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구 사람들 / 이상인

하구河口 사람들 이상인   일 년 만에 겨들어왔으면 년아, 훔쳐간 돈부터 내놔야 될 거 아냐, 이 염병할 년아 / 그랑께 시내에 가잔 말여, 돈 찾아 줄 팅께  어여 가, 지랄 떨지 말고오 / 가주와 당장 찍어 준다니께, 육갑이네 저년이 / 나발 불덜 말고오 가자니께 / 그놈한테 붙어 처먹지 오긴 왜 와, 이 미친년아, 여개가 무신 여관이여 여인숙이여 / 당장 갈 팅께 이혼부텀 허자 안혀어 / 한 번 속지 두 번 속간디, 이 염병할 년아…….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점심도 거른 채 내리 잠 속에서 허우적거린 탓이었다. 수분이 모조리[…]

하구 사람들
이상인 / 2010-02-24
천국에서 온 친구 / 조헌용

천국에서 온 친구 조헌용    나비 같은 여자가 머물다 떠난 뒤로 강은 자꾸만 바깥 소식들이 궁금했다.  밤 깊어 낚시꾼 하나 없는 텅빈 자리덕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웠다. 밤바다에 떠 있는 굵은 전자찌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강의 한숨이 멀어지는 파도를 붙잡았다. 점, 점, 점, 멀어지던 전자찌가 가뭇없이 사라졌다. 잠겼던 찌가 다시 물 위로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서너 번, 그제야 강은 아무런 기대도 없이 낚싯줄을 감아들였다. 반 뼘도 되지 않는 작은 한치였다. 한치를 잡겠다고 가짜 미끼를 던져 놓고도 올라온 한치가 생경스러웠다. 일주일이 넘게 같은 자리에 앉아 낚시를 하면서 강에게 걸린 것은 파도에 젖은 달빛뿐이었다.[…]

천국에서 온 친구
조헌용 / 2010-02-24
진부의 송어낚시 / 김도연

                                                                                            진부의 송어낚시     "오늘 저녁도 축제위원과 된장서리는 사무실의 연탄난로 옆에 앉아 술을 마시며 송어 이야기로 열띤 씨름을 한다. 오늘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송어의 마음이라. 얼음장 아래에서 헤엄치는, 아무도 모르는 송어의 마음을 얻으려고 추운 겨울날 사람들은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손을 비비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린다는 사실을. 그러고 보니 나도 아직 은빛 송어의 마음을 얻지 못한 듯하다. 근데…… 껌팔이 아저씨는 어떻게 얻었지?"  김 도 연     한 뼘쯤 되는 넓이의 얼음구멍에서 찰랑거리던 물에 살얼음이 꼈다. 서쪽에서 불어오는 눈보라가 만만찮다. 마치 등덜미로 살얼음이 끼는 기분이다. 가느다란 낚싯줄은 고패질을 멈춘[…]

진부의 송어낚시
김도연 / 2010-02-19
경계하라, 지금 이순간 황홀한 그녀!…그렇지 않다면? / 권가야(만화가)

    "경계하라! 지금  황홀한 그녀!,그렇지 않다면?…" –그 녀 에  대 하 여-     "내 마음이 피아노 건반이라면 피아노가 낼 수 있는 모든 화음, 가장 깊은 슬픔에서부터 최고조의 희열까지 자유자재로, 그러니까 어쩌면 그 피아노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유일한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그녀인… …"    <전략>    나는 또 부흥강도 잊지 못한다.   부흥강의 황혼    얼마나 아름다운 부흥강이던가,얼마나 아름다운 황혼이던가! 부흥강은 물론 절대로 황혼에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아침, 저녁, 오전, 한낮, 오후, 날마다 매 시각마다 언제나 아름답다. 날마다 시간마다 진지하고 유쾌하다. <중략> 하지만 내가 가장 잊지 못하는 것은 황혼,[…]

경계하라, 지금 이순간 황홀한 그녀!...그렇지 않다면?
권가야(만화가) / 2010-02-17
변신합체 리바이어던(Leviathan) / 배명훈

                                            변신합체 리바이어던(Leviathan)       "개체이면서 개체가 아니고 집단이면서도 개별적인 자아를 희생하지 않는 독특한 집단 무의식 상태에서, 하나로 합체된 로봇들의 신경계가 개발자들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한 특이한 방식으로 하나의 의식으로 재조합되는 거죠. 네. 물론 아까 말한 것처럼 증명은 할 수 없어요. 하지만 다르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없잖아요. 그냥 현장에서 조종사들이 느끼는 느낌은 딱 그런 거라는 걸 말씀드리려고 한 이야기예요. "  배명훈   (음성변조)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에서 시작한 일이었어요. 일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그 사람들도 몰랐을 거예요. 아시잖아요. 이쪽 엔지니어들이 예전부터 변신이나 합체 이런 거에 관심 많은 거. 왜[…]

