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웹진》과 함께, 따박따박 가을 복판으로 / 신용목

  《문장 웹진》과 함께, 따박따박 가을 복판으로 신용목 나무로부터 가장 멀어진 가지 하나가 어둠의 가장 깊숙한 곳을 찌르는 저녁입니다. 그러므로, 나로부터 가장 멀어진 생각 하나가 세상의 가장 깊숙한 곳을 찌르는 순간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오늘은 가을로부터 가장 멀어진 오늘입니다. 순간순간이 그 끝이고 난간 같습니다. 그 난간에서 파르르 떨며 세계가 찔려 있습니다. 머지않아 기억이 붕대를 들고 저마다의 세계에 문안을 가겠지요. 기꺼이, 환부를 보이며 웃어 줄 순간순간의 저녁이 지나갑니다.  누구는 잘못된 인연에 세상을 들었다 놓기도 합니다. 사랑과 치정의 묘한 경계가 저마다의 가십으로 다시 태어나, 물린 차례상 앞에서 음복의 안주로 질겅거리더군요. 또 멀리에선[…]

《문장 웹진》과 함께, 따박따박 가을 복판으로
신용목 / 2007-09-28
‘나는 뭘 하는 사람인가’ 에 대하여, 적적히 / 장석남

  ‘나는 뭘 하는 사람인가’ 에 대하여, 적적히 장석남 연못가에 앉는다. 땅을 한 자쯤 파 내고 벽돌을 시멘으로 이겨 붙인 연못이다. 물론 물은 솟는 물이 아니라 수돗물이다. 가히 명색뿐인 그런 연못이니 역설적이게도 더 귀하고 귀하여 안타까움마저 있다. 물이 이렇게 좋다. 아름다움이 있다. 달도 보고 소나무 그림자도 보자고 만든 것이다. 그 안에 배를 띄울 수는 없으니 이백의 그것이 될 수는 없으나 이백의 기우뚱한 자세를 떠올릴 수는 있다.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이렇게 맥없이 연못에 앉는다. 왜 앉는가? 이백이 되려고 앉는가? 수련 잎이 몇 떠 있다.   건너편에 세워둔 돌멩이에 물을 손으로 움켜[…]

‘나는 뭘 하는 사람인가’ 에 대하여, 적적히
장석남 / 2007-09-28
허위학력, 그 세 가지 이야기 / 김종휘

  허위학력, 그 3가지 이야기 김종휘 신정아 씨의 허위 학력 사건. 요즘 이 이야기를 꺼내면 적잖은 사람들이 진저리를 치거나 짜증을 부린다. 그만 하자고 지겹다고. 어쩌면 신정아 씨 사건은 이렇게 막을 내렸어도 족했을지 모른다. 자기 통제력을 상실한 한 개인의 허망한 출세욕이 빚어낸 미술계 내부의 씁쓸한 해프닝쯤으로. 해서 우리 모두 얻을 교훈은 이런 것이어도 과한 것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이 목말라한 그것이 너무나 매력적인 거짓의 유혹으로 다가와도, 그것을 취하는 일이 의외로 손쉽다 하더라도, 너와 나의 인격은 각자 그것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차원의, 성직자나 윤리학 교수님이 들려 주실 법한 잔잔한 성찰의 손거울 정도로[…]

허위학력, 그 세 가지 이야기
김종휘 / 2007-09-28
이름에 새겨진 물결무늬 자국 / 송승환

  신(神)이 흙으로 아담을 짓고 난 후에 아담은 에덴동산에서 무엇을 했을까? 수많은 동식물로 가득한 에덴동산에서 아담은 각각의 사물을 분별하기 위해 제일 먼저 사물의 이름을 지었을 것이다. 사과와 사슴과 사자. 강과 바람과 구름 등의 모든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명명(命名) 행위를 통해 아담은 언어를 탄생시켰을 것이다. 사물에 이름을 붙인 다음에 아담은 그 사물의 움직임과 상태에 대해 다시 명명했을 것이다. 곧 아담의 최초 언어는 명사이며 뒤이어 명사의 움직임과 상태를 표현하는 동사와 형용사가 탄생했을 것이다. 아담으로부터 기원한 이브는 아담의 언어를 배우면서 아담과 사랑의 밀어를 나누었을 것이다. 최초의 언어를 명명하고 그 체계를 구축하고 언어의 사용법을 타인에게[…]

이름에 새겨진 물결무늬 자국
송승환 / 2007-09-28
서재의 역사 / 김수림

  서재의 역사 ―백석의 「힌 바람벽이 있어」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 있어서의 세계와 문학 김수림 1. 藏書家 윤동주 1999년 민음사에서 출간된 『사진판 윤동주 자필 시고 전집』(이하 『자필』)에는 유족이 보관하고 있던 자필 원고를 비롯해서 시인 생전의 스크랩 자료, 밑줄이 그어지고 메모가 된 장서들의 사진 이미지, 그리고 그 책들의 목록, 직접 옮긴 백석의 시집 『사슴』의 필사본 노트 등이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것은 우리가 익숙히 알고 지내 왔던 개인 전집에 관한 통념과는 다른 형태로서 한 시인을 책 속에 담아 보여 준다. 즉 한 작가의 삶과 시대를 작품들로 생략?집약하면서 또한 그 작가의 작품[…]

