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다른 세상 꿈꾸기 / 이청준 & 천명관

  더 나은 다른 세상 꿈꾸기 대담 이청준(소설가) 진행?정리 천명관(소설가)    intro 천형 체험과 과정 속에서의 태도 더 나은 다른 세상 꿈꾸기 사상계 시절 열린 결말 이상향 찾기, 낙원 건설 문반 현대문학은 신한테 대들어보는 것 현대문학과 종교 영화는 광장예술, 소설은 밀실예술 산에 나무로 서있기 보다 숲으로 서있고 싶다 노벨상 최근 집필작품 씻김굿   천명관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청준  안녕하세요. 천명관  《문장 웹진》의 작가와 작가 코너 인터뷰를 위해 선생님을 만나 뵙는데요. 얼굴빛도 좋으시고, 바쁘실 텐데도 여전히 건강하신 것 같아서 보기 좋습니다. 이청준  고맙습니다.  호암상과 제비꽃 서민 소설상 천명관  최근에 선생님께서 ‘호암상’과 ‘제비꽃 서민 소설상’을 받으셨더라고요. ‘호암상’은 많이 알려진 상인데 ‘제비꽃 서민 소설상’이란 게 참 제목도 재미있고 정감이 있는데, 이 상이[…]

더 나은 다른 세상 꿈꾸기
이청준 & 천명관 / 2007-06-29
[알림] 2007년 7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

 가끔 세상 어디엔가 나와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나와 같은 또 다른 나. 그도 면발에 김치를 감아 국수를 먹고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 둥근 잠을 잘 것입니다. 어느 추억에선 그도 첫사랑을 했을 것이고, 별리의 아픔에 홀로 울었을 것입니다. 약간은 도덕적이고 약간은 비도덕적인, 그리고 약간은 순정하고 약간은 타락한 나처럼 약간은 잘난 체하고 약간은 비굴하게 살고 있을 그. 나 아닌 나. 그가 나의 분신이라 생각다가도 가끔은 내가 그의 분신이 아닐까. 먼 곳에 걸어둔 거울처럼 그를, 또는 이곳에 걸린 거울처럼 나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작가들은 자신의 또 다른 분신을 소설 속으로[…]

[알림] 2007년 7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 2007-06-29
삼학년 외 3편 / 박성우

  박성우   삼학년 오카리나 목도리 고추씨 같은 귀울음 소리 들리다 삼학년 외 3편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오카리나 노래하는 작은 거위 한 마리 기르고 싶어 잿빛 도는 하양 오카리나를 샀네 아무도 오지 않는 저녁 작은 거위가 들려주는 쓸쓸한 노래 듣고 싶어 잿빛 도는 하양 오카리나를 샀네 작은 거위가 들려주는 별빛 일렁이는 물결소리 달빛 밀고 가는 바람소리 외딴집 할머니 재운 불빛이 촉수를 나춰 물가로 내려오는 소리 발 담근 산그림자 가만가만 뒤척이는 저녁 강가에 앉아 끝끝내[…]

삼학년 외 3편
박성우 / 2007-06-29
시와 함께 했던 〈봄날의 꿈〉, 그 길에서 만나다 / 백은정

  시와 함께 했던 〈봄날의 꿈〉, 그 길에서 만나다 – 세종대왕릉 문학나눔큰잔치를 돌아보며 백은정 5월 18~19일, 여주 세종대왕릉에서 열린 문학나눔큰잔치에는, 주제공연〈봄날의 꿈〉이외에도 〈문장의 소리〉공개 방송, 〈시노래 모임 나팔꽃〉공연 등이 펼쳐졌고, 필자는 지난해 한강에서 열린 문학나눔큰잔치에 이어 주제공연에 참여하며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다. 봄 공연 첫날, 빗줄기가 가늘어지자 마무리 작업을 하던 모두의 움직임이 더욱 바빠졌다. 능침 위에서 이루어지는 마지막 장면의 리허설을 마친 뒤, 관계자들과 출연진들이 세종대왕에게 예를 올리는 것으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소나무를 병풍 삼아 설치된 간이 무대에서 진행되는 〈문장의 소리〉공개 방송에 마음이 갔지만 발걸음은 무대로 향했다. 전날의 리허설로 익숙해졌다 싶었는데, 조명을 거두니[…]

시와 함께 했던 〈봄날의 꿈〉, 그 길에서 만나다
백은정 / 2007-06-29
또 다른 ‘나’를 만나 웃고 생각하는 곳 / 신용목

 또 다른 ‘나’를 만나 웃고 생각하는 곳 신용목 가끔 세상 어디엔가 나와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나와 같은 또 다른 나. 그도 면발에 김치를 감아 국수를 먹고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 둥근 잠을 잘 것입니다. 어느 추억에선 그도 첫사랑을 했을 것이고, 별리의 아픔에 홀로 울었을 것입니다. 약간은 도덕적이고 약간은 비도덕적인, 그리고 약간은 순정하고 약간은 타락한 나처럼 약간은 잘난 체하고 약간은 비굴하게 살고 있을 그. 나 아닌 나. 그가 나의 분신이라 생각다가도 가끔은 내가 그의 분신이 아닐까. 먼 곳에 걸어둔 거울처럼 그를, 또는 이곳에 걸린 거울처럼 나를, 생각하는[…]

