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뭐 할거니? / 문지효

 글 / 문지효 PART 1. 크리스마스이브, 그녀의 이야기  "크리스마스에 뭐 할 거야?"  교문을 나서며 은순이 물었다. 크리스마스는 나흘 남아있었고 서울에 머무를 날은 일주일이 남았다. 엄마와 아빠는 한 달 전에 이혼했다. 그래서 나는 고2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즈음 엄마를 따라 영국으로 갈 예정이다.  "그냥 집에서 정리나 할 거야."  "짐 정리 다 했다고 그러지 않았어? 옷도 다 싸버려서 입을 코트가 하나뿐이랬잖아?"  은순은 정확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조사 하나, 동선 하나 빠뜨리지 않고 오래 기억하는 능력. 우리 반 아이들 중 하나는 은순의 이런 기억력이 못마땅해 저주받을 기억력이라며 퍼부어댄 적도 있다.[…]

크리스마스에 뭐 할거니?
문지효 / 2008-06-03
김탁환의 <진눈깨비> 중에서 / 고인환

    이현용 김탁환의 「진눈깨비」에는 서사(이야기)와 서정(시) 사이를 길항(拮抗)하는 작가의 섬세한 내면 풍경이 음각되어 있다. 먼저, 이야기의 세계를 살펴보자. 화자에게 이야기의 세계는 ‘들판을 힘차게 달리는 나’와 ‘달리는 아이들을 텅 빈 교실에서 우두커니 바라보는 나’ 사이에 위치한다. 폐결핵에 걸려 ‘축구선수, 사냥꾼, 마라토너’ 등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열세 살’ 이후, 화자는 ‘주인공들이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는 이야기’의 세계로 빠져든다. ‘읽고 읽고 또 읽다가 지치면 공책 뒷장에 이야기를 짓기도’ 한다. 이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들려준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처럼 모험을 떠나고 싶다고 할 때면, 어머니는 늘 ‘다 나으면 맘대로 하렴!’ 하고 응답한다. 이렇듯, 화자에게 이야기는[…]

김탁환의 <진눈깨비> 중에서
고인환 / 2008-06-02
[알림] 2008년 6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

 하나를 답하면 두 개의 물음이 돌아오고 두 개의 방정식을 풀면 네 개의 수수께끼가 생겨납니다. 아메바처럼 잘라도 죽지 않는 단서와 단서들. 세계는 결국 정의되지 않을 것입니다. 영원히 배수로 늘어나는 모순의 풀밭이겠지요. 그러고도 남는 저 밤하늘 수천수만 개의 질문을 망연자실 올려다보며, 다시 문학을 묻습니다. 사랑이 계속되는 한 영원히 사랑에 던져질 질문처럼, 마음이 한 켤레 한 켤레 앞서 먼 길에 촛불의 능선 어디쯤 버려집니다. 김애현의 소설은 이혼남의 짧은 삽화를 통해 누구나 외로움의 극지에서 화이트 아웃을 처형처럼 맞이할 수 있음 보여줍니다. 전혜정의 소설이 그리는 낯선 공간은 우리의 뒤통수에 매달려 있습니다. 그곳은 절대적 권세의 허위와[…]

[알림] 2008년 6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 2008-06-02
내게 취미를 강권하지 말라 / 강정

 내게 취미를 강권하지 말라 강정 내 취미 있다면/ 땅이나 돌에 대한 것뿐/ 나는 언제나 공기나/ 바위나 석탄과 철을 먹는다 ― 랭보, 「지옥에서 보낸 한철」 중에서 열일곱 살 무렵, 위 시구를 처음 읽은 나는 열광했고, 곤혹스러웠다. 무슨 의미인지 도통 알 수 없었기에 읽던 책을 집어던졌고, 그럼에도 자꾸 뇌리에 떠올라 팽개친 시집을 도로 집어 들었다. 처음엔 곤혹스러움이 컸지만,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가중되는 건 열광의 강도였다. ‘땅이나 돌에 대한’ 취미 따위 그 당시 내게는 없었지만 ‘땅’이나 ‘돌’ 같은 것으로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모종의 열망 같은 것이 존재했기 때문이었을 테다. 그러니 자연 ‘공기’나 ‘바위’나 ‘석탄’[…]

내게 취미를 강권하지 말라
강정 / 2008-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