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 시인(2013)
구름과 새벽의 기원 / 유희경

  유희경     구름과 새벽의 기원       어항처럼 둥근 눈을 가진 구름의 새끼가 우는 소리를 새벽 첫차를 기다려본 자라면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다 병원 앞 정원에 피어난 키 작은 페츄니아들은 일종의 사건이다 꽃과 구름 사이로 가슴 흰 새가 가깝게 날아간다   새벽 첫차를 기다리며 토악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새벽이 얼마나 환한 물건인지 알 수 있다 도로는 그 새벽의 가슴을 뚫고 늘 모두의 집 앞으로 달려가는 중이다 현기증은 걸음으로부터 회오리치고 나의 모든 신발은 바깥부터 안으로 닳아 없어진다 내가 걸은 모든 길은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다   엉덩이와 허리 사이 숨어[…]

구름과 새벽의 기원
유희경 / 2008-06-30
한 발짝 강가에서 / 이사라

 이사라 한 발짝 강가에서                  한 발짝 한 발짝 강이 다가온다 강가에 긴 발자국이 생긴다 오래전에 잘라버린 탯줄처럼 길고 긴 시간이 오래전에 잃어버린 엄마처럼 길고 긴 시간이 지금 흐르고 있다 언제나 강이 강을 낳고 사람이 사람을 낳고 언제나 강이 강에서 멀어지고 사람이 사람에게서 멀어지고 언제나 강의 발길은 질기고도 슬프다 슬프고도 질긴 저 늙은 엄마처럼 늙은 엄마 강물에서 한참을 주무신다 늙은 엄마 잠꼬대하는 강가에서 오래도록 물결들이 한 마디씩 불멸의 자장가를 불러 준다 길 위의 길 엉켜 버린 길은 사실은 한 길인데 언제나 저만큼 저기 있는 너와 여기 있는 나 사이에서 길이란[…]

한 발짝 강가에서
이사라 / 2008-06-30
무화과나무 열매의 계절 / 이제니

 이제니 무화과나무 열매의 계절 그 시절 나는 잘 말린 무화과나무 열매처럼 다락방 창틀 위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장례식 종이 울리고 비둘기 날아오를 때 불구경 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오빠는 일 년 내내 방학. 조울을 앓는 그의 그림자는 길어졌다 짧아졌다 짧아졌다 길어졌다. 넌 아직 어려서 말해 줘도 모를 거야. 내 손바닥 위로 무화과나무 열매 두 개를 떨어뜨리고 오빠도 떠나갔다. 기다리지도 않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되는 일은 무료한 휴일 한낮의 천장 모서리같이 아득했다. 오빠가 떠나자 남겨진 다락방은 내 혼잣말이 되었다. 열려진 창밖으론 끝없는 바다. 밤낮 없이 울고 있는 파도 파도. 주인을 잃은 마호가니[…]

무화과나무 열매의 계절
이제니 / 2008-06-30
효자손傳 / 정다혜

  정다혜 효자손傳 행복빌라 103호 세 들어 사는 일흔 한 살 이씨 할머니 슬하에 일곱 남매 두었는데 새 아들 입양했다 자랑이다 그 양아들 태어난 곳은 대륙이라 본적은 中國産 이름은 孝子라 제 몸에 새겼으니 겨울이 오면 혼자 사는 외로움보다 등이 더욱 가려웠던 이씨 할머니 이제 새 아들 孝子가 등 긁어 드린다 하루 24시간 제 어미 곁을 떠나지 않으며 시린 등 사는 외로움 박박 긁어 드리니 과연 효자 중의 효자로다 일 년 내내 얼굴 보기 힘든 아들 며느리 딸 사위 전화통에 대고 사랑한다고 청개구리 새끼들처럼 합창하지만 누구 하나 찾아와 등 한 번[…]

