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외 1편 / 박완호

박완호  그늘                                            그늘을 피해구석까지 밀려난 햇살이쉰밥처럼 닳아 가는 골목, 모퉁이에서 천천히 부풀어 오르는  노인의 그림자, 담벼락에 등 대고 앉은하반신이 밥풀떼기처럼 푸석하다 그늘을 뒤집어쓴 골목이한입에 그를 삼켜 버린다 뜯어내다만 전단지를 달랑 매달고 전봇대가 골목 밖 하늘로 새끼손가락만 한 몸을 겨눈다긴장으로 탱탱해진 전깃줄이 거미줄처럼 에워싼 허공으로는 햇빛 한 점 드나들지 못한다막장에 다다른 빛의 무릎이깜깜하게 주저앉는 골목 안, 막, 그늘에게 잡아먹힌노인의 앙상한 몸이   바닥으로 급하게 기울고 있다    외도                                            그리움의 거처는 언제나 바깥이다 너에게 쓴 편지는 섬 둘레를 돌다 지워지는 파도처럼 그리로 가닿지 못한다 저마다 한 줌씩의 글자를 물고 날아드는 갈매기들, 문장들을 내려놓지 못하고 바깥을 떠돌다 지워지는 저녁,[…]

그늘 외 1편
박완호 / 2009-06-26
전소(全燒) 외 1편 / 이영옥

이영옥  전소(全燒)    나는 어느새  화염이 소용돌이치는 쪼개진 면이 되었구나  같은 곳을 가게 될 장작개비는 어깨를 포개며 다시 한 몸이 되고  나를 다녀간 기억들은 한 방향을 잡아 하얗게 말라 가는 중이구나  내가 잠시 재의 몸으로 풀썩거린 것도 無에 이르기 위해서였구나  한순간에 타올라 영원히 꺼지지 않는 것이 불멸이라면  화르륵 全燒할 수 있도록 이제 눈물 거두어야겠구나  나는 너울거리는 꽃불이 되어 가난한 옛집으로 돌아가리라  입 다물지 못한 저 쭈글쭈글한 상처 위에 그믐의 촛농처럼 뜨겁게 흘러  어두웠던 한 생을 아련한 흰빛으로 굳혀 두리라  나는 내가 불 지른 공터에 마지막으로 떠나는 티끌이구나  나를 밀어올린 바람을 거스르지 않고[…]

전소(全燒) 외 1편
이영옥 / 2009-06-26
꽃은 누가 생각해 주나 외 1편 / 김경미

김경미  꽃은 누가 생각해 주나   꽃은 누가 제일 많이 생각해 주나 벌이 생각해 주나흙이 생각해 주나 혹은 변덕스런 햇빛과 물이제일 많이 생각해 주나 여린 귓밥 파 주듯이 내민 작은 무릎 깔개딱딱한 굳은살의 신발 댓돌  늦은꽃받침 제때꽃받침 이름은 많아도 제일 많이 꽃 생각해 주었건만 서러운 꽃받침하인의 오후다바닥이다     밤하늘의 알약   종일 머릿속 나무들이 벌목꾼에 쫓긴다 나뭇잎, 꽃잎들 으깨져 벌목꾼의 흉기 끝을 적시고적시다 잘못 찢겨진 살갗 바깥으로 흐르는 피를붉게 상기되어 끝없이 들이받는 멧돼지 떼에 밟혀지고꺾여지는 나뭇가지의 비명 소리들 견딜 수가 없는 두통이다 약사는 알약 하나에 5백 원짜리 동전 하나를 가져갔다 물을 두 컵쯤 마시고밀림 정글을 나섰는데  순식간에 초원 위 저녁별이[…]

꽃은 누가 생각해 주나 외 1편
김경미 / 2009-06-26
개는 없다 외 1편 / 복효근

복효근  개는 없다    무슨 원죄로 개는 개로 존재하지 못하고 비유로서 존재하는가 너는 개야 개새끼야 이건 개를 두고 한 말이 아니다 개의 새끼인 개새끼마저 개새끼라 불리지 못하고 강아지라 불리는 것을 보면 그 반증이 아니겠나 단고기나 보신탕 사철탕을 보아도 그렇다 명명법이 영 개판이다 개고기나 개탕이면 어떤가 개씹에 보리알이란 말은 데릴사위를 이르는 말인데 개에게도 사람에게도 치욕이긴 마찬가지다 개좆은 또 무슨 죄냐 주구(走狗)라 해도 형편은 같다 편자를 들먹이는데 하필이면 개발이냐 감기를 일러도 개좆부리라 하고 약에 쓰려면 없다는 개똥도 비유다 가령 여기 개 한 마리가 지나간다 하자 이것이 말로 표현되는 순간 사람들은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하나를[…]

