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2007년 5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

  존 케이지는 한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아닌 것nothing’에 대한 강연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는 실제로 이렇게 말했다고 하지요.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얘기할 테고, 오늘 내 강연의 주제는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내 얘기를 들어도 우리는 아무 데도 이르지 못하고,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얘기를 할 뿐이죠. 잠을 자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눈치 볼 것 없어요. 왜냐하면 난 여전히 아무것도 아닌 것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을 테니까요. 자리를 뜨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 우리는 여전히 어디에도 이르지 못한 채,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렇습니다.[…]

[알림] 2007년 5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 2007-04-30
질문들 / 조경란

         질문들                 조경란 개인적으로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는 건 여전히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아직 친밀하지 않은 사람과 대화를 해야 할 경우엔 그 어려움이 배가 되곤 하지만 더 알고 싶고, 호기심을 느끼게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땐 저도 어떻게든 매끄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애쓰곤 합니다. 그래서 늘 이 두 가지 질문을 히든카드처럼 조심스럽게 꺼내보곤 합니다. 좋아하는 게 뭔지 말해줄 수 있습니까? 당신이 잘하는 건 뭔지 궁금하군요. 네, 제가 좀 엉뚱한 데가 있거든요. 아무려나 처음에는 이 질문을 받은 사람들 대부분이 얼른 대답을 못하는 것이 좀 의외였고 뜻밖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친구로부터 먼저[…]

질문들
조경란 / 2007-04-30
여의도 저공비행 / 김이은

  여의도 저공비행 김이은 * ―대체, 어떻게 내가 여기에 있는 거지?  밑지름이 무려 육십사 미터나 되는 반구(半球) 모양의 돔형 지붕 위에 주저앉아 있는 일이란…… 생각해보자면 몹시 낯선 일이다. 게다가 날카로운 소리를 동반한 바람이 방향 없이 몰아닥치고 있다. 장의 가슴에서 토해져 콧구멍과 입가로 한꺼번에 새나온 날숨은 겨울 초저녁 하늘에 잠시 머물 뿐, 그마저도 도로 급하게 들이마시는 들숨 때문에 곧 사그라든다. 말하자면, 두려운 것이다. 빌어먹을 고소공포증 때문이야, 라고 중얼거리면서 장은 똥 싸는 자세로 쭈그려 있던 몸을 납작 엎드려 스파이더맨 자세를 취한다.   자세를 취하긴 했으나…… 그 다음은 어쩐다……. 장이 스파이더맨이라 생각한 자세는 오히려[…]

여의도 저공비행
김이은 / 2007-04-30
금강경을 옮겨 적다 / 황규관

 황규관  금강경을 옮겨 적다   결국 직장에서 팽개쳐지고 밤마다 금강경을 옮겨 적는다 어지러운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은밀한 생각을 갖기 위해서라면 너무 늦은 일일까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지금껏 내가 보아온 게 모두 허상임을 안다면 다른 세상을 살 수 있다는데 아침에 일어나 다시 뒷산을 걸어도 떡갈나무야, 나는 아직 아는 바가 없구나 분노보다도 슬픔에 익숙해진 이후라야 혼자 길을 갈 수 있을까 가난, 사랑, 바람, 잎사귀, 자벌레 이런 뭉게구름 같은 말들에 마음은 가는가 옮겨 적은 말씀이 가벼웁다 미워하되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고 사랑하되 사랑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 일 아직 아득하고 괴로운 일이니, 오늘 밤에는[…]

금강경을 옮겨 적다
황규관 / 2007-04-30
야외 공동식사 / 하종오

 하종오 야외 공동식사 체육대회 하는 동남아인 노동자들이 운동장 가 백양나무들 아래 자리 펴고 앉아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모국에선 늘 배가 고팠으므로 한국에서 식사할 때 비에트너미즈는 천천히 먹고 필리피노는 빨리 먹고 네팔리는 한번에 많이 먹고 타이랜더는 한번 더 먹고 미얀마리스는 골고루 먹고 스리랑칸은 편식했다 일본에서 수입된 휴대용 버너에 미국에서 수입된 쇠고기를 구워  중국에서 수입된 나무젓가락으로 집어 한 입 씹는 동안 동남아인 노동자들은 제각각 다른 공장에서 일본으로 수출되는 건어물 포장하는 자신을 잊고 미국으로 수출되는 과일 통조림 만드는 자신을 잊고 중국으로 수출되는 과자 굽는 자신을 잊었다 이렇게 모여 놀고 함께 끼니 들며 나어린[…]

야외 공동식사
하종오 / 2007-04-30
억압의 역사 / 김희업

 김희업 억압의 역사 ―새                               노크를 하세요 때때로 검은손 불쑥 내밀지는 마시고요 발기된 당신의 손이 나를 허공에 내세울까봐 두렵기도 해요 날개를 찾겠다고 새장을 더듬던 그 날 내게서 본 건 퇴화된 성기(性器) 나의 날개는 뜻밖에 작아져요 천사가 되기를 포기해야 하나 봐요    저쪽,  새장에서 연기가 피어올라요 누군가 백기를 흔들고 있네요 새장에서 꺼내줘야 할 텐데 문이 열리지 않아요? 그럼 날 수밖에,  감춰둔 날개를 펴봐요 오오 저런, 날개가 녹슬었다고요? 오늘은 생일 나를 밖으로 불러주신다면 그 대가로 당신을 멋진 새장으로 초대하겠어요 그곳에서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드릴게요 날 수 있다 날 수[…]

