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 한국 시 / 한성례

일본 소설, 한국 시 한성례 한국에서 일본소설의 베스트셀러 현상 한류바람이 뜨겁게 일본 열도를 달구기 시작한 2000년 이후부터 한국에서 일본소설은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해왔다.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가 많은 작가가 나올 정도로 한국은 일본소설 홍수 시대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본인들은 물론이고 일본소설가들조차도 왜 일본소설이 한국에서 그렇게나 많이 팔리는지 몹시 궁금해 한다. 이에 대한 일본 신문의 인터뷰나 원고의뢰가 있을 적마다 나는 현재 한국에서의 한국시에 비유해서 설명을 한다. 이전에도 한국에서 일본소설은 종종 많이 팔렸다. 70년대 중반에 첫 출간된 무라카미 류(村上龍)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는 해적판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출판금지서임에도 안 읽은 사람이 없을 만큼,[…]

일본 소설, 한국 시
한성례 / 2010-05-28
유리창편 / 김경미

[예술을 위하여_1] 유리창편 김경미  유리창 유리창밖을 내다보다가 가끔 오지랖 넓게 생각한다. 유리창을 만든 사람한테 노벨상을 제대로 챙겨주었을까. 인류 최대의 통찰과 사고의 깊이를 가진 구조물이자 장식물인데. 하긴 유리창은 노벨상에 비견될 수 없는 긴 역사를 가졌다. 석기시대에 화산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갑자기 냉각되면서 만들어진 흑요석이 유리의 기원이라니까. 그러나 그 불투명 유리가 맑은 유리창이 되어 사람들의 집에 끼워지기까지는 1,500여년의 긴 시간이 쓰였다. 1,500여년간 사람들은 안과 밖의 풍경이, 이쪽과 저쪽의 분위기가 서로를 응시하거나 간섭하거나 자극하지 못하는 차단의 세계에서 살았다, 라기보다는 차단인 줄 특히 의식치 못했을 안과 밖이 갑자기 서로에게 백일하에 보여지고 드러나는 신기하고도 당황스런 개방의[…]

유리창편
김경미 / 2010-05-28
서정시인의 윤리학, 타자에게로 가는 / 박연옥

서정시인의 윤리학, 타자에게로 가는 – 강경보, 『우주물고기』(종려나무, 2010) 박연옥 1 강경보의 첫 시집『우주물고기』에는 독특한 방식으로 전파를 보내는 이동통신기지국이 있다. “사랑해라 사랑이 아니라면/내 여기까지 못왔다는”(「첫눈」) 어머니의 말씀은 ‘눈’으로 내려오고, “말이 샘물처럼 고여서 이제는 아예/제 몸이 말이라고 그냥 그런 줄 알라고”(「우포늪통신」) 왕버들 뿌리는 마음의 생각들을 물젖은 전파로 쏜다. 그런가 하면 “꿀벌이나 나비가 찾지 못할 아주 작은 가시꽃을 달고”(「가시여뀌 사랑법」) 있는 가시여뀌는 열매에 “공갈 꽃화장”을 분칠하고 구애(求愛)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 통신회사는 운영방침도 독특해서 “끝없이 마음을 닳게 하여 한 사람에게로 가는 길이 폐허의 신전이 다 될 때까지”(「구두가 걸어간 방향에 대하여」) 고객의 마음을 원형 그대로[…]

서정시인의 윤리학, 타자에게로 가는
박연옥 / 2010-05-27
불타는 시편들 / 강경보

불타는 시편들 강경보 1 첫 시집을 묶기 전부터 내 머릿속을 꽉 채우던 생각들이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하루 빨리 묶어서 버리자’는 것이었다. 그냥 불태워 버리면 될 것을 뭣하러 묶어서 버리느냐고 힐난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대단히 궁하여서 ‘불 지르기보다 묶어서 버리는 것이 더 쉽다’며 웃곤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길었던 습작기간 탓에 정말 불태웠던 많은 시들이 있었다. 젊었던 어느 날 동인 모임에 시무룩한 채로 나간 뒤(물론 빈손으로) ‘다 불태웠어’라고 했더니 또 반응이 두 가지였다. 그 아까운 것들을 보기 싫으면 나중에 찬찬히 들여다보면 되지 버릴 건 뭐냐는 반응과, 정말 불을[…]

