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족들 / 이원

 이 원 폭주족들 텅 빈 심야의 길이 폭주족들을 매달고 허공을 지그재그로 내지른다 어제의 어제와 오늘과 또 오늘의 오늘로 뒤범벅된 시간이 폭주족들의 몸에 확확 불을 붙인다 기우뚱거리며 폭주족들이 몸의 속도를 높인다 허공 속에 뜨거운 알을 낳는다 뒤엉킨 경적을 비집는다 아카시아 향기가 길을 뚝뚝 끊었다 붙인다 한 무리의 폭주족들이 끊어진 길을 굉음을 내며 건너뛴다 뒤따라 달려오던 한 무리의 폭주족들은 끊어진 길속으로 빠진다 끈적끈적한 괴성과 경적이 함께 길속으로 묻힌다 봄밤이 눈물처럼 반짝이다 마른다 매몰의 시간을 잘 아는 길은 금방 아문다 시간의 만다라로 타오르며 폭주족들은 길을 꿀꺽꿀꺽 삼키며 달린다 하나의 길을 삼키는 순간 다시[…]

폭주족들
이원 / 2007-01-31
기억의 우주 / 이병률

 이병률 기억의 우주 고개를 든 것뿐인데 보면 안 되는 거울을 본 것일까 고통스레 관계를 맺은 기억들, 기억의 매혹들이 마지막인 것처럼 몰려오고 있다   이제 쓰거운 것이 돼버린 파문들을 단숨에 먹어치우고 끝내버리자는 것일까 하나의 지구를 녹이고 또 하나의 지구를 바꾸게 되었다 기억하고 있다면 기억하지 말라는 듯 우주는 새들을 풀어 놓았다 무엇으로 다시 천지를 물들일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한 듯 소멸하지 않는 기억의 우주를 쌓이고 쌓이는 외부의 내부를  어쩌자고 여기까지 몰고 와서는 안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해를 보면 어두워지는 달을 보면 환해지는 기억들은 왜 적막하게 떠돌지 못하고 우주에 스미는 것일까 사과나무 사과나무를 사야겠다고 나서는 길에[…]

기억의 우주
이병률 / 2007-01-31
가족 / 이규리

 이규리 가족 지난 밤 비에 물이 불었나 보고 오라 하니 아이는 나무의 키를 보고 왔다 물에 비친 나무의 키가 더 커졌다고 수척한 물 위에 왜 나무의 키가 더 커 보이는지 그 아이 비오는 날 마당에 나가 화분에 물을 준다 우산 쓰고 물을 준다 아이의 말을 알아들은 화분의 꽃들은 그것이 약속이란 걸 안다 비가 왔으니 물이 불었을 거라는 건 어른의 말 비가 와도 화분에 물 줘야 하는 건 아이의 약속 그 아이 통통 뛰어다니며 현관문이나 창문을 죄다 연다 비가 자꾸 안으로 들어오려 한다고 바깥에 젖고 있는 풍경들 자꾸 안으로만 들고픈데 안에[…]

가족
이규리 / 2007-01-31
이런 기사를 올려 달라….하는 요청을 해도 되나요? /

제가 가장 흠모하는 한국 작가가 강신재 선생님입니다.언제고 한번 직접 만나뵈었으면 했는데 이미 돌아가셨다더군요.제가 볼 때 강신재 문학의 본령은 단편에 있습니다.강신재의 장편들은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매우 세련되고 감각적이기는 하지만 단편들만큼의 깊은 울림을 주지는 않더군요.특히, <점액질>이란 단편은 읽을 적마다 매번 저를 뒤흔들어 놓는답니다. 강신재 선생님은 물론 문단에서 대단한 대접을 받으셨긴 하지만 그래도 그분의 문학성이 원래 받아야 할 인정을 받지는 못하고 잇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뭐, 그런 부분이야 제가 아쉬워하거나 말거나 달라질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요.음… 제가 지금 원하는 것은 강신재 문학을 전반적으로 한번 쭈욱 훑어보는, 말하자면 화가로 치면 '회고전' 같은 것을 웹진의 기사로 한번 다루어 주셨으면[…]

이런 기사를 올려 달라....하는 요청을 해도 되나요?
/ 2007-01-25
오지 않는 사람들 / 김이구

 김이구나는 스물두 살, 이곳에 묻힌 지 어언 50년이 됩니다.내 가슴에는 아직도 녹슬지 않은 소련제 총탄이 박혀 있어요.그 옛날 내가 쓰러져 숨을 거둘 때, 가슴과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는 마른 땅과 풀을 흥건하게 적셨지요.누군가가 황급히 야전삽으로 언 땅을 파서, 내 몸 위에 흙덩이를 던져놓고 사라졌어요. 내 고향 경상남도 합천에는 부모님이 아직 살아 계실까요. 나는 여전히 스물두 살이지만, 반백년의 긴 세월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다시 땅으로 불러들였겠지요.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벌써 거의 다 다시 땅으로 돌아갔을 거예요.나는 땅 속에서도, 그 땅으로 돌아온 그리운 얼굴들을 만나볼 수 없답니다.누가 나의 구부러진 허리를 펴주고, 내 가슴에[…]

오지 않는 사람들
김이구 / 2007-01-19
박완서의 <환각의 나비> 중에서 / 고인환

  최아영어머니! 그 이미지만 연상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대상이다. 필자의 어머니는 칠순의 나이에도, 새벽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혹, 건강을 해쳐 자식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까 두려워서이다. 남은 생의 대부분을 자식을 위해 바친다. 이렇듯, 자식은 어머니에게 늘 신(神)이다. 박완서의 「환각의 나비」는 어머니를 곱씹어보게 한다. 자식을 신(神)으로 모시는 어머니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혹은 참된 효란 무엇인가 되묻게 하는 작품이다. 여기, 치매에 시달리는 한 어머니가 있다.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세 자식을 억척스럽게 키웠다. 특히, 지방 대학의 교수가 된 첫째 딸 영주는, 어머니를 친구처럼 의지하며 허물없이 지냈다. 영주는 남자가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통념에 남동생에게 어머니를[…]

박완서의 <환각의 나비> 중에서
고인환 / 2007-01-04
아직도, 그러나 보석(保釋) 없는 유민의 시(詩) / 민영 & 신용목

  아직도, 그러나 보석(保釋) 없는 유민의 시(詩) 대담 민영(시인) 진행?정리 신용목(시인) intro 시를 접하게 된 계기 시의 형식에는 정답이 없다 당시와 아동도서에 대하여 앞으로의 활동계획 등단 50년, 그 반세기의 여정 신용목  《문장 웹진》 ‘작가와 작가’ 시간입니다. 오늘은 민영 선생님을 모시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민영  안녕하세요. 신용목  기억하실시 모르겠는데 제가 선생님을 처음 뵈었던 게 6~7년 전에 제가 실천문학사에 근무했을 때입니다. 이순화 편집장 주례도 서시고, 두루마기 입고 왔다 갔다 하실 때 처음 뵈었습니다. 그때부터 선생님을 생각할 때마다 단아한 느낌을 가졌던 것이 두루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민영  내가 원래는 단아하지 않은데 두루마기를 입어서 단아해졌다, 이런 얘긴가.(웃음) 신용목 […]

아직도, 그러나 보석(保釋) 없는 유민의 시(詩)
민영 & 신용목 / 2007-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