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라는 성지를 찾아가는 순례 / 윤후명&김도언

  <작가와 작가> 미(美)라는 성지를 찾아가는 순례 대담 윤후명(소설가) 진행?정리 김도언(소설가)  intro 근황 문청시절 자기를 찾아가는 길 끝없는 고행 우리는 식물 앞에서는 한없이 겸손해져야한다 다른 시각의 프리즘을 통해서 보는 눈 물음을 던지는 문학 문학의 달라진 위상 생략과 펼침의 조화 새롭지 않으면 소설이 아니다 동인 문장 젊은 작가들에게 아름다운 완성 한국 문학의 세계화 미화시킨 것은 진실이 없다  윤후명, 영원한 탐미주의자의 근황 김도언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느덧 선생님도 이순의 연세를 훌쩍 넘으셨는데 여전히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시면서 후배들한테 귀감이 되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더욱이 작년에는 「새의 말을 듣다」라는 작품으로 김동리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셨는데요. 늦게나마[…]

미(美)라는 성지를 찾아가는 순례
윤후명&김도언 / 2008-04-30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몇 가지 질문들 / 김미정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몇 가지 질문들 김미정 새삼 밥상 위가 문제되는 즈음입니다. 국제 곡물가 상승과 관련해서 식량 안보 위기 논란이 한동안 있었는가 싶더니, 조류 독감 파동이 올 봄을 강타하고, 다시 지금은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임박하여 광우병 공포가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이미 먹거리 문제는 경제적·외교적 실리 타협의 문제일 뿐 아니라 극단적인 생존의 문제로까지 와 닿게 된 것 같습니다. 이 불안이 어디에서 연원한 것인지 근본적으로 묻고 싶어지는 때입니다. 최근 생명윤리학자이자 『동물해방』의 저자로 알려진 피터 싱어의 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 『죽음의 밥상』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는데, 원제는 “The Ethics of What We Eat”입니다.[…]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몇 가지 질문들
김미정 / 2008-04-30
마라도 로망스 / 김서령

  마라도 로망스 김서령 “베트남에 몇 달 가려고 하는데 말이야, 생각보다 돈이 드네.” 나는 심드렁하게 끄덕였다. 가야지. 어디로건 가야지. 또 다른 세상을 보고 와야지. 이 어지러운 서울 바닥을 잠시 떠나 정말 글만 쓰다 와야지. 그렇게 큰맘 먹고 가방을 챙기다보면 달랑달랑한 예금통장이 뒷덜미를 잡기 마련이었다. 류외향 시인도 다를 바 없어서, 고민에 빠져 있었다. “니는 우예 그렇게 잘 돌아댕기노? 난 어디 한 번 갈라니까, 온갖 게 다 붙잡는다.” “일 년 벌고 일 년 논다 생각하면 돼요. 별 거 아니에요.” 혼자 키우는 강아지 두 마리를 한동안 돌봐줄 후배도 구해 놨건만 결국 류외향 시인은[…]

마라도 로망스
김서령 / 2008-04-30
정글 숲을 기어서 가자 / 권리

  정글 숲을 기어서 가자 ― 남미 여행기(3) 권리  당신은 도시가 좋은가, 시골이 좋은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후자 쪽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반대로, 도시가 좋다. 24시간 편의점과 밤새 영화를 볼 수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 좋아하는 책이 열권씩 꽂혀 있는 공공 도서관. 이것이 내가 도시를 좋아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시골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그 후에 비로소 도시가 얼마나 좋았는지를 깨닫기 위해서다.   아르헨티나의 대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 좋은 공기라는 뜻, 이하 BA)에는 멋진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은 여자의 발목을 타고 온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발목이 그토록 아름다운 줄 몰랐다.[…]

정글 숲을 기어서 가자
권리 / 2008-04-30
합창단 / 이민하

  이민하    합창단 빈 상자 가면놀이 묘지 위의 산책 합창단 우리는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내장과 허공 사이. 저녁과 아침 사이. 지금은 새벽 두 시입니다. 전쟁과 고요 사이를 사용하기 위해 우리는 소리의 약탈에 눈떴습니다. 소년들은 우측으로 소녀들은 좌측으로. 배급표를 받으려면 줄을 서세요. 행렬은 내일과 모레, 아빠들의 월급날까지 그리고 달의 빙벽까지 계속됩니다. 소년들은 소녀들의 샴푸 냄새를 채취하려고 발꿈치를 듭니다. 너무 자라서 죽은 언니들은 차가운 보름달 아래 안부를 적어 보냅니다. 편지를 읽기 위해 우린 문맹퇴치학교에 모이지만 말의 시취가 새지 않도록 이빨을 재갈처럼 물고 있습니다. 어둠의 도시락을 까먹는 무말랭이 같은 아이들을 먹여 살리려고 죽은 언니들은 부장품을 빼돌립니다. 우리들[…]

