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문장 웹진> 2007년 2월호가 나왔습니다 /

  글을 쓰거나 말을 해봐도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자유롭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그림을 잘 그릴 줄 아는 사람이 부럽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괴테는 ‘우리는 보다 적게 말하고 보다 많이 그림을 그려야 한다. 나는 스스로 언어를 전부 포기하고, 타고난 본성과 어울리게 말해야 하는 모든 것을 스케치로 전달하고 싶다’라고 까지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코 글을 쓰는 것, 언어로 전달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작가입니다. 여기 《문장 웹진》의 독자들은 무엇보다 ‘언어’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지 않을 때 우리가 자신에게 정직할 수 있는 방법,[…]

[알림] <문장 웹진> 2007년 2월호가 나왔습니다
/ 2007-01-31
말로써 충분하지 않을 때 / 조경란

  말로써 충분하지 않을 때 조경란 르네 마그리트 전시를 보러갔다가, 한?불 수교 100주년 기념으로 열리고 있는 프랑스 작가 로베르 콩바스의 전시를 우연히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마그리트 전시가 기대에 못 미친 것도 아니었는데 이, 삼 층을 둘러본 후 그만 전시장을 나가려던 걸음을 돌려 별 기대 없이 일층에 들어선 순간, 어쩐지 눈이 확 트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우선 콩바스의 강렬한 색상들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파리의 크고 작은 미술관에서 그의 몇몇 작품을 본 기억이 납니다. 그 강렬한 색상과 화려한 색채 때문인지 다른 그림들과 함께 있어도 콩바스의 그림은 언제나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곤 합니다. 눈에 안[…]

말로써 충분하지 않을 때
조경란 / 2007-01-31
벨기에의 흰 달 외 3편 / 황학주

  황학주   벨기에의 흰 달  정해진 이별 버스 막 어두워지는 숲길벨기에의 흰 달 외 3편 정거장마다 지붕 선이 바이올린처럼 예쁘고 어딜 가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은 달에 가 있다 달이 물방울처럼 아름다운 브뤼셀은 가까워 오는가 정말 生에 가까운 것이 오려나 당신은 참 좋은 사람예요 갑자기 열차 창 쪽에서 선이 흔들리는 달이 말한다 죄를 사용했던 사랑만을 가지고 있으니 내가 다시 태어나면 여자에게 그렇게 잘해주는 남자가 되고 싶어요 다시 사랑 할 수 있다면 자기가 자기를 향해 뜨는 달의 뒷면 같은 데를 갖고 싶은 브뤼셀을 한 정거장 지나쳐버린 늦은 밤 뜻밖에 되돌아갈 곳이 생겼다 정해진 이별[…]

벨기에의 흰 달 외 3편
황학주 / 2007-01-31
30년을 쏘아 올린 작은 공 / 채윤일

  30년을 쏘아 올린 작은 공 채윤일 나는 무대 위에다가 詩를 쓰려고 했었지, ‘사회주의 선동선전극’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빨갱이 연극’이라니!                           1976년 당시 30대였던 정하연, 오종우, 문호근(작고), 채윤일 등이 모여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의 목소리로’ 라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소박한 명제를 내걸고 ‘창작극 시리즈’를 시작한 지도 벌써 30년이 넘었고, 본인도 지난해 환갑을 넘겼습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빨갱이 연극’이라고 내몰려 내 손으로 직접 ‘상연 포기 각서’를 써야 했던 27년 전과 오늘을 비교해 보면 여전히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요원해만 보이던 ‘민주화’가 되기는 되었구나 하는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저희가 ‘창작극 시리즈’라는 깃발을 내걸고[…]

30년을 쏘아 올린 작은 공
채윤일 / 2007-01-31
‘2만부 작가’ 백 명이 필요하다 / 김성신

 ‘2만부 작가’ 백 명이 필요하다 김성신 최근 한국문학은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 변화의 양상들이 긍정적이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2000년대에 들어와 한국 소설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은 급격히 사라져버렸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한국 작가들의 소설은 이제 찾아보기가 어렵다. 잘 팔리지가 않으니 자연 한국 작가들의 작품 생산량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는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이윤을 좇아야 하는 출판자본이 한국 소설에 대한 출간을 힘겨워하고 있으며, 어렵사리 출간했다 할지라도 독자들의 무관심 속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힘을 모으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한국의 소설문학이 급격한 퇴조를 보이며 내놓은 자리를 일본문학이 채우고 있다. 전체 판매량  면에서도 일본문학은 한국문학을 압도하고[…]