불타는 시편들
강경보 / 2010-05-27
散樂 外 1편 / 리산

散樂 리산 오늘은 내 마음이 적막하여 네게로 가는 길 쪽으로 지난겨울 눈들을 쌓아두고 배꽃 날리는 병풍 앞에 앉았으니 저 꽃잎들 피었다 지고 또 지도록 너는 꿈속에서도 나를 찾지 마라 세상과 불화한 내가 홀로 대취해 있을 때 너는 왔었구나 두드려도 들리지 않는 혼몽의 숲을 두드리며 너는 그렇게 왔던 것이냐 세상의 모든 소리가 들리고 다 들려도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단다 천리 만리 밖을 떠돌던 귀 멀은 마음이여 철새는 울다 가는데  그립다는 말 바람결에 돌아오니 능소화 가지마다 불덩이구나 더러 눈시울에 맺히는 것이 툭툭 지는 꽃멍울인지 눈물방울인지 남염부주지 화염산 불속에서 생겨나 서라벌 뒤란을 헤매던[…]

散樂 外 1편
리산 / 2010-05-27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外 1편 / 강인한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강인한 이른 아침 갓 구운 핑크의 냄새,골목길에서 마주친 깜찍하고 상큼한 민트 향은리본으로 치장한 케이크 상자처럼 궁금한 감정이에요. 초보에게 딱 맞는 체리핑크는오전 열 시에 구워져 나오지요.십대들이 많이 구매하지만 놀라지 마셔요, 때로는삼사십대 아저씨가 뒷문으로 들어와 찾을 때도 있어요. 육질 좋은 선홍색의 연애는오후 두 시 이후에 뜨거운 오븐을 열고 나와요.구릿빛 그을린 사내가 옆구리에 낀 서핑보드질척거리는 파도 사이 생크림 같은 흰 거품은 덤이지요. 아무래도 못 잊는 블루,그 중에서도 뒷맛이 아련해 다시 찾는 코발트블루는땅거미 질 무렵 산책로에 숨었다가 뛰쳐나오기도 하지만요. 가장 멋들어진 연애는 한밤의 트라이앵글,꼬리에 꼬리를 물고 토라지는 삼각관계로 구워내당신의 눈물에[…]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外 1편
강인한 / 2010-05-27
휘파람새 外 1편 / 김요일

휘파람새 김요일 1 휘파람 불었지휘휘 봄꽃이 날렸어휘발(揮發)한 당신 어디에도 없고 휘파람을 불었지사시사철 외박중인 새는 푸른 멍을 문신했다네 비탈리(Vitali)의 ‘샤콘느(Chaconne)’는 Gm내 노래는 세상엔 없는 코드, Y#m 휘파람꽃 피었다지음악이 새벽을 향해 날갯짓할 때마다 형형색색 매니큐어 뼈에 바르고  홀씨 되어 무성생식 하는유령인 당신 휘파람 불었지휘휘 봄꽃 날렸어휘발한 당신 어디에도 없고 2 휘발년! 순례의 노래 카치올리 가자한번 신으면 벗을 수 없는 청동구두 신고 시간이 지나간 길, 바람이 빠져나간 골짜기 따라신이 산다는 숲 카치올리로 가자 산다는 건 진지한 코메디공원의 비둘기처럼 꾸벅거리기만 하는 수긍의 삶은 재미없어나는 순례자, 붉은 바람에만 편승하는 히치하이커니까음습한 숲길을 저벅저벅 지날 때 놀란[…]

