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식당 / 오봉옥

 오봉옥  민족식당 접대원 동무들이 나와 노래와 춤 솜씨를 뽐내고 있었다. 이웃집 할머니 같은 지배인 동지가 멀리서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나의 눈은 금세 고동치고, 나부끼고, 글썽였다. 요리사 동무나 주방장 동지의 딸이었을 터이다. 열 살 남짓 된 단발머리 계집애가 구석에 앉아 턱을 괸 손가락을 저도 모르게 잘근잘근 깨물면서, 제 손바닥의 지문이 갑자기 달라지기라도 한 것인 양 한참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무대 위 언니들을 슬금슬금 훔쳐보는 것이었다. 내일의 저와 맞닿을 작은 다리 하나 조심스레 놓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죽음 우리는 달빛과 달맞이꽃이 하는 은밀한 짓을 따라서 해 보았습니다. 난 꼴린 달이 소나기빛을 쏟아내듯이 그녀[…]

민족식당
오봉옥 / 2008-01-31
수오당 / 나종영

 나종영 수오당(羞烏堂)* 아름다운 것은 풍경이 아니라 사람이 걸어온 길이다 구례 산성리 절골에 가면 층층 세월의 켜를 이고 아름답게 늙어가는 고적한 집 한 채가 있었다 적요한 섬 안에 갇혀 있는 오래된 집 한 채, 목마른 까마귀 떼가 동천 하늘을 뒤덮고 적송 바람소리가 꽃살문을 훔치다 잦아들면 누마루에선 홀연 애끓는 단소 소리와 고금(古琴)이 한을 품어 우는 소리가 담장을 넘어 흩어지다 돌아오곤 했다 돌담장 아래 영산홍 봉오리가 멍울지거나 안개비 속에 뒤란 청청 대숲이 수런거릴 때면 아무도 오지 않는 절골 돌담길에 나와 무심히 치자빛 해넘이를 바라보는 흰 두루마기 노인이 적막하고 처연하기도 했다 흘러가는 것이 시간만이[…]

수오당
나종영 / 2008-01-31
날마다 설날 / 김이듬

 김이듬 날마다 설날 올해는 한 사람도 사랑하지 않으리 올해는 술을 줄이고 운동을 하리 계획을 세운 지 사흘째 신년모임 뒤풀이에서 나는 쓰러졌다 열세 살 어린 남자애에게 매혹되기 전 폭탄주를 천장과 바닥이 무지 가까운 방에서 별로 울지 않았고 별로 움직이지 않았다 날마다 새로 세우고 날마다 새로 부수고 내 속에 무슨 마귀가 들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주문을 외는지 나는 망토를 펼쳐 까마귀들을 날려 보낸다 밤에 발톱을 깎고 낮에 털을 밀며 나한테서 끝난 연결이 끊어진 문장 혹은 사랑이라는 말의 정의(定義)를 상실한다 설날의 어원은 알 수 없지만 서럽고 원통하고 낯선 날들로 들어가는 즈음 뜻한 바는 뺨에서 흘러내리고[…]

날마다 설날
김이듬 / 2008-01-31
노련한 손길 / 김소연

 김소연 노련한 손길 노련한 손길이 사과 한 알을 깎듯, 지구를 손에 들고 깎아서 만든 길, 그 길고 긴 길의 한쪽 끝에 한 개의 당신이, 또 한쪽 끝에 또 한 개의 당신이 서 있었네, 나는 아침마다, 굿모닝 키스를 하기 위해, 나는 밤마다 굿나잇 키스를 하기 위해, 하루 두 번, 두 개의 당신을 왕복했네, 길은 멀고 나는 바빴네, 그, 길고 지루한 길들 위에, 나는, 나 하나와, 나 하나와, 나 하나를 세워 두며, 바통을 잇는 달리기 선수처럼 땀에 취했네, 그 모퉁이, 모퉁이마다 무수한 내가, 서로 다른 냄새를 흘리며, 서 있던 나를 채록했네, 언젠간,[…]

노련한 손길
김소연 / 2008-01-31
추리문학의 세계(8)-추리소설의 트릭 / 권경희

(제8회-마지막)  (5) 시간을 이용한 트릭  알리바이 조작에는 일시(日時) 트릭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시계 자체로 하는 트릭은 너무나 많이 알려져 별로 신선미가 없다. 가령 피살된 사람이 차고 있던 시계가 파손되어 정지되어 있는데 그 정지된 시간이 3시 10분이었다. 따라서 ‘피살된 시간은 3시 10분이다’ 하는 따위의 추리는 너무 낡은 수법임이 틀림없다.클리스토퍼 부쉬(Clistop Bush)의 장편에서는 집안에 있는 모든 시계를 몇 시간 뒤로 돌려놓아 집안의 여러 사람이 외출 시간을 오인하게 하는 트릭을 쓴다. 범행을 한 뒤에는 시계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아 시간의 완전한 공백을 만든다. 그 때 집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착각한 시간을 수사관에게 증언하게 된다.시간 트릭은[…]

추리문학의 세계(8)-추리소설의 트릭
권경희 / 2008-01-30
눈을 감는다 / 박상률

  박상률    새벽 3시다.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한강다리 철제 난간 위에 누워 있다. 아니다. 하늘과 강물 사이에 있다. 아니다. 어둠 속에 있다. 세상은 온통 칠흑 같은 어둠이다. 가끔씩 자동차의 불빛이 번갯불처럼 지나간다. 그러나 어둠 속에 잠시 빛이 지나간다고 어둠이 지워지는 건 아니다. 그 빛 정도로 한밤중의 어둠이 걷힐 수는 없다. 게다가 머물 새도 없이 사라지는 빛이 어둠을 이길 리도 없다.눈을 감는다.눈을 감으나 뜨나 어둡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지금 이 순간 눈 밖의 어둠만이라도 느끼기 싫어 눈을 감는 것이다. 그러나 내 감은 눈의 영사막엔 하늘과 강물 사이의 어둠보다도 더 짙은 어둠이 펼쳐진다. 어둠[…]

눈을 감는다
박상률 / 2008-01-30
[문장] 제2회 문장 공모마당 연간 최우수상 수상 발표 /

안녕하세요.  제2회 문장 공모마당 연간 최우수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수상자 분들께 축하드리며, 문장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  [시] <저물녘>, 가문비 님 [소설] <외계로 간다>, 김상 님 [산문] <낙엽을 주우며>, 거석 님 [장르] <달은 너의 눈으로>, 파악 님  각 부문 심사평은 내일까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장] 제2회 문장 공모마당 연간 최우수상 수상 발표
/ 2008-01-24
[re]필자 소개에 김사과 작가가 두 개 있습니다. /

김사과 작가는 웹진에 두 작품을 게재하여 각각의 작품을 링크해 두느라 필자 소개가 겹쳐 있습니다. 개선토록 하겠습니다.===================================================================검색해보시면 알겠지만 김사과 작가 이름을 치면 두 개 나옵니다. 전체 페이지 넘겨보다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수정바랍니다.

[re]필자 소개에 김사과 작가가 두 개 있습니다.
/ 2008-01-22
[re]? /

1월 19일에 업로드 한 글이 없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방법의 검색인지…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면 확인하고 조치하겠습니다. =================================================================== 시 부분 페이지에서 보이지 않는 글이 몇 편 있습니다.1월 19일 올려졌던 글들 입니다. 검색을 하면 나오긴 하지만 페이지에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왠 일일까요? 

[re]?
/ 2008-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