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2008년 3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

 모든 사물은 어떤 위치에서도 한눈에 부감되지 않습니다. 전방위적으로 그것을 바라본다 해도 바라봄의 행위가 만드는 시간과 공간의 편차로 인해 우리의 인식과 시선이 배제시킨 범주 밖은 늘 존재합니다. 그 범주 밖의 영역이 문학을 불러일으킵니다. 끝없이 확정성의 감옥을 탈옥하는 것들. 그래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규정되기 이전의 상태이며 세계는 그 자체로 경이로운 발견 속에서만 제 형상을 드러냅니다. 이번호 소설은 현대 사회의 문제적 처소들을 잰걸음으로 찾아나서는 내용이 눈에 띕니다.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윤영수)은 폭력화된 타자의 한 극단을 보여준 사건을 피해자의 시선으로 쫓아갑니다. 「퍼플레인」(김규나)은 상처받은 개인의 특수 렌즈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자오에게」(조해진)는 점점 커져 가는 외국인(교포) 노동자[…]

[알림] 2008년 3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 2008-02-29
풀밭에 자라는 풀처럼 / 신용목

풀밭에 자라는 풀처럼 신용목 모든 사물은 어떤 위치에서도 한눈에 부감되지 않습니다. 전방위적으로 그것을 바라본다 해도 바라봄의 행위가 만드는 시간과 공간의 편차로 인해 우리의 인식과 시선이 배제시킨 범주 밖은 늘 존재합니다. 그 범주 밖의 영역이 문학을 불러일으킵니다. 끝없이 확정성의 감옥을 탈옥하는 것들. 그래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규정되기 이전의 상태이며 세계는 그 자체로 경이로운 발견 속에서만 제 형상을 드러냅니다. 자본화된 사회에서 사람살이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경제로 지칭됩니다. 따라서 행복한 삶은 경제적 빈곤과 소외로부터 일정한 자유가 확보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경제적 토대 구축을 위한 계획이 수립되고 진행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목표일 것입니다. 그러나[…]

풀밭에 자라는 풀처럼
신용목 / 2008-02-29
상상력은 명랑하다 / 권리

  상상력은 명랑하다 ?스페인, 칠레 편 권리 스페인하면 ‘열정’이란 단어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2시부터 5시까지 시에스타로 인해 상점들이 문을 아예 닫아 버리는 스페인의 모습은 ‘나른’이란 단어가 더 어울려 보인다. (도대체 9시에 출근한 사람이 세 시간 동안 사라지면 사장은 어떤 기분이 들까. 물론 그도 시에스타를 즐길 테지만.) 기대하던 플랑멩코 공연 역시 열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플라멩코 공연이 단순히 춤만 가리키는 것인 줄 알았다. 남녀 둘이 나와 캐스터네츠를 ‘딱딱’거리며 먼지가 날리도록 무대를 통통 뛰어다니는 모습은 얼마나 전형적인 모습인가. 하지만 전형적인 플랑멩코 공연은 무희, 가수, 연주가 3인이 기본이 되어 이루어진다. 나는 중저가의[…]

상상력은 명랑하다
권리 / 2008-02-29
문학 앞에서 우리는 자기동인과 열정을 갖고 있는가 / 이동하&장옥관

  <작가와 작가> 문학 앞에서 우리는 자기동인과 열정을 갖고 있는가 ―예술위원회 선정 ‘올해의 시/소설’ 수상자 특집 대담   대담 이동하(소설가), 장옥관(시인) 진행?정리 김미정(평론가), 신용목(시인)  intro 변화 더 자유스럽고 더 편안하게 미문에서 활기와 생기로 그러면서도 놓치지 않는 것들 어깨를 겯고 가는 동지들 큰 기교는 기교가 없다 시대에 따라 문학도 변신 젊은 세대들의 글쓰기 언어의 틈새를 찾아 문학의 멸종은 없다 문학에 대한 재능은 열정   2007년 우리를 동(動)하게 한 작가들을 만나다 신용목  2007년에 발행된 문학 도서를 대상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문학나눔사업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올해의 시에 장옥관 선생님의 『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가, 올해의 소설에 이동하 선생님의 『우렁각시는 알까』가[…]

문학 앞에서 우리는 자기동인과 열정을 갖고 있는가
이동하&장옥관 / 2008-02-29
박남준은 남자다! / 김이정

  박남준은 남자다! 김이정 시인 박남준의 별명은 남순이다. 작고 여린 몸매에 소년 같은 곱상한 얼굴, 솜씨 또한 웬만한 여자보다 더 곱고 빼어난 데다 뭇 생명들에 대한 연민으로 눈시울까지 자주 붉어지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남순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요즘 같은 겨울이면 그가 한 입에 꼭 먹기 좋은 크기로 얌전히 부쳐 내놓는 굴전과, 갓을 적당히 섞어 연자줏빛 색깔까지 딱 맞춰 담그는 동치미 생각이 간절해진다. 또 멸치국물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한 맛을 내는 그의 국수는 먹고 나면 그 맛이 오래 혀끝에 남아 급기야 마음에 각인돼 버린다. 뿐만 아니라 그는 누군가 사서 들고[…]