효자손傳
정다혜 / 2008-06-30
여름 풀 / 최정례

 최정례 여름 풀  당신의 눈길 잠깐 스치고 여름 가을이 갑니다. 여름 풀 무성하다 쓰러지고 눈 내립니다. 혈육과 이별할 일 상상만 해도 눈물 솟지만 당신과는 늘 버릇된 일이라 멀리 있지만 가슴 속에도 쓰러져 있지요. 천둥 벼락 치는 한 십년 또 흐르면 당신 눈길 희미해질 테고 아주 잊어버렸다가도 또 한 번 스쳤으면 바라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여름산 솟고 가을강 깊어지듯 당신 눈길 내 속에서 더 그윽해집니다. 그 우박 치던 눈빛 상상 속에서 내 것인지 당신 것인지 알 수 없게 될 쯤에도 또 여름 가을 갑니다.   우리나라  공원에 개양귀비 피었다 안개꽃과 어우러져 개양귀비[…]

여름 풀
최정례 / 2008-06-30
[알림] 문장의 대문이 바뀌었습니다. /

문장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해마다 6월만 되면 저희 ‘문장’에서는사이트 오픈을 기념하기 위한 크고 작은 이벤트를 마련하곤 했는데요.올해도 역시, 3주년을 자축하는 여러 가지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우선,오늘(6/25) 오후 3시부로‘문장’ 사이트의 디자인이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아주 크게 변화된 건 아니지만, 늘 보던 화면과는 왠지 다른 모습, 어떠신가요? 맘에 드시나요? ㅎㅎㅎ  오는 6/27에는 문장 블로그의 대문도 새롭게 바뀔 예정이고요.7월에는 글틴과 웹진의 대문도 차차 새 모습을 선보일 계획이랍니다~회원 여러분의 많은 격려와 관심, 기대할게요.  그리고,문장 오픈 3주년을 자축하는 ‘사은 이벤트’도 이제 조금 후 문을 열 예정이랍니다. 회원가입, 깜짝퀴즈, 테마글쓰기, 제9회 동서커피문학상 참여 이벤트에서 출판사가 참여하는 신간도서 홍보 이벤트까지…![…]

[알림] 문장의 대문이 바뀌었습니다.
/ 2008-06-25
제 3회 복숭아문학상 공모 /

 제3회 복숭아문학상 공모    장호원의 [세계 일등 복숭아-황도]를 널리 알리고자    청미문학회에서 주관하는 제3회 복숭아문학상 공모에    많은 분들의 응모를 바랍니다.       ● 공모 장르 : 복숭아를 주제로 한 시, 수필(12매 내외)  ● 응모 자격 : 제한없음    ● 심사 : 심사위원은 추후에 발표   ● 마감 : 2008년 8월 30일   ● 발표 : 2008년 9월 15일 청미문학회 홈페이지 ( http://cmpen.co.kr )                ● 시상   – 대   상  1편 (상패 및 상금 30만원)   – 우수작  5편 (상패 및 황도  1상자)   ● 원고 접수 및 기타   1. 응모작은 청미문학회 홈페이지( http://cmpen.co.kr )에서 온라인으로만 접수합니다.   2. 기 발표된 원고는 당선작에서 제외합니다.   3. 입상작은 복숭아축제 때 시화로 제작 전시합니다.   4. 응모시에는 원고 말미에 반드시 주소와       연락 전화번호를 명기하여 주십시오.   ● 문의 : 017-411-5757      청미문학회  후원 : 이천시청, 경기동부과수농협

제 3회 복숭아문학상 공모
/ 2008-06-23
김윤영의 <타잔> 중에서 / 고인환

    최아영 김윤영의 「타잔」은 영화 주인공 ‘타잔’을, 꼭 그만큼이나 아련해진 근대 서사의 자의식과 절묘하게 포개놓은 작품이다. 작품을 읽는 내내 ‘타락한 사회에서 타락한 방식으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서사 양식’, 혹은 ‘현실 속에서 현실 너머를 꿈꾸는 서사의 모순된 운명’ 등 문학사회학의 고전적 명제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듯, 「타잔」은 새로운 서사 양식에 대한 실험이 범람하는 오늘날, 우리의 삶은 여전히 근대 서사 양식에 매여 있다는 사실을 고통스럽게 환기하는 작품이다. 화자는 우리 시대의 ‘타잔’을 관찰하고 있는데, 이 ‘미워하기 힘든 인물’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차분하게 곱씹고 있다. 화자는 ‘부잣집 막내아들’이자 캄보디아 여행 가이드이다. 자칭 현실주의자이다. 그는[…]

김윤영의 <타잔> 중에서
고인환 / 2008-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