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계속되는 한 영원히 문학에 던져질 질문들 / 신용목

  문학이 계속되는 한 영원히 문학에 던져질 질문들 신용목 하나를 답하면 두 개의 물음이 돌아오고 두 개의 방정식을 풀면 네 개의 수수께끼가 생겨납니다. 아메바처럼 잘라도 죽지 않는 단서와 단서들. 세계는 결국 정의되지 않을 것입니다. 영원히 배수로 늘어나는 모순의 풀밭이겠지요. 그러고도 남는 저 밤하늘 수천수만 개의 질문을 망연자실 올려다볼 뿐입니다. 이곳은 ‘말하는 자’의 땅이지만 이제 누구도 말을 독점할 수 없습니다. 미친(자들이 먹인) 소의 등에 타고 ‘말’들이 날뛰는 밤들입니다. 채찍의 긴 혀 어디에 거짓의 검은 심장이 어둠을 퍼올리고 있을까요. 다시 문학을 묻습니다. 사랑이 계속되는 한 영원히 사랑에 던져질 질문처럼, 마음이 한 켤레[…]

문학이 계속되는 한 영원히 문학에 던져질 질문들
신용목 / 2008-05-30
2008 서울, 젊은 작가들 참가기 / 신용목

  2008 서울, 젊은 작가들 참가기 신용목 1. 작가들, 그리고 축제 모든 만남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어떤 만남은 전쟁의 재앙을 낳기도 하였고, 어떤 만남은 한 세계의 종말을 불러오기도 하였다. 역사상 한 문화 공동체의 결정으로서 문명과 문명의 만남은 대체로 (오로지 힘의 논리에 의해) 기우는 쪽 문명의 비극을 감수해야 했다. 아시아가, 아프리카가, 먼 아메리카가 그러하였다. 그러나 가해자로서 유럽을 설정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문화적 관점으로 볼 때) 그들 역시 자신들이 만든 비극에 대한 아픈 자성을 내적으로 두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집단화 된 욕망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처럼 은총일[…]

2008 서울, 젊은 작가들 참가기
신용목 / 2008-05-30
포기의 어려움 / 권리

  포기의 어려움 – 남미 여행기(4)                                        권리   칠레 북부의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San Pedro de Atacama)는 인구 5000명도 안 되는 작은 마을이다. 이곳은 볼리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그곳과는 놀라울 정도로 다르다. 마을 전체가 나른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새하얀 건물은 이곳의 명물인 산 페드로 교회(Iglesia San Pedro)다. 못을 하나도 쓰지 않고 단지 가죽 끈, 어도비 벽돌, 선인장, 진흙 등으로 지어진 이것은 내가 본 교회 중 가장 소박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낮에는 독특한 레스토랑과 바에서 맛있는 스파게티 향이 풍긴다. 그리고 별빛을 가려 버릴 정도로 눈부시게 빛나는 달이 까만[…]

포기의 어려움
권리 / 2008-05-30
‘이름값’에 대한 보고서 / 기정

  ‘이름값’에 대한 보고서  기 정 <낭독의 발견>이란 프로그램인데요? “ <남극의 발견>이요? 네? 아, <남북의 발견>이라구요?” “아니……시를 낭독하다, 할 때  <낭독의 발견>이란 프로그램입니다” “아~ <낭.독.의……발.견>! 이라구요?”  불과 1, 2년 전만 해도 섭외전화 한 통에 긴 설명이 필요했다. 제목을 제대로 알아차린 후에도 전화기 너머에선 몇 초 동안의 침묵이 흐르곤 했다. 텔레비전에서 낭독을 한다구? 도대체 정체가 뭐지? 낭독으로 뭘 발견한다는 거야? 현란한 볼거리로 넘쳐나는 텔레비전에서 정적인 낭독을 통해 뭔가를 발견하라니…….  분명 시작부터 낯설고 무모한 도전이었다. 게다가 방송 시간은 점점 밀려나 밤 12시를 훌쩍 넘겨 자릴 잡았으니 태생적인 불리함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이름값’에 대한 보고서
기정 / 2008-05-30
이 생의 접도(蜨道)를 따라서, 이생(異生)의 접도(接道)를 위하여 / 양윤의

 이 생의 접도(?道)를 따라서, 이생(異生)의 접도(接道)를 위하여  – 윤후명 소설에 대한 단상들 양윤의 윤후명의 소설은 펜이라는 오래된 주구(呪具)로 받아 적은 창세기이다. 윤후명은 소설의 시작이자 끝이 되는 삶의 전 여로(旅路)를 존재의 영점(零點)으로 삼는다. 길과 길이 맞붙어 있듯이 이생과 저생은 맞닿아 있다. 현재 속에 겹쳐 있는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하는 ‘경이로운 순간’은 근작 『새의 말을 듣다』(문학과지성사, 2007 – 인용 시 면수만 표시)에 수록된 소설들 속에서도 생략된 적이 없다. 여기서 인물이 느끼는 ‘교감’의 순간이나 ‘빙의’의 체험은 윤후명의 소설 문법으로 종합될 수 있는 구성 요소들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들은 윤후명의 소설 ‘자체’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조건이다.[…]

