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2008년 11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

 세계 금융위기가 지속되면서 현재 경영 여건이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거나 더 어렵다고 느끼는 기업이 10곳 중 8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 됐다고 합니다. 공포는, 공포의 실체를 맞닥뜨리기 직전에 최고조에 이른다고 하죠. 뭔가 무서운 것이 나타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은 있는 데, 얼마나 무서운 놈이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사실이 상상력을 무한히 자극하기 때문이겠죠. 이 어려운 시기에 그래도 책을 펼쳐드는 것은, 문학이야말로 그런 독단을 경계하고 권력에 저항하는 내면의 자유로운 울림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 <작가와 작가>에서는 김경주 시인이 김광규 시인을 만나고 왔습니다. 독문학 교수로서의 생업은 마쳤지만 시업의 긴장은 계속 되고 있다는 시인의 이야기를[…]

[알림] 2008년 11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 2008-10-31
불안을 이기는 힘 / 이선우

  불안을 이기는 힘 이선우 동생이 결혼을 했습니다. 제부가 이란사람이니, 이른바 국제결혼이지요. 살게 될 곳은 터키라 11월에는 터키에서도 결혼식을 올릴 예정입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 누구도 동생의 터키결혼식에는 참석하지 못하게 될 것 같군요. 가족 대표로 가려고 했던 어머니마저 일정을 취소하게 된 데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또 한몫을 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의 거침없는 상승은 노모의 작은 바람마저 주저앉힙니다. 하지만 저는, 이 정도 좌절쯤은 아주 낭만적인 것이라고, 비행기표 한 장 끊어드리지 못한 주제에 감히 생각합니다. 세계 금융위기가 지속되면서 현재 경영 여건이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거나 더 어렵다고 느끼는 기업이 10곳 중 8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

불안을 이기는 힘
이선우 / 2008-10-31
시간의 부드러운 손에 떠밀려 / 김광규&김경주

  <작가와 작가> 시간의 부드러운 손에 떠밀려 대담 김광규(시인) 진행?정리 김경주(시인)  intro 시업에 충실할 수 있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이미륵상 수상 생업과 시업 사이의 긴장관계 독문학의 원시림에서 헤매다 늦깎이 등단 한·독 문학교류 문학매체의 서정성과 서사성 명징한 단순성의 시학 쉬운 시 언어를 살리는 열정과 실험정신 시간의 부드러운 손 짧은 텍스트 하나를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쓰는 것  생업은 마쳤지만 시업의 긴장은 계속된다  김경주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요? 김광규 네, 덕분에. 김경주 학창 시절부터 선생님을 지면으로만 뵀는데 직접 뵙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에 선생님 시를 보면서 열심히 애독하던 때가 많이 떠올랐어요. 재미있는 게 추석 명절에[…]

시간의 부드러운 손에 떠밀려
김광규&김경주 / 2008-10-31
과거의 사람을 만나다 / 길상호

  과거의 사람을 만나다 길상호 주대 형! 시로 만난 형의 첫인상이 어땠는지 아세요? 사진첩 속에 들어가 앉은 오래된 얼굴이었지요. 시 속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도…… 만나게 되는 사람마다 현재의 모습이 아니었으니까요. 흑백의 시대 막 건너온 풍경들을 펼쳐 놓은 것 같았지요. 하지만 그들이 지니고 있는 표정은 하나같이 너무도 생생해서 그 상한 얼굴이 다 만져졌어요. 편집장을 맡고 있던 저의 고민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지요. “저 과거형의 얼굴을 현재형으로 바꿔 놓을 수 없을까!” 골격은 크지만 마른 몸, 머리가 덥수룩한 시인을 떠올려 왔는데 형은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나타났지요. 자그마한 체구, 장난기 어린 눈, 젊은 감각의 옷차림……. 그[…]

과거의 사람을 만나다
길상호 / 2008-10-31
나무가 사라졌다 / 이명인

 나무가 사라졌다 이명인 나무는 눈을 똑바로 뜨고 이렇게 말했다. “이젠 여길 떠나고 싶어. 지겨워졌고, 참을 수 없고, 싫어졌거든.” 남자는 이렇게 말하는 나무에게 살짝 열이 올랐지만, 한심해서 코웃음을 쳤다. 나무인 주제에. 남자는 한참을 더 뒤척이다 마지못해 일어났다. 꿈이었다. 그러나 어쩐지 꿈속에서 오만하게 굴었던 나무가 괘씸해서 은근히 화가 났다. 남자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나가서 나무에게 오줌이나 갈겨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자는 신발을 신지도 못하고 대문 밖으로 튀어 나갔다. 정말로 나무가 사라졌다. 나무가 있던 자리는 흔적도 없었다. 누가 베어 가서 밑동만 남은 것도 아니고, 그 큰 덩치를 포클레인으로 파 간 흔적도 없었다.[…]