억압의 역사
김희업 / 2007-04-30
경성탐정록 (제1회: 운수 나쁜 날) / 한동진

   글: 한동진  //  원안: 한상진   설홍주는 대단히 특이한 친구다. 보통의 조선 사내는 열여덟이 되기가 무섭게 장가를 들어 스물이 되기 전에 애를 가졌지만, 그는 스물다섯을 헤아리도록 가정을 꾸리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결혼은 남성과 여성 모두를 공평하게 속박하며 인류 문명의 발전을 저해하는 제도였고, 전통적인 중매결혼은 조선의 발전을 가로막는 구태의연한 악습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자유연애를 찬양하는 것도 아니었다. 사랑이란 감정은 분노나 슬픔과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변덕이고, 여성과의 연애는 쓸데없는 시간낭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설 군, 설마하니 여성의 지적 능력이 자네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날 아침, 내가 커피를 홀짝이며[…]

경성탐정록 (제1회: 운수 나쁜 날)
한동진 / 2007-04-30
한 소녀가 울고 있네 / 이광록

  한 소녀가 울고 있네 ?어떤 나라의 미디어 스타    글 이광록 그림 임태규 #1. 서랍 속에서 그녀를 만나다. 나는 모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PD이다. 언제부턴가 난 책상을 잘 정리하지 않는다. 지금도 내 책상 위의 반은 잡동사니 쓰레기요, 반은 쓰다버린 기획서로 어지럽다. 촬영과 편집 같은 대다수 제작시간을 빼고 책상 앞에서 하는 일이라곤 언제 채택될지 모를 기획서를 끼적이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내 별명은 텍스트의 아트화를 꿈꾸는 기획서의 달인 ‘기달이’, 혹은 ‘귀달이’이다. 물론 현실은 정반대이지만. 웹2.0, DMB, WCDMA 등 방송과 통신이 헤쳐 모이고, UCC니 컨버전스니, 프로슈머처럼 급변하는 매체 환경과 더불어 불안한 공중파 사무실엔[…]

한 소녀가 울고 있네
이광록 / 2007-04-30
2007 문학나눔큰잔치 개최,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지난해 한강에 이어 문학나눔큰잔치가 다시 열립니다. 이번에는 무대를 여주 세종대왕릉으로 옮겼습니다. 행사제목은 "사랑하라 사람아"이구요 주요 프로그램은   1.연극연출가 김아라 선생의 복합장르음악극 <봄날의 꿈>   -5월 18~19일 저녁 7시 반   -출연: 정동환, 박상종 등   2.인터넷문학라디오 <문장의소리> 공개방송   -5월 18일 오후 5-7시 -출연: 은희경, 박범신, 말로밴드,소규모아카시아 밴드 등 3.시노래모임 <나팔꽃> 시노래 콘서트 -5월 19일 오후 5-7시-출연: 안도현, 김원중, 이지상,김현성,이수진,한보리, 어린이노래패 굴렁쇠 등  이밖에 pmp 등 푸짐한 상품이 걸린 한/글/만/세 4행시 이벤트가 열립니다. 그리고  문장회원 총 90명에 대해서는 5월 18일과 19일 양일간 행사장인 여주 세종대왕릉으로 직접 모실까 합니다. (문학나눔큰잔치 홍보페이지/참여마당/참가신청 게시판에 글을 올려주시면 됩니다)  아무쪼록 2007 여주 세종대왕릉 문학나눔큰잔치에 문장회원여러분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부탁드립니다. 문학나눔큰잔치 홍보사이트 바로가기 http://nanum.munjang.or.kr

2007 문학나눔큰잔치 개최,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2007-04-30
부시가 된 소년 / 권리

  부시가 된 소년 권 리 아침부터 빗소리가 요란했어. 아니, 그건 비가 아니라 총알 같았어. 고양이가 ‘야옹’하며 고인 물 위를 첨벙거리지 않았더라면 종일 총에 맞는 상상을 했을 거라고. 아냐, 저건 빗소리가 아냐. 너무 시끄럽단 말야. 혹, 전쟁이 벌어진 건가? 난 한 번도 전쟁을 지시한 적이 없는데. 믿어줘. 난 단지 업무에서 벗어나 하루쯤 편히 쉬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야. 아우, 이런! 회의에 늦었군! ……이라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몸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압박복을 입고 정신병원에 누워 있는 환자 같았다. 아니, 실로 그랬다. 나는 새송이버섯보다 하얀 빛깔의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눈밑에 점이[…]

부시가 된 소년
권리 / 2007-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