개는 없다 외 1편
복효근 / 2009-06-26
버스에도 봄 외 1편 / 김기택

김기택  버스에도 봄   버스에 앉아 있다 선남선녀(善男善女)비닐의자 위에 핀 생화들꽃향기가 밀어 올리는 말소리 웃음소리그 싱그러운 봄의 정물 속으로 한 노인이 들어온다노인이 두리번거리자마자 갑자기선남선녀 위에 붙어 있는 노란 스티커 ‘노약자석’아무리 건강해도젊은이 못지않은 기력이 뻗쳐도늙음은 버스 타면 젊은이에게 눈치 주어야 하는 것앉을 자리 찾느라 부산하게 눈치 보아야 하는 것선남선녀 앞에 노인이 바짝 다가선다움직이지 않는 아름다운 정물들스스로 그림 속에서 나올 수 없는 꽃처럼 노약자석에 딱 붙어 버린 그래도 여전히 환하게 빛나는 선남선녀창밖은 시선을 세차게 잡아당기는 좋은 봄 날씨핸드폰에는 꽃과 함께 도착한 동영상 메일젊음은 도저히 난처할 겨를이 없다넘쳐 오르는 색과 향기를 어쩌지 못하고피어오르는 일 하나만으로도 너무[…]

버스에도 봄 외 1편
김기택 / 2009-06-26
수련 외 1편 / 마종기

마종기  수련   여보, 세월이 그렇게다 지나갔습니다. 진정하기 힘들어 하는 물은윤회의 업보 속에서비가 되어 지상에 다시 내리고미세하고 생각 많은 물만하늘에 올라 구름이 되었는지,종국에는 당신의 말년까지 찾아가못가의 흰 수련으로 태어납니다. 뭐라고 했습니까, 내가높거나 깊은 사상도당신의 한숨만 못하고미소 한 번만 못하다 하지 않았나요. 오늘 피어난 수련은 한나절왠지 내 눈을 자꾸 피하네요.스며드는 부끄러운 소문처럼주위가 차츰 헐거워집니다.당신의 향기가 사방에 퍼지는 것은내가 떠날 시간이 된 때문일까요.여보, 모든 게 너무 빨리 지나갔습니다.   낮달은 왜 흰빛인가                          남북 갈등이니 남남 갈등이도시와 나라의 온 공간에 넘치고증오와 시위와 욕설과 통곡으로하루 지내기가 이리도 힘겨운 때붉은 피, 푸른 피, 뚝 뚝 흘리지도 않고낮달은 왜 말도 없이 흰빛인가. 파란 여름 하늘에 둥근[…]

수련 외 1편
마종기 / 2009-06-26
[공모마당] 5월 월간우수작을 발표합니다. /

공모마당 5월 월간우수작을 발표합니다. 갈수록 발표가 늦어지는 것 같아 죄송해요. [시] 유리액자 속 얼굴들, 빙빙_5월 첫주 우수작[소설] 마법사가 된다, 얄밉_5월 마지막주 우수작[산문] 고향집에서, 조현빈_5월 셋째주 우수작 이상 3편이고요, 이번 달 장르 월간우수작은 없네요. ^^모두 축하드리고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기 바랍니다.

[공모마당] 5월 월간우수작을 발표합니다.
/ 2009-06-25
애드리브 / 임태희

   불확실한 세상에 온몸을 던지는 일. 택시 운전을 한 마디로 정의하라면 나는 그렇게 말할 것이다.  십 미터쯤 앞에서 한 청년이 내 택시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충무로에서 명동 방향으로 가는 퇴계로 위의 어느 한 지점이다. 나는 차의 속도를 늦추고 재빨리 청년을 훑어본다. 그는 후줄근한 예비군 훈련복 상의에 청바지 차림으로, 키는 훤칠하고 덥수룩한 머리털이 눈을 반쯤 가리고 있다. 그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녀석인지 아니면 미친놈인지, 알 도리는 전혀 없다. 택시비를 낼 능력이 있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태워, 말어? 에라 모르겠다.’ 나는 태우기로 결심하고 인도 쪽으로 차를 바짝 붙여서 세웠다. 세상은 불확실하나 내 삶은[…]

애드리브
임태희 / 2009-06-24
‘2009 AAR 국제 창작 애니메이션 공모전’ 응모 요강 /

‘2009 AAR 국제 창작 애니메이션 공모전’ 응모 요강강원정보문화진흥원(GIMC)에서 세계 유수의 애니메이션 제작, 배급사들과 함께 사업화(TV시리즈 제작)를 전제로 국제 애니메이션 창작기획안을 공모합니다. 이번 공모전은 2009년 9월 11일 부터 개최되는 ‘CAF(춘천 애니메이션 페스티발)’ 기간 동안 국제적 애니메이션 공동제작체제인 ‘AAR(Asian Animation Round)’의 주최와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의 주관으로 세계의 우수한 창작기획안을 한자리에 모아 ‘2009 AAR 국제 창작 애니메이션 공모전’이라는 행사명으로 개최됩니다.행사를 주최하는 ‘AAR’은 아시아의 창작애니메이션 아이디어와 전문 인력을 발굴하고, 발굴한 애니메이션기획안을 공동으로 제작하여 아시아 기업의 사업적 성공은 물론 아시아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창립된 단체로서 현재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이 주축이 되어 한국,중국,일본,미국의 유수한 단체 및 회사가  가입되어 있으며[…]

‘2009 AAR 국제 창작 애니메이션 공모전’ 응모 요강
/ 2009-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