나무가 사라졌다
이명인 / 2008-10-31
미궁과 미로 / 이치은

  미궁과 미로 이치은 1. 미궁(迷宮, Labyrinth)-첫 번째 주회로를 타고 9시 방향을 향해 시계 방향으로 돌다  내가 어느 순간 최고의 수학자들과 회계사들을 동원하여 미분방정식이라도 돌리지 않는 이상 찰나의 내 재산이 얼마인지 도저히 계산할 수 없을 만큼 부자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때부터 나는 더 많은 그리고 더 특별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사진가 G였다. G는 주로 건물을 찍는 사진가였는데, 세계를 돌아다니며 판에 박힌 듯한 구도로 평범해 보이는 건물들을 찍었다. G와 알게 된 후 그의 사진전에 몇 차례 초대 받아 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가끔은 더 엉뚱하고 더[…]

미궁과 미로
이치은 / 2008-10-31
순례길 / 박두규

 박두규 순례길 어두컴컴한 새벽 자귀나무 그늘 어디쯤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터는 그대 어둠 저편 가파른 북벽의 경사면을 걷는다 정처 없는 두려움이 앞장섰을 것이다 언제나 두려움은 물소리처럼 멀어질 것인가 하루 내 끌려온 길은 꽁꽁 묶인 채 밤새도록 비를 맞고 길에 묶인 그대도 불면의 잠을 잤다 아침은 도로 아침 낯선 새 한 마리가 스물네 시간을 물고 오고 숲을 뚫고 들어온 햇살의 눈부신 예감들 다시 가파른 북벽의 경사면을 걷는다 그 두려움, 또 앞장을 섰을 것이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갔다 하얀 꽃 눈부시다 오순도순 매달린 저 착한 것들 그 꽃그늘 아래 계곡에는 푸른[…]

순례길
박두규 / 2008-10-31
도토리 시인 / 서수찬

 서수찬 도토리 시인 예술가인 양 늘 모자만 쓰고 다닌다고 겉모양 든 시인이라고 욕하지 마세요 옆에다가 늘 막걸리를 끼고 산다고 술주정뱅이 시인이라고 수군대지 마세요 세상에는 밀가루 묵에 아예 우리 이름을 도용하는 사람도 많고요 우리의 시를 표절해서 돈 버는 사람도 수두룩하더라고요 도토리 키 재기라고 외면하는 아주 조그만 삶이라도 찾아가서 이 가을에는 온몸 가루가 되어 꼼꼼히 노래할래요 우리 시는 혀로 읽으면 아주 제 맛이 나지요. 꿈 언젠가 아빠가 내 꿈을 물어봐서 나는 커서 아빠의 우렁각시가 되는 거라고 크게 말한 적이 있다 아빠는 우리 딸의 꿈이 집을 잃어버리지 않고 돌아오는 힘이라고 말했다 먼 바다에[…]

도토리 시인
서수찬 / 2008-10-31
당신의 밤과 음악 / 윤성택

 윤성택 당신의 밤과 음악* 이어폰을 나눠 끼듯 갈라진 나뭇가지 사이 단풍나무를 돌아보고는 하였다 시들도록 서럽게 물들어 가는 잎잎이 환한 창마다 문자처럼 찍혀 있었다 계절을 탕진하고 더 이상 매달 것도 없는 그런 밤은 더욱 어두워서 외로웠으나 몇 굽이 넘어가면 잊어 간다는 것도 다만 아득해지는 그믐 속이었다 바라볼 때마다 낯설어지는 내면은 때때로 다른 기류로 이어지고 우리는 조금씩 다른 표정의 날이 많았다 손에 쥔 것을 끝내 놓아 주는 나무 아래 아무 말 없이 흩어지는 앙상한 길들, 막다른 겨울이 되어서야 무리를 이루었다 그 저녁에 고정된 나무들을 무어라 해야 할까 하늘이 흐리면 마음은 멀리까지 기압골을[…]

당신의 밤과 음악
윤성택 / 2008-10-31
아침작별 / 윤제림

 윤제림      아침작별 여기 이렇게 가만 누웠는데 살며시 미닫이가 열리는 거야,혼(魂)이 일어나 나가는 거야. 먼저 가겠다는 건지, 혼자 남겠다는 건지 막 뻗대고 나가는 거야. 붙잡았지, 맨발로 어둠 속 섬돌을 내려서는 그를 몇 번이나 끌어다 앉혔지, 눕혔지  자자, 고만 자자 가슴을 토닥이며 밝으면 가자 이불을 덮어 주었지. 그래서 한 번 더 보는 이 아침. 더는 못 기다리겠다, 그는 벌써 길을 나섰지. 잘 있거라, 나도 고만 일어나야 할 모양이다. 설산 가는 길 삼십 리 길도 한나절 걸리는 버스가  검은 연기를 뿜으며 올라오고 이웃나라에서 그냥 얻어온 트럭이 요란하게 산허리를 돌아가지만 나무도 물도  생채기[…]

아침작별
윤제림 / 2008-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