서재의 역사
김수림 / 2007-09-28
일기를 쓰는 이유 / 문순태

  일기를 쓰는 이유 문순태  4월의 눈부신 햇살 아래 쪼그리고 앉아서 풀을 뽑는다. 한 달 내내 비가 오지 않아 땅이 단단하게 굳어 있어 잘 뽑히지 않는다. 바람은 가볍고 깔깔하다. 별장에 딸린 꽤 널찍한 묵정밭에는 온갖 잡초들이 우북하게 자라 있다. 내 생각 같아서는 제초제를 뿌렸으면 싶지만 별장 주인인 조 박사는 기어코 풀을 뽑아야 한다고 했다. 아침 먹고 시작해서 해가 정수리 위에 덩싯 올라오기까지 쉬지 않고 풀을 뽑았는데도 흙이 드러난 맨땅은 겨우 멍석 두어 장 넓이만큼이나 될까. 마당의 풀을 다 뽑자면 사흘도 더 걸릴 것 같다. 처음엔 이까짓 풀을 뽑는 일 정도야[…]

일기를 쓰는 이유
문순태 / 2007-09-28
새의 목소리 / 송경아

  새의 목소리 송경아 1. 사라져가는 것들 엄마는 왜 인터넷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걸까.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세 시간째 나는 이런 의문을 곱씹고 있었다. 곱씹는다는 말만으로는 모자라다. 의문은 분하고 억울하고 막막한 마음과 불안과 공포와 섞인 채 뱃속에서부터 가슴으로, 목으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 그 순간 누군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기라도 했다면 나는 부풀대로 부풀어 지쳐 버린 풍선처럼 그 자리에서 뻥, 하고 터져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려 주지 않았고, 아무도 내게 다정한 위로의 말 한 마디 건네주지 않았다. 그러자 그 덩어리는 부풀다 말고 제풀에 못 이겨 퍽석[…]

새의 목소리
송경아 / 2007-09-28
댄스댄스 / 정한아

  댄스댄스 정한아 아버지는 스위스에 있는 신부 학교 얘기를 자주 했다. 호숫가에 서 있는 고성(古城)과 그곳에서 생활하는 세계 부호의 딸들 이야기. 아침을 시작하는 섬세한 크로아 상 한 조각과 꿀을 타서 마시는 커피, 벨벳으로 만든 자주색 승마복, 날렵한 가죽 부츠, 밤색 애마가 좋아하는 각설탕과 고전문학을 주제로 하는 티타임, 삼중주의 실내악, 장밋빛 실크 가운, 열린 창문을 통해 보이는 별들…….   아버지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 모든 것을 약속했다. 나에게 가장 친절한 어른은 언제나 아버지였기 때문에 나는 그의 말을 전부 믿었다. 아버지는 내게 모든 걸 다 잃어도 품위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것만이[…]

댄스댄스
정한아 / 2007-09-28
미필적 고의에 대한 보고서 / 한지혜

  미필적 고의에 대한 보고서 한지혜 2년 만에 하이힐을 신는다. 7센티미터 높이의 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높이이기도 하다. 이 높이의 구두를 신을 때, 가장 경쾌한 굽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발끝에서 똑똑똑 경쾌한 소리가 울린다. 그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가볍다. 딱 이만큼의 높이에서 바라볼 때의 세상도 마음에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 시선과 같거나 낮게 지나간다. 그럴 때면 척추의 뼈마디가 모두 하늘을 향해 곧추선다. 누구를 만나도 두렵지 않다. 긴장감이 내 몸 속으로 찌르르 흘러내리고, 세상을 향한 의지가 맹렬히 끓어오른다.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바람조차 싱그럽다.   남편은[…]

미필적 고의에 대한 보고서
한지혜 / 2007-09-28
이별의 능력 외 3편 / 김행숙

  김행숙     이별의 능력 해변의 얼굴 다정함의 세계 코러스이별의 능력 나는 기체의 형상을 하는 것들. 나는 2분간 담배연기. 3분간 수증기. 당신의 폐로 흘러가는 산소. 기쁜 마음으로 당신을 태울 거야. 당신 머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알고 있었니? 당신이 혐오하는 비계가 부드럽게 타고 있는데 내장이 연통이 되는데 피가 끓고 세상의 모든 새들이 모든 안개를 거느리고 이민을 떠나는데 나는 2시간 이상씩 노래를 부르고 3시간 이상씩 빨래를 하고 2시간 이상씩 낮잠을 자고 3시간 이상씩 명상을 하고, 헛것들을 보지. 매우 아름다워. 2시간 이상씩 당신을 사랑해. 당신 머리에서 폭발한 것들을 사랑해. 새들이 큰 소리로 우는 아이들을 물고 갔어. 하염없이 빨래를[…]

이별의 능력 외 3편
김행숙 / 2007-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