변신합체 리바이어던(Leviathan)
배명훈 / 2010-02-17
후회할거야 코너는요? / 관리자

한때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 시절을 보낸 후   이제는 사회 각 분야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내며 활발하게 활동중인 선배 어른들이 번갈아가며 지금의 글틴 여러분들에게 '바로 이시기 경험하거나 접해보지  않으면 후회할지도  무엇' 에 대해 이야기를 건네는 코너입니다. 글틴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 관심 부탁드립니다.

후회할거야 코너는요?
관리자 / 2010-02-17
시소 / 권혁웅

[권혁웅의 상상 이야기_2]   시소   권혁웅       @ 프로이트식 실패 놀이 시소는 ‘본다(see)-봤다(saw)’에서 온 말입니다. 나와 함께 시소를 탄 그는 내 앞에 보이다가(있다가), 안 보이다가(없다가) 합니다. 존재와 부재를, 현재와 과거를 왕복하는 거죠. 시소를 타면서 우리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겁니다.   @ 카메론식 소개팅 놀이 영화 〈아바타〉에서 외계 종족인 나비족들은 서로 “당신을 봅니다”(I see you)라고 인사를 한다. 그것은 현전의 한순간이다. 그 말을 발설하는 바로 그 순간에, 당신의 진짜 정체를 대면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의 참모습을 보려면 그의 뒷면도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뒤태와 옆태를 기억해야 앞태가 완성된다. 그래서[…]

시소
권혁웅 / 2010-02-09
엄지공주의 열병 / 김행숙

[가로수 프로젝트_2]   엄지공주의 열병   김행숙       이번 월례모임에 출현하지 않음으로써 다시 한 번 ‘눈에 띄는’ 부재의 존재가 된 그녀의 이름은 소리. 열 번째 생일날, 그러니까 이제 막 열 살이 된 여자애는 자라는 걸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아마도 그날의 그녀는 가장 고집스러운 얼굴을 한 소녀였을 것이다. 선언에 효력이 있었던 건지 소리는 그날 이후 더 이상 키가 크지 않았다. 작은 여자 소리는 언뜻 보면 날렵한 초등학생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벌써 2년 전에 서른을 넘긴 성인 여성이다. 신발에 작은 날개라도 달린 듯 소리는 내가 그녀의 기척을 느끼기도 전에 어느 새 내[…]

엄지공주의 열병
김행숙 / 2010-02-09
소설의 바깥, 바깥의 소설 / 강동호

소설의 바깥, 바깥의 소설   강동호   예술은 스스로를 상실한 자, ‘나’라고 더 이상 말할 수 없는 자, 세계의 진리를 상실한 자, 추방에 처해진 자의 상황을 보여준다. -모리스 블랑쇼-   1. 소설의 품격에 미달하기 때문이 아니라, ‘소설적인 것’의 과잉으로 소설이라 부르길 주저케 되는 소설들이 있다. 여기서 ‘소설적인 것’이란 소설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정형적인 요소들, 이른바 인물, 사건, 배경과 무관하다. 일전에 롤랑 바르트는 자신의 글쓰기를 소설과 구별하기 위해 ‘소설적인 것’이라고 지칭하며, 이를 “삶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에 대해 메모하고 투자하며 관심을 보이는 방식”이라 정의한바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글쓴이의 사유와 욕망의 요체가[…]

소설의 바깥, 바깥의 소설
강동호 / 2010-02-03
청춘과 만년 사이에서 / 김언

청춘과 만년 사이에서   김언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등단. 나이는 마흔 전후. 적게는 한 권에서 많게는 세 권의 시집 출간. 2010년을 지나가는 내 또래 시인들의 대체적인 이력이다. 달리 말하면 등단 10년 안팎의 경력에 더는 청년이라고 부르기 곤란한 나이에 들어선 시인들. 그럼에도 몇몇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시단에서 젊은 시인으로 분류되는 시인들. 젊은 시인이 아니라면 그럼 중견 시인인가? 꼭 그렇다고도 할 수 없는 시인들. 아직은 어중간한 시력과 나이를 지나가고 있는 시인들. 내 또래의 가깝고도 먼 친구들이자 동료들. 그들이 공유하는 경험은 개인마다 조금씩 편차가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다. 우선은 첫[…]

청춘과 만년 사이에서
김언 / 2010-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