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재와 문학 / 김미정

  공통재와 문학 김미정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면 더 이상 작가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이 말은 법적 소유권 문제라든지 한 작가의 창조의 고충을 모른 척해도 된다는 식의 말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혹자는 여기에 다음과 같은 말들을 덧붙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전기적, 역사적 사실과 작품을 분리시켜야 한다’, ‘독자, 수용자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이런 말들은 공히 생산―소비식 이분법의 사이클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예술, 문화 등을 소유와 교환과 소비의 자리에 놓고 있습니다. 이 말들은 개인의 전유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예술과 문화를 배타적인 사유재의 자리에 놓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눈으로 좇아 읽고[…]

공통재와 문학
김미정 / 2007-07-31
바위 하기 / 이진명

  바위 하기 이진명 작년 10월 하순 문예지 겨울호 원고로 ‘바위’ 시 6편을 써 넘겼다. 이상스럽게도 그즈음 느닷없는 ‘바위’ 시가 6편씩이나 써졌다. 바위에 대해 특별히 작정한 일도 없고, 관심을 기울여 오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갑자기 바위가 불려나와 써지는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비주얼과 환상, 신경증적이고, 쿨하다 못해 쿨쿨해야 하는 오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웬 구닥다리 무겁고 딱딱한 바위란 말인가. 난 역시 쉰 세대, 뒤로 가는 세대인가 싶어 스스로가 좀 안 되게 생각되기도 했다. 원고를 보내놓고는 바로 11월 첫째 주 아는 선생님께서 주선하신 산행을 즉흥적으로 따라나섰다. 그 산행의 리더는 아는 선생님의 친구분으로 암벽등반가였다.[…]

바위 하기
이진명 / 2007-07-31
지란지교를 꿈꾸며 / 조경란

  [조경란이 만난 사람 7] 소설가, 조성기 지란지교를 꿈꾸며 드디어 칠 년 동안 미루고 있던 장편소설을 쓰기로 굳게 결심하고 이른바 ‘잠수’라는 걸 타기 시작한 지 한 삼개월쯤 지난 것 같다. 소설을 시작하기 전에 가깝게 지내는 모 방송사의 한 PD를 집 앞에서 만난 적이 있다. 원고를 시작하기 전엔 늘 어딘가 끌려가는 듯한 심정이 되어 우울하고 잔뜩 긴장하고 있기 마련인데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위로하느라 그랬는지 어쨌는지 언제쯤 끝날 예정이냐고 묻더니 그 PD가 이젠 너무 체력을 믿지 마세요, 했다. 그게 꼭 더 이상 예전처럼 젊지도 않고 나이 들었다는 말처럼 들려 괜히 발끈해서는 체력을[…]

지란지교를 꿈꾸며
조경란 / 2007-07-31
내가 미술 경매를 하는 까닭 / 김남희

  내가 미술 경매를 하는 까닭 김남희 “네, 다음 작품은 인동욱 작가의 <세상 생각>이라는 작품입니다. 이번 옥션에서 가장 치열한 입찰이 예상되는 작품 중 하나인데요, 저희 옥션에서 팔리기엔 사이즈도 너무나 커서 미안한 생각이 다 드네요. 인동욱 작가는 집에 참 관심이 많은 작가입니다. 평생의 소원이 자신의 집을 직접 짓는 거라고 하고요, 평상시에도 작품 제작 외에는 아르바이트로 건축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기도 하고 거기서 영감을 얻어 또 작품을 제작하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작품의 대부분이 인간의 희로애락이 담겨있는 집의 형상입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 높고 낮은 언덕을 따라 자리 잡은 키 작은 집들이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는데요,[…]

내가 미술 경매를 하는 까닭
김남희 / 2007-07-31
‘사랑과 죄’의 인공적 탄생 / 복도훈

 ‘사랑과 죄’의 인공적 탄생 ―염상섭 장편소설 『사랑과 죄』다시 읽기 복도훈 연애와 돈 횡보(橫步) 염상섭(1897?1963)의 장편 『사랑과 죄』(1927?1928)는 뛰어난 연애소설이자 풍속소설이다. 『사랑과 죄』에는 작중 인물들의 사랑과 욕망의 갈등, 그리고 그것을 사회적 제도로 편입시키고 교정하려는 풍속의 의미가 매우 풍부하게 표현되어 있다. 염상섭은 『사랑과 죄』를 쓸 무렵인 1925년을 전후로 한 낭만적 사랑, 통칭 ‘연애’로 지칭되는 담론의 확산과 유행 속에서 이른바 현실주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그 당시, 염상섭의 고민은 낭만적 사랑의 열병을 어떻게 현존하는 사회질서와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으며, 그에 대한 해답으로 작가가 내놓은 바는 당대의 연애의 풍속에 대해 최대한의 거리를 두어[…]