또 다른 ‘나’를 만나 웃고 생각하는 곳
신용목 / 2007-06-29
노마드의 시선, 타자의 시학 / 서지영

  노마드의 시선, 타자의 시학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서지영    1.  백석에게서 노마드의 영혼을 보다 백석은 우리에게 민족, 전통, 고향, 그리고 동양의 신화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 시인이다. 1936년 1월 20일 그가 발행한 시집 『사슴』은 평안도 북부 지역의 풍부한 방언을 바탕으로 관서 지방의 관습과 일상을 재구성하고, 전설?민담 등의 민속적 내러티브를 독특한 시적 스타일로 형상화함으로써 당대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김기림은 “『사슴』은 그 외관의 철저한 향토 취미에도 불구하고 주책없는 일련의 향토주의와는 명료하게 구별되는 모더니티를 품고 있는 것이다”고 하여 백석 시의 핵심을 간파하였다.1) ‘전통’(향토 취미)과 ‘모더니티’, 상호 이질적인 이[…]

노마드의 시선, 타자의 시학
서지영 / 2007-06-29
거룩한 발가락 / 노경실

  거룩한 발가락 노경실 1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 길 건너편에는 백 미터 정도도 안 되는 거리를 두고 편의점들이 줄지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건너편 동네는 세 블록이 모두 오피스텔 단지이기 때문이다. 나는 담배도 사고 시원한 캔맥주라도 들이키려고 슬리퍼를 끌고 집을 나섰다. 새벽 세시가 다 돼가지만 팔월 초순의 열대야는 악마의 발톱처럼 나의 목덜미를 바락 움켜쥔 채 놓아주지 않았다. 자정쯤에는 거의 가위눌림 상태가 될 지경이었다. 몇 번 욕실을 들락거린 다음, 새벽 한 시가 넘어서 겨우 잠이 들었는데 결국은 두 시간도 못 돼서 기분 나쁘게 더운 끈적거림에 진저리를 치며 일어났다. 지난 밤[…]

거룩한 발가락
노경실 / 2007-06-29
고산병 입문 / 해이수

  고산병 입문 해이수                             쿰부 히말라야의 희박한 산소 속에서 숨을 쉬는 느낌이 어떤지 아내는 궁금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고쿄 피크(Gokyo Peak, 5,357m)를 등정하고 내려온 다음 날, 나는 산장에서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 창밖에는 폭풍설이 몰아치고 야크 똥을 태운 무쇠난로 위에서 주전자의 물이 끓어올랐다.  ‘딱 이런 느낌이지. 상상해 봐. 지금 네 머리에 비닐봉투를 써. 그리고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목 부분을 끈으로 꽉 조여. 그 다음 호흡을 한다고 가정하면, 3,000m 지점은 비닐 봉투에 바늘구멍을 열 개 정도 냈을 때의 기분이고 4,000m 지점은 바늘구멍이 일곱 개, 5,000m 지점은 바늘구멍이 다섯 개로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고산병 입문
해이수 / 2007-06-29
남은 해도 되지만 내가 하면 안 되는 것들의 목록 / 이현수

  남은 해도 되지만 내가 하면 안 되는 것들의 목록                                                                                                   이현수                                    창문을 열자, 밖에서 불어온 바람이 방 안 공기를 밀어내듯 가르고 들어와 빠르게 서로 뒤섞인다. 창밖으로 얼굴을 내민 은영은 막힌 코로 짧고 세게 훅훅, 소리 내어 바람을 들이마신다. 봄바람은 상쾌하나 냄새는 나지 않는다. 혹시나 했다. 고등어를 졸이는 비리고 달큰한 냄새, 달래를 넣고 끓인 쌉쌀한 봄 된장 같은 밥 때면 흔히 아래층에서 올라오던 냄새가 바람결에 맡아질까 괜한 기대를 했다. 반찬 냄새 대신 웬 새소리만 요란하게 귓전을 두드린다. 한쪽 감각이 막히면 다른 감각이 예민해진다더니 후각을 잃은[…]

남은 해도 되지만 내가 하면 안 되는 것들의 목록
이현수 / 2007-06-29
고모들 / 김지현

  고모들 김지현 항아리가, 흔들렸다. 항아리 속에 들어앉아, 그 모양대로 똬리를 틀고 있는 놈은 햇살비단구렁이였다. 비늘이 흑갈색인지라, 햇살비단구렁이는 바람이 빵빵하게 들어간 고무바퀴처럼 보이곤 했다. 어두운 몸통이 빛을 받으면, 외려 예리한 빛을 되쏘며 요란하게 번쩍거렸다. 이것이 비단구렁이 앞에 ‘햇살’이라는 낱말이 덧붙여진 이유였다. 잠망경처럼, 햇살비단구렁이는 항아리 밖으로 머리를 꼿꼿이 쳐들고 사방을 두리번거리길 좋아했다. 그때마다 두 갈래로 찢어진 혓바닥이 놈의 주둥이에서 빠져나와 팔랑거렸다. 혓바닥의 분열된 두 끝은, 날카로우면서도 유연했고 가벼웠다. 놈은 ‘혀’로 냄새를 맡았다. 갈라진 혓바닥은 따분한 허공을 핥아대며 ‘숨은 냄새’를 감지하는, 일종의 직감처럼 돌아가는 더듬이였다. 항아리에서 기어 나온 놈이 똬리를 풀자, 길이[…]

고모들
김지현 / 2007-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