이 생의 접도(蜨道)를 따라서, 이생(異生)의 접도(接道)를 위하여
양윤의 / 2008-05-30
책바위 / 이은봉

  이은봉     책바위 우울 지렁이, 슬픔 내 안의 외뿔소 책바위 바위는 제 몸에 낡고 오래된 책을 숨기고 있다 바위 위에 앉아 그냥 벅찬 숨이나 고르다 보면 책의 흐릿한 글자들 보이지 않는다 표지가 떨어져 나가고 여기저기 갈피도 찢겨져 나가 자칫하면 책이 숨겨져 있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지금은 일실된 옛 글자로 씌어진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자꾸만 더듬거릴 수밖에 없다 홍당무처럼 낯을 붉히는 참식나무들의 마른 잎사귀들이나 귓가에 다가와 글자들의 뜻을 겨우 속삭여 주기 때문이다 더러는 멧새들이 날아와 하나씩 글자들을 짚어 가며 재잘재잘 뜻을 설명해줄 때도 있다 제 몸에 숨기고 있는 이 낡고 오래된 책의 내용이[…]

책바위
이은봉 / 2008-05-30
화이트아웃 / 김애현

  화이트아웃 김애현 1 개구리가 운다. 내리는 빗소리가 함께 뒤섞인다. [개구리 ?? 양서류 무미목(無尾目)의 참개구리과,…… 통틀어 이르는 말. 올챙이가 자라…….] 나는 사전을 덮는다. 폐 기능이 썩 좋지 않은 개구리는 피부 호흡에 의지한다. 축축한 피부는 대기 중 산소를 공급 받기에 좋은 상태다. 낮보다는 밤이, 맑은 날보다 지금처럼 비가 내리는 날씨가 개구리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니까 개구리는 지금 기분이 좋아서 우는 것이다. 숨 쉬기 편하니까. 손가락 사이에서 볼펜이 핑그르르, 돈다. 볼펜이 떨어져 책상 위에 구른다. 사전의 둔탁한 모서리에 맞아 멈춰 선 볼펜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한 때, 볼펜을 떨어뜨리지 않고 쉼 없이[…]

화이트아웃
김애현 / 2008-05-30
침묵 / 전혜정

 침묵 전혜정 우리는 양의 가죽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태양 아래, 그 눈부신 빛 가운데 자신의 두 발로 당당히 이 세상의 흙을 밟을 수 없는 인간들이었다. 우리는 기억할 수 없는 이전부터 인간임을 스스로 포기하기를 강요당한 이들이었다. 너희들은 인간이 아니다, 라고 그들은 말했었다. 왜, 라는 질문은 우리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그들이 그렇게 말했으므로. 우리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생각하려 하지마라, 만일 생각이 떠오르려 한다면 너희들의 머리를 날선 바위 끝에 힘껏 박아 버려라, 육신의 생명이 다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거라, 진정한 생은 육신의 죽음과 동시에 시작되리라…….   그들은 수없이 말했었다. 그들은 우리를 미개인, 이라고 불렀다.[…]

침묵
전혜정 / 2008-05-30
고딕시대와 낭만주의자들 / 강성은

 강성은 고딕시대와 낭만주의자들 뾰족한 첨탑 위에 갇힌 누군가 구름에 편지를 써요 그럴 때 구름은 검은 빗방울을 뚝뚝 떨어뜨리지요 구름의 얼룩진 편지를 읽는 어떤 이들은 울음을 멈추고 검은 강물 속으로 몸을 던집니다 도시엔 무서운 전염병이 돌고 녹색의 박쥐 떼가 공중을 날아다닙니다 창백한 입술을 잃은 자들은 곧 두 손과 머리털을 잃고 두 눈알과 심장을 잃었지요 점점 희미해져 우리는 우리를 잃었지요 당신과 나의 비밀 이야기는 입 속에서 입 속으로 공기와 밤의 중얼거림을 통과하고 얼룩진 편지는 얼룩 고양이가 물고 밤의 담장 너머로 사라집니다 우리는 내일의 날씨를 예측할 수 있지만 내일의 악몽을 점칠 수는 없었어요[…]

고딕시대와 낭만주의자들
강성은 / 2008-05-30
빵 굽는 타자기 / 김경주

김경주 빵 굽는 타자기 고양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갈 수는 없어요 고양이는 쓰다듬어 주면 멀미를 하는 동물이니까요 돌림병을 앓고 있는 타자기를 고치러 거리를 나섰죠 이제 이 도시엔 타자기를 치료하는 곳은 별로 없어요 내 타자기는 이상한 트림을 자꾸 해요 비명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빵을 사 왔어요             비명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빵을 뜯어 먹어요                      비명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나는 매일 밤 걸레로 욕조를 닦아요 이야기는 떠나고 욕조만 남은 문장을 쓰기 위해 비명  4월엔 덧니가 자랐고 5월엔 앞니가 부러졌어요 6월엔 송곳니에 설탕을 발라 주었죠   고양이가 죽었어요 죽은 고양이를 타자기에[…]

빵 굽는 타자기
김경주 / 2008-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