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출발하여 마음의 우주에 이르기까지 / 박상륭&한창훈

  <작가와 작가> 몸에서 출발하여 마음의 우주에 이르기까지 대담 박상륭(소설가) 진행?정리 한창훈(소설가)  intro 고향을 가서 고향을 잊어버리다 서라벌예대, 이문구 가족 오관유정 유리사투리 우리말이 갖고 있는 율조성 자벌레가 나비되기 마음론에서는 배척할 것이 없다 서양철학에는 블랙홀이 있다 어느 날 소설에 많이 지쳤다. 작가들이여 독자를 상대로 데모를 하라 한번 이민은 영구한 이민이다  영원히 사라져버린 것, 그것은 고향 한창훈  선생님,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상륭  허허허. 지금 살고 있는 섬 이름이 뭡니까요? 한창훈  제가 사는 데는 거문도입니다. 박상륭  네? 한창훈  거. 문. 도입니다. 박상륭  거기서 여기까지 어려운 걸음을 했으니 저야말로 감사하죠.   한창훈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요,[…]

몸에서 출발하여 마음의 우주에 이르기까지
박상륭&한창훈 / 2008-08-29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맑은지구' / 김석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맑은지구'    김석범 빵과 우유 대신 꿈과 희망을! 누구든 빵과 우유는 줄 수 있다. 우리는 빵과 우유 대신 꿈과 희망을 주겠다. 문화 예술 종사자들이 주축이 되어 문화 나눔을 직접 실천에 옮기려 결성된 '맑은지구'의 커다란 목표다.  올봄 자주 만나 교류하던 문화 예술 관련 몇몇 지인들이 담소를 나누던 중 영상 미디어의 유해 환경에 대한 심각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어린이들이 이러한 유해 미디어 환경에 노출된 탓에 벌어지는, 죄의식 없이 행해지는 각종 사건 사고에 한바탕 비판의 목소리들을 높였다. 모였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우리가 직접 나서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영상[…]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맑은지구'
김석범 / 2008-08-29
홀앵희랑~ 콕길희랑~ / 김이은

  홀앵희랑~ 콕길희랑~ 김이은 벌써 일 년이 훌쩍 넘은 일이군요. 이른 저녁을 먹고 소파에 흐늘어져 누워서는 뉴스데스크를 보고 난 뒤, ‘올 들어 첫 번째 폭염 주의보가 발효되었습니다. 어린이와 노약자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는 게 좋겠습니다.’라는 일기 예보를 까딱까딱 졸면서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는데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떴습니다. ‘홀앵희랑 콕길희랑 보러 가자. ^^;’   친구가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다짜고짜, 덜렁, 이 한 줄만 찍혀 있었더랬습니다. 앵희랑 길희? 나는 내가 모르는 누군가를 만나는 자리에 나더러 나오라는 줄로만 생각하다가 아차! 무릎을 탁, 쳤지요. 한국을 떠날 날을 얼마 남기지 않은 친구 박형서에게 그 며칠[…]

홀앵희랑~ 콕길희랑~
김이은 / 2008-08-29
너무 수북한 / 이진명

  이진명    너무 수북한 세워진 사람 모래밭에서 거인이 왔으면   너무 수북한 너무 수북한 떨어진 잎 너무 수북한 떨어진 산새들 바위와 흙길과 침엽을 지나 골짜기 너무 수북한 손뼉들 키스들 밟으면 푹푹 쏟아지는 수북한 무덤들 젖은 나팔들 나팔들 울음에 묻혀 돌아가는 산허리 빈 손뼉소리 너무 수북한 떨어진 입 너무 수북한 떨어진 구름 바위와 흙길과 침엽을 지나 또 골짜기 너무 수북한 빨간 물 물들었던 가을 가을 일기장들 세워진 사람 그는 2분 전에 세워진 사람 지하철 출입구가 있는 가로 어느 방향으로도 향하지 않고 그는 2분 전에 속이 빠져나간 사람 11월 물든 잎 떨어져 쌓인 갓길 하수구 먼저[…]

너무 수북한
이진명 / 2008-08-29
능소화 / 김이정

  능소화  김이정 지루한 장마가 한 달째 계속되고 있었다. 중국대륙에서 형성된 저기압 기단이 서해를 사이에 두고 한반도와 중국을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했다. 큰 산으로 둘러싸인 데다 바다가 멀지 않은 남쪽 도시, J시는 올 여름 따라 유난히 비가 잦고 습도가 높아 도시전체가 습지라도 된 것 같았다.   경주는 갑자기 생각이라도 난 듯 치약을 찾았다. 그리곤 끈적이는 흰 목에 걸린 목걸이를 풀어 치약을 묻힌 화장솜으로 닦기 시작했다. 장마철의 습기 때문인지 신주로 만든 팬던트는 유난히 윤기가 죽어 보였다. 경주는 화장솜에 묻은 치약을 팬던트 표면 앞뒤로 바른 뒤 새 화장솜 하나를 꺼내 다시 정성껏 닦았다. 화아,[…]

