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책임의 매력을 느끼는 사람, 드라마 PD / 이기인

  가끔은 조간신문을 펼쳐들고서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작지 않은 고요를 맞이할 때가 있다. 새벽까지 펼쳤던 두툼한 책 속의 이야기보다도 훨씬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신문에서 한 장 도려낼 때이다.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둘러보면 가위로 도려낼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우리의 삶 속에는 많다. 새벽까지 읽었던 두꺼운 책을 쓴 어제의 작가는 이러한 삶의 파동을 감지한 후에 펜을 들었을 것이다. 새벽 공기를 한껏 들여 마신 눅눅한 신문지 속 활자들의 아우성이 식탁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을 붙잡아 식탁 위로 끌어올린다. 나는 어제의 이야기와 오늘의 이야기 ‘모두’를 그리워한다. 그래서 오늘의 방송 프로그램까지 다 훑는다.[…]

무한책임의 매력을 느끼는 사람, 드라마 PD
이기인 / 2008-02-12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통해서본 ‘죄와 벌’의 의미(2) / 김용규

『죄와 벌』은 죄보다는 오히려 벌에 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량으로만 보아도 그렇지요. 에필로그(끝맺음 말)를 포함하여 모두 7부로 구성된 이 방대한 작품에서 죄는 100쪽쯤 되는 1부에 다 드러납니다. 나머지 약 700쪽은 모두 그 죄에 대한 지옥체험과 같은 벌에 대한 설명입니다. 이 기나긴 소설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가 겪는 심리적 갈등과 고통을 통해 죄에 대한 벌이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지를 생생하게 그려내는 데에 가진 힘을 다 쏟았지요. 그 결과 독일의 위대한 철학자 니체도 “도스토예프스키는 내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었던 단 한 사람의 심리학자였다.”라고 경탄했답니다. 또한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을 쓴 러시아 출신의 소르본 대학 문학교수인[…]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통해서본 ‘죄와 벌’의 의미(2)
김용규 / 2008-02-12
숙녀를 만나다 / 조경란

[조경란이 만난 사람]⑨- 現代文學, 양숙진 주간 숙녀를 만나다 누군가 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싶은 날 장편소설을 끝내자마자 뭣에 홀린 듯이 사흘 만에 단편소설을 한 편 쓴 적이 있다. 몇 달 동안 매일 매일 앉아 왔던 책상을 떠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미리 구상해 둔 게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아무려나 내 소설 중 가장 분량이 짧고 명랑한 그런 소설을 썼다. 그게 지난 가을의 일이다. 그 후 책상 앞에 앉지 못했다.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 단편소설을 쓰고 싶었을 거다. 한번 책상 앞을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리고 애를 써야[…]

숙녀를 만나다
조경란 / 2008-02-11
[알림] 2008년 2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

 지난 2007년은 한국문학의 정체성에 대해 사뭇 비장하게 고민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례로, 민족문학작가회의가 ‘민족문학’에서 ‘한국문학’으로 명칭을 바꾸었던 것도, 현판을 새 것으로 바꾸는 것 이상의 상징성을 띤 사건이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연말에 몇몇 주요 문예지들이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관계를 화두로 삼았던 것도 이런 맥락과 함께 놓고 보면 흥미롭습니다. 문학은 분명 인간의 지적, 정서적, 감각적 교류형식의 하나입니다. 따라서 그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꺼이 누릴 수 있는 자유로운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때, 다음과 같은 질문은 우리의 기대감을 가로막고 있는 알파와 오메가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문학은 언어, 자본, 국경의 존재구속성에서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어쩌면[…]

[알림] 2008년 2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 2008-02-01
아리의 블루베리 케이크 / 윤효

 아리의 블루베리 케이크 윤효 1 “네 위가 안 좋아서 먹지도 못할 텐데 아무래도 괜한 짓을 하는 것 같애. 어떤 재료를 써도 케이크는 몸을 달래 주는 음식은 못 되는데. 달래 주기는커녕 몸 구석구석을 침처럼 자극해서 모든 감각을 일깨워 버리지. 난 모양도 맛도 마음에 쏙 드는 케이크를 먹고 나면 뱃속이 봄꽃들이 잔뜩 핀 남한강처럼 출렁거리는 것 같아. 그걸 달래 주려면 또 칼칼하게 개운한 무언가를 먹어 줘야만 해. 뭐, 그래도 한 끼 굶는 걸 감수할 정도의 매력은 있지만.” “다 먹으면 되지. 살이 쉽게 찌는 체질도 아니면서.” “아, 아냐, 내가 얼마나 쉽게 부푸는데…… 우리[…]

아리의 블루베리 케이크
윤효 / 2008-02-01
충격의 땅 / 권리

  충격의 땅 ?중동, 아프리카 편 권리      터키의 3다(三多)는 고양이, 남자(특히 말 거는 남자), 그리고 터키 국기다. 우선 ‘이스탄불 고양이’란 말이 왜 사전에 등재되지 않았나 궁금해질 정도로 이스탄불은 고양이 천국이다. 나는 고양이보다는 개를 더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이렇게 많은 고양이를 보고 나니 어쩐지 고양이를 한번쯤 좋아해 볼 만하단 생각이 든다. 고양이보다 더 많은 것은 ‘친구’를 외치는 터키 남자들이다. 터키부터 시작한 중동 여행에서 나는 수많은 남자들과 만났다. 호텔을 지날 때 미스터 모하메드?사실 이름은 모르지만 이렇게 부르면 대체로 두 셋은 뒤돌아본다?는 내가 쓰고 있던 모자를 빼앗아 갔다. 그는 모자를 어디서 샀냐는[…]

충격의 땅
권리 / 2008-02-01
고은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 한원균

고은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한원균 1. 요약 고은은 첫 시집 『피안감성』(1960)부터 최근 시선집 『어느 바람』(2002), 시집『부끄러움 가득』(2006) 그리고 연작시 『만인보』(1986?2007) 26권 등 100권이 넘는 시집, 산문집, 소설집을 출간하였다. 일단 집필의 분량은 한국 근대문학 사상 전례가 없는 경우에 속한다. 이는 글쓰기에 관한 한 ‘광기’의 작용이 아닌가, 라는 평을 들을 만한 요인이다. 그의 초기 시는 허무주의와 죽음에 대한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작고한 평론가 김현이 탁월하게 지적했듯이 그의 허무주의는 ‘누이 컴플렉스’로 요약되는 일종의 시적 장치였다. 하지만 1950년대의 전후 폐허를 딛고 문단에 새롭게 등장한 신세대로서의 세대의식과 당시 유행하던 모더니즘적 제스처 또한 그의 시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고은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한원균 / 2008-02-01
2월의 초입에서 / 김미정

 2월의 초입에서 김미정 2월을 맞았습니다만, 아무래도 음력설을 앞두고 있으므로 2008년을 한 번 더 맞이하는 기분을 느끼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다가올 음력설을 핑계 삼아 잠시 지난 연말 잡감(雜感)으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2007년은 한국문학의 정체성에 대해 사뭇 비장하게 고민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례로, 민족문학작가회의가 ‘민족문학’에서 ‘한국문학’으로 명칭을 바꾸었던 것도, 현판을 새 것으로 바꾸는 것 이상의 상징성을 띤 사건이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연말에 몇몇 주요 문예지들이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관계를 화두로 삼았던 것도 이런 맥락과 함께 놓고 보면 흥미롭습니다. ‘왜 새삼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이라는 큰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는 것일까.’ 방금 저는 흥미롭다고 표현했지만,[…]

2월의 초입에서
김미정 / 2008-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