휘파람새 外 1편
김요일 / 2010-05-27
화암동굴을 읽다 外 1편 / 이정원

화암동굴을 읽다 이정원 첫 페이지부터 서늘하다어둠이 서식하는 냉혈의 혈맥점자처럼 짚어 가면늑골에 핀 상형문들 도드라져 달려 있다어둠이 부화시킨 글자들캄브리아기 지나 백악기 지나내 전생 어디쯤서 잠시 마주쳤을지도 모를 그때를 읽는다나는 저 공룡의 야무진 발톱이었는지도 몰라돌거북의 눈물 한 방울이었는지도돌꽃은 피고 지는 일 한 찰나라 아예 굳은 채로 피고 말았는데돌칼을 가는 옛남자의 아낙이었었는지나는 곰곰 구부린 남자의 등만 보면 꽃피고 싶어진다화암(畵巖)이든 화엄(華嚴)이든,책갈피마다 서리서리 감도는 바람은 패가 많다축축한 풍경의 목록을 정하는 것도 바람의 일금맥을 패로 쥐고 책장 넘기다 어떤 페이지엔 금가루를 슬쩍 흩뿌려 놓았다금박 압축파일들은 부동의 띠로 벽화를 새겼다칩거에 든 한 권 책을 읽는다는 건봉인된 시간을[…]

화암동굴을 읽다 外 1편
이정원 / 2010-05-27
Oetzi 外 1편 / 김재홍

Oetzi 김재홍 그의 사망 시점은 약 5,300년 전으로 추정되었다정밀한 유전자 분석과 사체가 발견된 지층 조사 결과그가 시커멓고 쭈글쭈글하게 남아 있게 된 이유는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만년설에 냉동됐기 때문이었다간단한 냉동의 원리가 이미 떠난 그를 끝까지 붙잡고 있었다비쩍 마른 그의 뱃속에서 곡식과 고기를 먹은 흔적이 나타났고예리한 칼날에 의해 살점이 베이고 날카로운 창에 찔린 흔적이 발견되었다따라서 그는 칼날과 창에 맞서는 번쩍이는 전사였으며그의 칼과 창 앞에서 먼저 떠난 전사들의 표정까지 나타났다오랫동안 굳은 그의 왼쪽 무릎 위에는 십자가 모양 문신종아리부터 발목까지 선명하게 새겨놓은 줄무늬 문신바싹 마른 손가락에 암갈색 손톱물기가 다 빠진 자리, 갈비뼈가 밀어내는 뱃가죽반쯤 뜯어져나간[…]

Oetzi 外 1편
김재홍 / 2010-05-27
녹색섬광 外 1편 / 이재훈

녹색섬광 이재훈 폭발하였지구름이었어빌딩은 연기를 머금고도시를 달구었지사람들은 밤을 숭배했어큰절을 하며 인육들을 토해내는 소리어디나 골목은 있어나뒹굴 가슴을 찾아 헤매아빠도 엄마도 없이 오빠들만 가득한 저녁어떤 일몰은 두려웠지하늘로부터 천천히 내려와 정수리를 누르곤 해눈동자가 터질듯하고기침이 나지이 세계는 깨끗한 것만을 전시해구더기도, 박쥐도, 검은 피도, 집 잃은 고양이도, 모두 숨겨지렁이가 나올까 싶어 시멘트를 바르지신성한 것들만 숨기는 음모들 언 땅에 도끼질을 해먼 숲을 동경하는 일로 산책을 마무리하지도끼의 이빨이 땅에 박히는 순간,빌딩들은 붉은 조명을 켰어어떤 빌딩은 핏빛으로 깜박이고어떤 빌딩은 질질 흘러 내려 광석을 모르는 고대인들은 운석을 주웠다지별의 살껍질을 주워 칼을 만들고우주의 상상으로 날고기들을 잘랐겠지마차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꾸었어보이지[…]

녹색섬광 外 1편
이재훈 / 2010-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