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四季 / 안현미

  사랑의 四季   안현미         봄 꽃이 피었다 !!!   여름 장마가 시작되듯 사랑이 시작되었다   ///////   장마가 지나가듯 사랑이 지나갔다   가을 (마침표가 도착했습니다) .   겨울 합체란 해체를 전제로 한다?   그리하여 사랑이여, 차라리 죽는다면 당신 손에 죽겠다   《문장웹진 5월호》  

사랑의 四季
안현미 / 2011-04-30
간빙기 / 박찬세

  간빙기   박찬세           둥지에서 떨어진 새를 쥐고 동생을 때렸다   찍 찍 소리가 났다   외할머니가 건네준 눈도 안 뜬 새끼쥐를 돌로 찧어 죽였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때부터다 빨간색이 좋아진 건   외할머니는 열둘을 낳아서 열하나를 묻었다   죽으면 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쥐나 돼버리라고 말했다   겨울엔 새벽마다 강을 따라 걸었다   마음이 홍시 같아서 단단해지고 싶었다   가끔은 귀신이 보였다   소름이 돋으면 손톱을 깎아 지붕에 던졌다   피를 토하고 죽은 새들은 쥐가 물어 갔다   동생은 자면서 찍[…]

간빙기
박찬세 / 2011-04-28
방문 / 김경인

  방문   김경인         수요일이 들어선다 오랜만입니다, 천천히 문을 열고   가볍게 목례한다 부서진 옷걸이에 잔뜩 걸려 흔들거리는 낡고 해진 그림자들을 향해   수요일은 외눈박이 황금빛 눈동자를 두리번거리며 의심의 뜰채를 끌어당긴다, 죽은 물고기를 건져내듯 나를 건져 올려 더 깊은 심연 속에 처넣으러   어제를 쪼아대던 집비둘기가 저 먼 접경지대를 돌아 다시 문을 두드린다, 의심 없이   도사려 기어이 꿈의 숨통을 물어뜯고 깃털을 사방에 흩뜨리는 사나운 개의 시절은 다 잊었다는 듯   우리가 나무라면 고백을 향기로운 복숭아처럼 가지마다 매달고 웃으며 죽어 갈 텐데   손등 위에 가볍게[…]

방문
김경인 / 2011-04-28
더부살이하는 책 / 황규관

  더부살이하는 책   황규관         끝내 몸 둘 곳 정하지 못한 것처럼 버리고 남은 책을, 그릇장 빈 곳에 조심조심 꽂아 두었다 물론 이마저도 아내의 허락이 떨어진 순간에 이루어진 의탁이었지만 몸 둘 곳 없으니 마음 또한 여기저기 물색없이 기웃거리듯, 꽂혀진 책들이 민망하게 어수선하다 그렇게 놔둔 지가 두 달이나 지났는데 나는 이제 내 책에 아무 관심이 없다 목적이 없고 특히 경외가 없다 속아 산 건 이뿐만이 아니니 억울함을 말하기엔 오늘은 어둠이 너무 깊다 버리고 버린 건 때 지난 유행이 아니라 내 가장 비릿한 속살들이었다 그러니까 그릇장에 꽂아 둔[…]

더부살이하는 책
황규관 / 2011-04-28
사고하지 마라, 반응하라. 창조하지 마라, 연결하라 – 마지막 회 / 함성호

[에세이 테라스]   사고하지 마라, 반응하라 창조하지 마라, 연결하라 – 마지막 회   함성호               이 복잡한 도시, 뉴욕의 풍경입니다. 한국에서는 간판들이 시각 오염을 일으켜 지저분하다고 난리를 하는데 뉴욕 간판들은 더 복잡하고 지저분합니다. 그것이 또 그 도시의 풍경이지요. 그런데 왜 우리만 문제를 삼는지 모르겠어요. 우리나라는 임금이 간판을 내린 전통이 있었습니다. 서원에다 임금이 직접 글을 써 간판을 내렸던 (그런 서원을 사액서원이라고 하잖아요?) 간판의 나라입니다. 서울의 붉은 간판을 보고 외국인들이 놀란다고 합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요. 하지만 누가 그런 괴담을 퍼뜨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뉴욕에는 붉은 간판들이 더하면 더했지[…]