합창단
이민하 / 2008-04-30
공공의 적―게으름을 죽여라 / 구경미

공공의 적―게으름을 죽여라 구경미 1 나를 지금의 이 ‘게으름치료센터’에 집어넣은 사람은 할머니였다. 엄마도 반대하고 나도 반대했지만 할머니를 이길 수는 없었다. 삼십대 초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후부터 할머니는 집안의 제왕이 되었다. 제왕이 된 할머니는 그때 초등학생이던 엄마를 먹이고 공부시키고 결혼까지 시킨 다음 잠시 평민으로 돌아갔다가 이혼하고 갈 데 없어진 엄마와, 그 엄마에 딸린 나를 받아들이면서 다시 제왕의 지위를 되찾았다. 엄마가 할머니의 가게를 물려받은 뒤에도 집안의 권력구도는 바뀌지 않았다. 할머니의 곱창집을 팬시점으로 업종 변경한 다음부터 가게는 겨우 적자만 면하는 형편이었고, 할머니가 새로 재미를 들인 일수업은 사고 한 번 없이 잘 굴러갔다. 생활비가[…]

공공의 적―게으름을 죽여라
구경미 / 2008-04-30
산 너머 남촌에는 / 김인숙

산 너머 남촌에는 김인숙    참 이상도 하지. 그 기억이 왜 그렇게나 떠오르는지 모를 일이다. 서방이 죽었을 때의 기억은 물론이거니와 생때같은 자식을 잃었을 때의 그 생생하던 고통도 다 잊었는데, 잊었다기보다는 더 이상은 가뭇가뭇 잘 떠오르지도 않는데, 그놈의 바람, 귀밑을 스치는 바람이 불어오기만 하면 꼭 그 때가 생각나는 것이다. 좀 높은 곳의 창을 발돋움해 열다가도 문득, 베란다에 서서 아들이 퇴근할 때가 되었는가, 손주들이 귀가할 때가 되었는가를 흔들흔들 서서 내다보다가도 문득, 귀밑 흰머리 몇 올이 흔들리는가 싶기만 하면 난데없이 그때가 떠올랐다.   참 이상도 하지. 그것은 특별한 기억도 아니거니와, 그런 일이야 그이 인생에서는[…]

산 너머 남촌에는
김인숙 / 2008-04-30
연애왕 C / 박상

연애왕 C 박상 누군가는 나보다 매우 괜찮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매우 괜찮지 않다. 나는 오후 세 시의 어느 포장마차에서 여자의 스커트 속에 얼굴을 묻고 혀를 사용하고 있었다. 여자의 스커트 속에 막대사탕이나 호박엿이 있을 리는 없는데 어쩌다 내가 이런 시간에 여자의 어딘가에 혀를 사용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흔해빠진 저질이 아니라 괜찮은 사람이니까 최선을 다해 혀를 움직였다. 어떤 점에서든 괜찮아야 한다는 것은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자괴감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짓은 저질들이나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자 혀와 머릿속이 동시에 얼얼해졌다.  내가 여자와 함께 손도 잡지 않고[…]

연애왕 C
박상 / 2008-04-30
달의 노래 / 박강

 박강 달의 노래 잠깐 나는 정신을 잃은 것이다 웅얼대는 달빛 흔들리는 밤의 공기 당신의 조율은 얼음보다 차갑다 당신의 앰프는 흩어지는 구름을 바라보도록 설치되었다 자정이면 관중은 몰려들고 연주는 시작되었지 거북등 같은 손을 내밀며 당신은 나의 밴드 가입을 원했지만 지겨워 오프닝 무대를 부수고 싶어 미래로 탈주하자고 외쳐댔지만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악보는 벽지에 발라 버렸는걸 기타를 팔고 해변에 누워 구름과자 사업을 난 생각했다네 그래서 뭐 잘못됐단 말인가 함께 해안선을 잡아당겨 휘어진 오선지를 만든 것 고양이 수염을 모아 기타 줄을 엮은 것 부질없는 짓이야 안 그래? 폭설이 파도를 집어삼켰어! 당신에게 냉소를 퍼부어 주었지 우,[…]

달의 노래
박강 / 2008-04-30
1달러 / 손세실리아

 손세실리아 1달러 캄보디아 똔레쌉 호수엔 고무대야 쪽배 삼아 탁류를 종횡무진하는 아이들 삽니다 서행중인 관광보트 꽁무니 뒤따르며 바나나 완딸라 팔찌 완딸라 초상료 완따라 애걸하기도 하고 씨알 안 먹힌다 싶으면 부러 기우뚱 물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되올라 타는 곡예도 서슴지 않습니다 예쁜 언니 제발 완딸라 응? 절박합니다 막무가냅니다 물건은 사 주되 적선은 삼가라는 말 배부른 소립니다 배곯아 본 적 없어서 하는 말입니다 물 위의 집으로 돌아가는 소년 선장의 눈시울 수평선 저녁놀보다 붉은 걸 보니 오늘은 아무래도 공쳤나 봅니다 가시 돋친 말 사막에서 수백 년을 산다는 연성각 선인장 전시관에 옮겨와 수난입니다 연인들이 남기고 간[…]

1달러
손세실리아 / 2008-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