‘사랑과 죄’의 인공적 탄생
복도훈 / 2007-07-31
구름 속으로 외 3편 / 김경인

  김경인    구름 속으로 물 아래에서 금요일에서 온 사람 지워지지 않는 페이지구름 속으로 외 3편 천천히 사라지고 있군 나는 조금 가벼워진다고 생각해 미끈거리는 꼬리를 싹둑 잘라내고 뒤죽박죽 흩어져볼까 지독한 냄새를 흘리며 나무는 이파리에 숨어 초록을 견디는데 나는 여전히 초록이 두렵고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 복면을 뒤집어쓴 새는 지겹지도 않나 봐 오래 전 목소리를 흉내 낸다네 또 무엇을 고백하려고 (앵무새야, 불룩한 주머니를 뒤지지 말아다오 성대가 잘리기 전에, 어서!) 내가 모르는 곳에서 당신은 자꾸 태어나지 그림자놀이 따윈 다 끝장난 줄 모르고 고백했다고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야 새끼를 가득 품은 눈먼 주머니쥐처럼 그물 속 새는 변성(變聲)을 거듭하며[…]

구름 속으로 외 3편
김경인 / 2007-07-31
귀비(楊貴妃), 배꽃에 지다 / 이병천

귀비(楊貴妃), 배꽃에 지다 이병천  서기 756년, 당(唐) 현종의 치세로 천보(天寶) 15년에 들어선 초여름, 섬서성 마외파(馬嵬坡) 지역에는 새벽부터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무릎 관절의 통증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난 황제는 등을 돌린 채 잠을 자고 있던 양귀비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밀어넣었다. 그러자 잘 익은 배의 향기가 황제의 후각까지 일깨웠다. 하루가 시작되면서 처음 맡는 냄새라서 황제는 그 달콤한 향을 기억해두기로 했다. 하지만 그 냄새는 어쩌면 귀비가 즐겨먹는 남방 과일 여지(?枝)의 향인지도 몰랐다. 아무리 황가의 피난길이라고는 하더라도 실제 만 리가 넘는 머나먼 곳의 여지까지 궁성 나인들이 다 챙겨왔을 리 만무하겠지만.   “쯔읍!” 피난길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귀비(楊貴妃), 배꽃에 지다
이병천 / 2007-07-31
매듭 / 남상순

  매듭 남상순                        1 식사를 마치고 출근을 위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설 때까지만 해도 할아버지의 여든네 번째 생신은 그냥 그렇게 끝나는 듯 보였다. 사실 말이 생신일 뿐 핑계 김에 그저 아침이나 같이 먹자는 게 그날 모임의 취지이기는 했다. 바쁜 시간이라 변변히 이야기 나눌 틈도 없이 음식을 나르면서 부산을 떨었지만 정작 여자들은 밥숟가락을 입에 대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남자들을 배웅해야 할 판이었다. 전화벨이 울린 것은 고모부가 먼저 가겠다며 현관에서 구두를 신고 있을 때였다. 공교롭게도 어머니가 수화기를 들었다.   “누구라고?” 노인네의 숨가쁜 음성이 자꾸만 높아졌다. 고모부는 어머니와 눈인사라도 나눌 요량으로 현관에 대기하듯 서[…]

매듭
남상순 / 2007-07-31
오래된 입덧 / 김서령

  오래된 입덧 김서령 나는 또 냉장고 앞에서 헉헉대고 있었다. 냉동실 맨 아래 서랍에는 국물을 내는 멸치가 봉지째 들어 있었다. 허겁지겁 봉지를 열고 코를 박았다. 굵은 멸치에서 비린내가 울컥 올라왔다. 킁킁. 아예 주방 바닥에 주저앉아 냄새를 들이마셨지만 한번 달아오른 가슴께는 여간해서 잠잠해지질 않았다. 이런 냄새가 아니야. 나는 봉지 속에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온종일 아무 것도 삼키지 못한 속이 헛헛했다.   “무어라도 좀 먹어야 할 텐데. 이러다 정말 사람 잡겠군.” 남편도 내 옆에 앉았다. 달걀옷 입혀 지진 두부 한 모와 함께 저녁밥 한 공기를 혼자 말끔히 비운 것이 새삼 미안해졌는지 나를 바라보는[…]

오래된 입덧
김서령 / 2007-07-31
물색환 / 안성호

 물색환 안성호 한 달째 물색환(物色丸)을 생각하고 있었다. 담배도 소용없었다. 창밖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사물의 색을 손가락으로 굴려 둥글게 만들어보았지만 몸 안에서 만져지는 것은 구슬처럼 둥근 환(丸)이 되지 못했다. 한약방 같은 곳에 전화를 걸어 알아도 봤고, 한의학 서적을 뒤적거리기도 했지만 교수에게 이것이 바로 물색환입니다,라고 말할 것은 못 되었다. 그렇다고 십전대보탕 같은 것으로 몸보신을 해서 사람의 머리가 맑아지고, 머릿속에 든 생각들이 잘 정리된 서랍처럼 정갈하다고 해서 문학과 통하는 건 또 아니지 않던가.    애초, 교수가 많은 문하생 중 하필이면 왜 날 지목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태 만에 걸려온 전화였을 게다. 교수는 대뜸[…]

물색환
안성호 / 2007-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