능소화
김이정 / 2008-08-29
시선 / 박상우

  시선 박상우 1 내가 두 남자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밤 아홉 시경 강남대로 근처에 있는 일본식 선술집에서였다. ‘쇼부(勝負)’라는 제목의, 그러니까 뭔가를 결딴내기 위해 술을 마셔야 할 것 같은 묘한 분위기의 선술집에 혼자 앉아 나는 맹물을 마시고 있었다. 서른다섯의 학원 강사인 내가 그 시각 거기서 맹물을 마시고 앉아 있었던 이유는 만나기로 약속한 여자가 나오지 않아서였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언급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다. 몇 남자에게 다리를 걸치고 살아가는 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는 것도 한심한 일이지만 그녀를 내 여자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기획 자체가 초장부터 죽을 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시선
박상우 / 2008-08-29
타임캡슐 1994 / 윤고은

  타임캡슐 1994 윤고은 1994년, 사람들은 서울의 현재를 담아 남산골 뿌리 밑으로 내려 보냈다. 사백 년을 더 흘러가 서울 정도 천 년을 기념하는 날, 속을 내보일 증거물이었다. 그러나 캡슐은 예정을 다 채우지 못하고 다시 열렸다. 십사년만이다. 이제, 남산골 타임캡슐은 지상에서 가장 위험한 맨홀처럼 뚜껑이 열려 있다.    크레인은 지하 십오 미터에 묻혀 있던 타임캡슐을 끌어올린다. 유통 기한이 지나기 전에 썩어 버린 타임캡슐이 들것에 실린 환자마냥 실려 나간다. 환자를 실은 트럭은 영구차처럼 움직이고, 몇 대의 카메라가 타임캡슐이 사라진 자리를 겨눈다. 나는 푸른 천으로 구덩이 위를 덮는다. 환부를 가리듯이. 타임캡슐이 실려나간 원형광장에는 이제 두 그루의[…]

타임캡슐 1994
윤고은 / 2008-08-29
너와 나의 도서관 / 표명희

  너와 나의 도서관 표명희 내가 진짜 같아 보여? 반드르르한 이파리가 도발하듯 묻고 있다. 누구든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을 터였다. 진짤까, 아닐까? 호기심 어린 눈빛에 으레 손이 따랐을 것이다. 안스리움만 봐도 그렇다. 솟아오른 노란 꽃술과 그것을 접시처럼 받치고 있는 빨간 꽃과 초록 잎사귀 모두, 에나멜 칠이라도 한 듯 윤기 나고 매끈해 도무지 생화 같지가 않다. 이 실내 정원을 이루고 있는 관상용 식물 거의가 그렇다. 실물을 감쪽같이 본뜬 이미테이션, 시쳇말로 ‘짝퉁’처럼 보인다. 그래서일 테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잘한 손톱자국투성이다. 녹색 이파리나 붉은 꽃잎 가장자리가 살짝 찢겨 있고 그 부위에 어김없이 엷은 갈색 얼룩이[…]

너와 나의 도서관
표명희 / 2008-08-29
김사이 시인(2013)
/ 김사이

  김사이      문       한글도 다 못 읽는 여덟 살 아이는 붉은 노을이 어둠에 끌려갈 때 산자락 끝을 따라 언덕을 넘고 밭둑을 걸어 또 다른 언덕에 오른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담도 없는 함석지붕 집 소리도 가라앉아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두려움에 덜컥 심장이 벌렁거리고, 시커먼 문이 성큼성큼 달려든다 마치 쑤욱 빨려들 것 같은 검은 구멍, 엄마 따라 가끔 놀러 갔던 그 집 부엌이라고 알면서도 쿵쿵거리는 가슴은 어쩌지 못하고 풀숲에서 발목을 잡아당기는 착각마저 든다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홀 같은, 아버지를 미워하던 일 남자 행세했던 일 공부 못하는 주인집 아들을[…]

김사이 / 2008-08-29
꼽사춤 / 김성규

 김성규        꼽사춤 수의사가 배를 가른다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내장을 밀어낸다 고무장갑에 딸려 나오는 송아지 다리 누렇게 털이 젖은 꼽추송아지 시멘트 바닥에 떨어진다 자궁 속에서 시체로 보름을 버틴 보람도 없지 둥그렇게 몸을 말고 자다 시커멓게 죽은피의 시궁창 눈 내리는 강가에서 삽질을 하는 노인 울음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죽은 송아지를 묻는다 술잔을 들던 손가락이 떨린다 대낮부터 저렇게 술에 취해 굽은 등으로 꼽사춤이라도 추려는 건가 자루 같은 구름 속에서 버둥거리다 처마 끝 펄쩍펄쩍 뛰어 내려오는 눈송이 눈송이를 보며 눈만 끔벅이는 어미 소 동면, 폐정, 병이 최초로 발생한 곳 서른한 살,[…]

꼽사춤
김성규 / 2008-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