이라면 / 임승유

  생물이라면   임승유           자꾸만 졸렸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앵두를 먹어도 줄어들지 않아 앵두가 키우고 있는 벌레처럼 내가 필사적으로 조용히 자랄 때 생물이라면 모름지기 나무처럼 당신은 무엇을 했습니까   앵두를 먹었지   앵두나무는 앵두를 배고 어지러웠을까요 혼자서 집중해야하는 저녁이 싫어 목을 맸을까요 꽃들이 혀를 빼물고 하얗게 질려 있는 들판에서   우주는 용서라는 말을 알고 있을까 염소는 새끼를 배고 새끼를 낳고 맴을 돌았다 엄마는 염소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였다 나는 어쩐지 그걸 알고 있다   새끼염소는 뱃속에서 빠져나올 때 엄마 얼굴을 쳐다봤을까   모든 아이가[…]

생물이라면
임승유 / 2011-07-01
이누이트 이누이트 / 이제니

  이누이트 이누이트   이제니           잠든 적이 없는데 꿈을 꾸었다. 깨어나 보니 흐르는 육면체 속이었다. 녹으면서 얼고 있는 집. 얼면서 녹고 있는 집. 우리는 기어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거슬러 가는 그곳을 향해. 지나쳐왔던 목소리를 향해.   이누이트 이누이트 멀고도 먼 이누이트   너는 얼음 위에 문장 하나를 새기고 있었다. 끌칼이 지나간 자리 위로 얼음의 피가 흘러내렸다. 더 많은 얼음을. 더 많은 얼음을. 더 많은 입김을. 더 많은 입김을. 밤의 물을 비추는 것은 저 검은 하늘의 둥글고 차가운.   누군가 너의 손에 어제의 불을 쥐어주고 있었다. 네[…]

이누이트 이누이트
이제니 / 2011-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