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와 돌멩이 / 장석원

 장석원 유리와 돌멩이 나는 내 몸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햇빛이 내 몸을 통과한다 빠져나가 나를 돌아보는 빛살을 넋 놓고 바라보는 동안 나는 더욱 엷어졌다 햇빛이 나의 내장에 든 슬픔이며 뼈다귀 같은 사랑을 뜯어내 가져가 버렸다 잠시 후 통증이 몰려오자 저 밖의 몸에 불이 붙는다 나를 바라보면서 나는 되비친 나를 없애기 위해 골몰한다 당신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내 앞에 앉는다 복숭아만한 돌을 집어 들어 던진다 깨져 형체를 알 수 없는 당신이 떠올랐다가 멀어져 간다 오래전에 당신은 허공에서 태어나 허공으로 돌아갔다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저 너머에 마른벼락이 지나갔다 두려움에[…]

유리와 돌멩이
장석원 / 2008-07-30
자연학교 / 최영철

 최영철 자연학교 왜 지각했냐 물으면 아침 햇살 받아먹는 꽃잎 보느라, 어기적어기적 가는 쇠똥구리 앞지르지 못해 그랬다 하면 그만인 학교, 왜 결석했냐 물으면 단비 받아먹는 어린 싹 보느라 추녀 끝에 놀러 온 새소리 듣느라 그랬다 하면 그만인 학교, 문제는 잠자리나 나비의 날갯짓 속에 있고 답은 씀바귀의 쓴 뿌리 속에 있는 학교, 나비 떼 파닥임을 쫒아가다 하루가 다 가고 모르는 걸 물으면 두어 번 머리 긁적이며 씩 웃어 주면 그만인 학교, 고개 돌려 잠시만 돌아보면 문제와 답이 거기 다 있는 학교, 성적증명서나 졸업증명서는 발행해 주지 않는 학교, 입학 편입 전학 복학이 자유로운[…]

자연학교
최영철 / 2008-07-30
쓴맛을 알게 되기까지 / 황병승

  황병승 쓴맛을 알게 되기까지 멋진 남편도 친구도 애인도 되지 못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벙어리에 귀머거리에 장님이면 냄새는 잘 맡게 되는 것일까    ―하지 않으면서 우리는 소파에 앉아 있다 맥없이 안색이 별로군요 당신도 그래 전등에 매달린 크고 작은 모빌이 흔들리며 그녀의 얼굴에 그림자를 만들었다 지난밤도 지지난밤도 우리는 기분을 바꿀 수 없었고 나누어 가질 그 어떤 비밀도 없었다 기다리는 포로들처럼 우리는 한숨을 주고받았다 침묵이 우리의 죽은 손을 움직여 가렵지 않은 얼굴을 긁게 만들 때까지 언제까지나 소파에 파묻히고 싶어 하는 우리의 엉덩이를 번쩍 들어 올릴 때까지 멋진 구름은 들판은 언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쓴맛을 알게 되기까지
황병승 / 2008-07-30
로맨스 이야기 (3) 국내 로맨스 돌아보기 / 박대일

 지난 시간 우리는 장르 로맨스가 우리에게 어떻게 소개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번역 로맨스가 우리에게 소개된 이후 국내 로맨스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떤 방식으로 우리에게 뿌리내렸나를 살펴보겠습니다. 국내 로맨스의 태동 1996년 이후 로맨스 출판은 두 개의 큰 전기를 맞게 됩니다.  우선 국내 최초의 로맨스소설 현상공모전이 시작된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1996년 할리퀸 로맨스 전문 출판사였던 신영미디어는 국내 로맨스소설 현상공모전을 시작합니다. 그 결과 1회 수상작으로 박윤후의 <노처녀 길들이기> (사진 왼쪽)가 세상에 선을 보입니다. (박윤후는 1997년 나라원 출판사를 통해 로맨스소설 <가을날의 동화>와 <백 번째 남자>를 출간합니다.) 그 후 1997년 제2회 신영미디어 공모전을 통해[…]

로맨스 이야기 (3) 국내 로맨스 돌아보기
박대일 / 2008-07-15
文學, 수렁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 / 조경란

[조경란이 만난 사람⑪],평론가― 김병익 文學, 수렁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 6월 마지막 주 금요일. 나는 장충동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그안’ 창가 자리에 앉아 김병익 선생을 기다리고 있다. ‘그안’이 처음 생겼을 때 나는 내가 아는 사람들을 자주 그곳에서 만났고 그곳의 음식에 찬사를 보냈고 거기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했다. 그 무렵, 한 오륙 년 전이었는데 유난히 약속 같은 것들이 많은 시기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는 훨씬 젊고 생동감이 있었고 소설에 대한 의욕이랄까, 열정 같은 것도 더 있었던 같고 만나는 사람도 있었다. 외출이 잦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책 읽는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원하는 사람, 좋은[…]

文學, 수렁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
조경란 / 2008-07-07
[알림] 2008년 7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

  연일 광화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을,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나는 진보인가 보수인가? 하는 질문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진보적이다’ 혹은 ‘진보주의’라는 말은 사회 모순을 변혁하려는 전진적인 사상이나 또는 그렇게 점차 발달하고 있는 모양을 가리키지요. 반면 ‘보수적이다’ 혹은 ‘보수주의’라는 말은 있던 그대로의 습관이나 전통을 중요시하여 그것을 지키려는 경향을 뜻합니다. 얼핏 들으면 둘 다 그럴 듯하여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제 이 질문을 진보와 보수의 목적은 무엇일까? 하는 것으로 바꾸어봅니다. 어떤 사람은 진보를, 어떤 사람은 보수의 성향을 선택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어느 쪽을 택해도 결론은 지금보다[…]

[알림] 2008년 7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 2008-07-01
육질의 ‘시선’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시 / 김신용&이기인

  <작가와 작가> 육질의 ‘시선’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시 대담 김신용(시인) 진행?정리 이기인(시인)   intro 지금은 새로운 시의 여행을 기다리는 시간 수의를 만들면서 찾은 시 내가 ‘새롭게 발견됐다’고요 웃지요 교도소 감방에서의 시공부 빈 몸뚱이 하나만 있으면 살아가지요 밑바닥 삶의 풍경을 보면 ‘피로’가 사라지지 상 못 받아도 좋아, 시 줄이고 싶지 않아 문단 몰라 난 혼자서 해 노동 지게꾼 품팔이라고 격하시킬 수 없잖아 아파할 수 있는 눈을 갖자고 쓴 시가 환상통 ‘몸’과 ‘집’의 이미지… 내 등짝 하나 누일 공간이 없었지 무수한 파지를 내면서 ‘쓴다’ 작살난 인생 시나 쓰고 죽자 비오는 날의 오후는 너무[…]

육질의 ‘시선’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시
김신용&이기인 / 2008-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