박남준은 남자다!
김이정 / 2008-02-29
꿈을 적다 / 이안

   이안    꿈을 적다 살구나무와 통하다 연필을 깎는 동안 유고시   꿈을 적다 꿈에서 나는 언제나 고향에 살았다 국민학교에 입학해서 표준어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어머이' '아부지' '성'을 버렸다 순하디 순한 '그랬어유'와 '야'를 버렸다 오가 언년이 흥기 주덕이 용각이 형을 버렸다 고등학교까지 교과서에 충실함으로써 고향과 관련한 모든 것을 스무 살 전에 버릴 수 있었다 나는 사람이었고 사람은 나서 서울로 가는 거였으므로 그 뒤 아버지 어머니도 가산을 정리해 상경하시고 젊은 아버지의 손수 지으신 고향집도 팔리고 헐렸다 그때부터 꿈에서 나는 언제나 고향에 살았다 아버지 어머니도 아니 계시고 들어가 살 집 한 칸 아니 남은 고향에서 아버지 어머니 대신[…]

꿈을 적다
이안 / 2008-02-29
자오에게 / 조해진

 자오에게 조해진 1 자오를 만나기 전, 나는 2층 카페의 창가 바에 앉아 맞은편 주택가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저 나무의 다갈색 잎은 원래 무슨 색이었을까. 붉은 색 지붕은, 길모퉁이에 서 있는 젊은 여자의 핑크 스커트는 내가 바라보며 인지하고 있는 그 색깔이 맞는 것일까.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내가 보는 세상을 신뢰할 수 없었고 한 마디의 말로 단정 지을 수도 없었다. 자오를 만나기 전, 그러니까 나는 그런 류의 인간이었던 것이다.   2137입니까? 어느새 다가온 자오가 내게 물었다. 그건, 내가 사용하는 핸드폰의 뒷자리 숫자 4개였다. 나는 꽤나 이런 일에 능숙한 여자처럼 거만하게, 아무런 감정도 싣지[…]

자오에게
조해진 / 2008-02-29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 윤영수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윤영수 1월 22일 화요일 오늘도 별일 없이 집에 돌아가게 되어서 어머니 감사합니다. 나무가시가 손에 박히지도 않고 멍든 데도 없어서 어머니 감사합니다. 오전에는 강동의 아파트에 침대 한 개, 오후에는 우리 공장에서 가까운 하남의 한 단독주택에 경대를 날랐는데 김 과장에게 야단맞은 것은 오전에 침대를 나를 때뿐이었습니다. “유순봉! 정말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미치는 꼴 보고 싶어! 하여간 공장에 가서 보자고. 돌아서면 일이 터지니 사람이 살 수가 있어야지.” 하지만 걱정 마세요 어머니. 공장에 돌아가서는 김 과장이 야단치는 것을 잊어버렸답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침대 배달을 떠날 때 김 과장은 내게 골조는[…]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윤영수 / 2008-02-29
퍼플레인 / 김규나

  퍼플레인                                                             김규나 이번엔 보라색이다. 눈부신, 섹시하고 아찔한. 내 머리는 지금 붉은 보랏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고급 뷰티 숍은 언제나처럼 인공 미인들로 가득하다. 잠깐 보면 입이 딱 벌어지게 완벽해 보이지만 5분도 못 되어 싫증나는 얼굴들이다. 똑같은 입술 두께와 비슷한 깊이의 쌍꺼풀, 자로 잰 듯 일치하는 턱 선의 각도. 명품을 입고 쇼윈도에 서 있는 마네킹과 다를 게 없다. 저런 인조인간들과 나를 비교하는 건 내 인격에 대한 모독이다. 귀족적으로 보이도록 코끝을 조금 올리긴 했다. 보다 완벽한 S라인을 위해 가슴에 생리식염수도 약간, 아주 약간 채워 넣었다. 요즘 세상에 그[…]

퍼플레인
김규나 / 2008-02-29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시게 / 하상만

 하상만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시게* 길을 가는데  누가 나를 불렀다  그 쪽을 한참 바라본다 아무도 없다  줄을 지어 날아오는 새들의 지저귐은 아니다  탈곡기에 몸을 넣어 옷을 벗는 콩들의 아우성도 아니다  이건 뭔가 소리는 없고 간절한 느낌만 있다 누가 나를 이렇게 애타게 부르나 웃고서 가던 길 간다 이 세상 어딘가 간절한 내 부름에 답하느라 이쪽을 바라보고 서 있는 사람 있을 것이다 * 바쇼 울음 책 속에 새가 운다 다른 쪽에서도 운다 대화하고 있다 자연 학습장에 갇힌 장닭이 운다 횃대에 올라앉아 한낮에 운다 아무도  따라 울지 않는다 인근에 닭이 없다 새벽에 울 필요가[…]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시게
하상만 / 2008-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