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적(敵) / 이종호

 이종호1 난 비명과 함께 눈을 떴다. 요즘 들어 매일 같은 꿈을 꾼다. 이번에도 사랑하는 내 가족이 놈들에게 처참한 죽임을 당했다. 지금은 잠에서 깼고 그 끔찍한 일들이 모두 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복받친 감정의 여운은 여전히 날 휘감고 놓아주지 않는다. 꿈속에서 느꼈던 끔찍한 분노와 슬픔, 그리고 공포는 고스란히 현실의 영역으로 넘어와 내 영혼을 뒤흔들었다. 난 견딜 수 없는 비탄과 자책감에 얼굴을 감싸고 미친 듯이 오열했다. 비록 꿈속이었다 할지라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딸이 눈앞에서 참혹하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보기만 했던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참을 울부짖다 익숙한 예감에 옆을 돌아봤다.[…]

진정한 적(敵)
이종호 / 2008-12-17
2008년 4분기 우수문학도서 선정 발표 /

2008년 제4분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우수문학도서가 다음과 같이 결정되었습니다.선정작은 총 37종 37권입니다.  시(12종)1 고은 『허공』 창비2 김근 『구름극장에서 만나요』 창비3 김사이 『반성하다 그만둔 날』 실천문학사4 박두규『숲에 들다』 애지5 박영교『우리의 인연들이 잠들고 있을 즈음』 고요아침6 박장호『나는 맛있다』 랜덤하우스7 신현정『바보사막』 랜덤하우스8 유안진『거짓말로 참말하기』 천년의시작9 장승리『습관성 겨울』민음사10 정현종『광휘의 속삭임』 문학과지성사11 진은영『우리는 매일매일』 문학과지성사12 장철문『무릎 위의 자작나무』 창비   소설(10종)1 김경욱 『위험한 독서』 문학동네2 김곰치 『빛』 산지니3 김선우 『나는 춤이다』실천문학사4 김연수 『밤은 노래한다』 문학과지성사

2008년 4분기 우수문학도서 선정 발표
/ 2008-12-16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묵시록으로 읽는 2008년 소설들 / 김미정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 묵시록으로 읽는 2008년 소설들 김미정 1. 묵시록의 시대 오랫동안 묵시록이 유행이었다. 역사의 종언, 예술의 종말과 같은 말들에 이어, (근대)문학의 종언, 인간 이후(동물, 스놉) 등과 같은 말들이 한동안 우리를 불편케 했던 일을 생각해보자. 물론 이 불편함은 단순하게 ‘우리가 자명하게 여겨온 나를 구성하고 있는 세계들이 정말로 끝났다, 끝날 것이다, 혹은 끝내도 된다’는 식의 목적론적 예언서 버전으로 받아들여진, 그러니까 그것이 ‘문자 그대로’의 혹은 ‘세속적인’ 종말, 종언으로 이해된 탓이 컸지만, 여하간 그간의 묵시록들은 진원지도, 시차도 다르며, 맥락 역시 다르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유독 20세기 중반 이후 두드러진,[…]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묵시록으로 읽는 2008년 소설들
김미정 / 2008-12-01
내일을 위한 세 개의 기억들 – 2008년 한국 시의 경향과 쟁점 / 고봉준

  내일을 위한 세 개의 기억들 – 2008년 한국 시의 경향과 쟁점 고봉준 기록되지 못해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기억은 연속체의 다른 국면이라지만, 우리는 모든 기억이 연속체의 한 국면이 되는 것이 아님을 안다. 어떤 기억들은 시간과 평행하게, 아니 시간을 앞질러 가고, 또 어떤 기억들은 기록되지 못해 망각 속으로 사라진다. 모든 기억들은, 그것이 설령 사건들의 연속처럼 보일 때조차도, 단절의 다른 이름들일 뿐이다. 그것은 무대 위의 조명이 무대의 모든 곳을 비출 때 ‘조명’으로서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조명은 무대 위의 다른 부분들을 어둠으로 남겨 둘 때에만 조명이 된다. 인간의 기억이 그렇고,[…]

내일을 위한 세 개의 기억들 - 2008년 한국 시의 경향과 쟁점
고봉준 / 2008-12-01
보이는 것은 보이는 대로, 들리는 것은 들리는 대로 / 김종훈

   보이는 것은 보이는 대로, 들리는 것은 들리는 대로 김종훈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1979)부터 『시간의 부드러운 손』(2007)까지 김광규가 상재한 아홉 권의 시집 첫머리에는 출판사의 관행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자서(自序)’ 내지 ‘시인의 말’이 적혀 있다. 보통 이와 같은 글에는 그동안의 감회나 앞으로의 포부가 밝혀져 있기 마련인데, 특이하게도 그는 그 앞에 꼭 창작 시기와 시의 편수와 시집 발간 횟수를 적어 두었다. 『크낙산의 마음』(1986)의 ‘자서(自序)’ 첫 문장은 “1983년 가을부터 1986년 봄 사이에 발표한 작품들 가운데서 61편을 골라 세번째 시집을 엮는다”이고, 『시간의 부드러운 손』의 ‘시인의 말’ 첫 문장은 “2003년 여름부터 4년 동안 발표한 작품[…]

보이는 것은 보이는 대로, 들리는 것은 들리는 대로
김종훈 / 2008-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