사고하지 마라, 반응하라. 창조하지 마라, 연결하라 - 마지막 회
함성호 / 2011-04-26
완벽한 세계 / 김일영

  완벽한 세계   김일영         별은 높은 곳에만 매달려 있었죠 어제 먹던 김치찌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지 않던 눈빛과 등을 마주하고 잠 못 이루던 밤들도 우리에게 찾아온 아기의 움직임을 함께 어루만지던 겨울밤처럼 완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몰랐어요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우리의 시간이 왜 그땐 중요하지 않았을까요 봄볕 좋던 공원을 빈손으로 걸어가게 했던 나와 당신의 하루가 완벽한 날을 위한 완벽한 기회였음을 왜 몰랐을까요 가까운 곳에서는 누군가 울고 있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요   다른 곳을 보면서 흘려보냈던 완벽한 기회들 나비들은 더 이상 춤추지 않는[…]

완벽한 세계
김일영 / 2011-04-26
보양 / 정다운

  보양   정다운         너의 배꼽은 주먹 나의 배꼽은 보자기 사랑한다고 말했으니 우리는   때맞추다 배맞추다 들이맞추다 비위맞추다 사랑한다고 말했으니 우리는   슬픔을 뒤집어 쓴 너의 머리칼 내 손바닥 가득 끈적이는 너의 머리칼 머리 가죽 통째로 뜯어질 너의 머리칼   사탕에 팔린 원숭이는 아무것도 모른다 자신의 생각 주머니가 누군가의 입속으로 사라지는 줄도   사랑한다고 말했으니 너를 철저히 원숭이로 만드는 것 숟가락을 들고 속 알찬 너의 뇌수를 파먹으면 나는 살찌고 우리는 서로를 조금 이해할 수 있다   《문장웹진 5월호》    

보양
정다운 / 2011-04-26
페르세포네의 인형 / 문형진(작가)

페르세포네의 인형   문형진         나는 죽음의 순간을 기억한다. 긴 주삿바늘이 뽑혀 나가자 꿈이 시작되었다. 무인 수술실이었다. 윙윙거리는 기계 칼날들, 섬세하게 움직이는 긴 은빛 손가락들. 나는 수술실 구석에 서서 수술대 위에 시체처럼 놓인 내 몸을 바라보았다. 눈부신 조명이 내 이마를 비추었다. 머리카락은 남김없이 깎여나갔다. 내 얼굴은 낯설고 창백했다. 곧 내 두개골에 둥근 전동 톱날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수술을 막아야 했으나, 나는 꿈을 꾸는 중이었다.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너는 이제 죽어.” 옆을 보자 한 소녀가 내 옆에 나란히 서서 맑은 눈으로 수술대를 응시하고 있었다. 곧 이상한 광야의 풍광이[…]

페르세포네의 인형
문형진(작가) / 2011-04-25
장 지지러 가는 날 / 이시백

  [청소년 테마소설] 1. 관계와 소통_세번째   장 지지러 가는 날   이시백             스승의 날이라 논다. 엄마들이 스승께 감사하러 올까봐 교문을 걸어 잠근단다. 이해가 좀 안 되지만 하루 논다는데 꼬치꼬치 따질 게 뭐 있으랴. 모처럼 잠을 푹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 블로그에 줄줄이 매달린 댓글을 읽던 장천은 문득 스승을 생각했다. 스승의 날이니 스승을 생각해야 되지 않겠는가. 스승의 은혜를 모르는 사람은 금수보다 못하다고 족발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족발 스승님은 중학교 3학년 때의 담임선생님 별명이다. 제자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친히 귀하신 발로 정강이를 차서 정신이 번쩍[…]

장 지지러 가는 날
이시백 / 2011-04-25
미귀 / 김윤이

  미귀 未歸   김윤이           길 잃은 빈객, 종국에는 운치도 없이 쪽잠 흔들린 듯싶습니다 늘상 익숙하지 않습니까 나뉘어라 사계절아   마늘밭에겐 지금이 겨울 유형지. 하얀 씨마늘 먼 말단 괴사壞死에 든 꿈쩍 않는 밤 여정입니까 애써 외면하는 당신들의 시간입니까 피잉─ 공기 열어 가르며 휘파람 날리는 열차 휘영청이 높은 애정 때문에 상공의 바람은요 차창에 물기 뱁니다 지나─ 그 비秘에, 마음, 그 풍경에 탐조등처럼 쑤시 는 빛다발 심장 소리 파헤친 듯 빛다발의 울림입니다 꽝. 꽝. 꽝. 꽝. 철제선로 놓이고 자갈을 쳐 한 삽 끼얹고 화─ 그일 가등으로 세워[…]

미귀
김윤이 / 2011-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