‘2만부 작가’ 백 명이 필요하다
김성신 / 2007-01-31
생성을 노래하는 새로운 방식 / 이경수

 생성을 노래하는 새로운 방식  ―허수경, 「물 좀 가져다주어요」 이경수 1 ‘개인’으로서의 ‘나’에 대한 자각은 우리 근대문학의 출발점에서 매우 중요한 인식이었다. 그러나 근대 초기의 우리 시인들에게 ‘개인’은 ‘국가’와 ‘민족’이라는 기반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이기도 했다. 나라를 빼앗긴 시대에 국가와 민족은 ‘개인’으로서의 나를 규정짓는 중요한 인식틀이기도 했던 것이다. 1920년대의 김소월, 한용운 등의 시에 등장하는 ‘님’을 시대적?역사적 상황을 괄호친 채 ‘사랑하는 대상’으로만 읽을 수는 없는 맥락이 거기에 숨어 있고, 1930년대의 정지용, 백석, 임화, 이상 등의 시에 나타나는 시적 주체에게서도 개인으로서의 ‘나’를 넘어선 민족과 국가―그것도 이미 식민화되어 언어와 문화마저도 위협받고 있는 식민지 지식인의 이중성[…]

생성을 노래하는 새로운 방식
이경수 / 2007-01-31
달을 향하여 / 김재영

  달을 향하여 김재영 하나, 희망은 죽음의 어둠 속에서도        별을 보고 사랑의 날개 짓을 듣는다                          -로버트 잉거솔 Robert ingersoll*              회현동 길로 접어들자 なべもの(나베모노), すき?き(스끼야끼), 南京飯店(난징환디엔) 같은 외국어 간판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한때 대연각 연회에 나가는 양동 아가씨들이 살던, 다다미방 달린 집들도 아직 더러 남아 있었다. 관광호텔은 아직도 일본인들을 상대하는지 パチンコ(빠친코) 글자가 크게 쓰인 입간판을 길가에 세워놓았다.   어딘가 부도덕한 기운이 감도는 골목이 내게 어린 날의 향수를 자극했다. 이 길 끝에는 어머니가 시립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사 가기 전까지 살았던 우리 집이 있다. 내가 일곱 살 되던 해였던가. 부모님은 덕호네 마당에 있던, 다[…]

달을 향하여
김재영 / 2007-01-31
무와 배추 / 박영희

 박영희 무와 배추 한 두둑에서는 속이 들고 그 옆 두둑에서는 철이 든다 한 두둑은 한 겹 한 겹 속이 차고 그 옆 두둑은 쑥쑥 밑이 든다 질세라 한 둔덕이 풍선만한 가슴으로 단내를 풍기면 옆 둔덕은 손목 크기의 말뚝을 박아댄다 한 둔덕은 위로 속이 차고 한 둔덕은 아래로 아래로 밑이 들어 한 입 베어 무니 한 둔덕은 상큼달큼하고 그 옆 둔덕 것은 콧구멍 싸한 매운 맛이다 틈 골목길 정사각형 보도블록 틈에 뿌리 내려 파르르 고개를 쳐드는 저것들, 어쩌면 나도 저 틈에서 생겨났는지 모른다 밀리고 밀리다 골목 안 어디쯤에 뿌리 내리려다 문틈에[…]

무와 배추
박영희 / 2007-01-31
매혹, 당초문 / 박흥식

 박흥식 매혹, 당초문 머리칼 젖은 누가 한 대야 나비물을 뿌리고 들어갔다 비누 향이 토실토실했다 술집이었는지 뉘 집 새댁이었는지  안채로 가는 門은 닫히지 않았고 예삿일이 아니었다 色의 덩굴에 휘감긴 나로서는. 너무 먼 길 너무 먼 길 흙먼지 매캐한 것처럼 자식으로서도 남편이나 애비로서도 너무나 멀어진 가는 길 울컥, 처음 만난 스치는 가지 가지 늘어진 버드나무가 젖어 있을 줄이야 몽두(蒙頭) 그 너무 먼 길.

매혹, 당초문
박흥식 / 2007-01-31
쓸모없는 녀석과 형태형성장 이론 101 코스 / 이승원

 이승원 쓸모없는 녀석과 형태형성장 이론 101 코스 내가 자란 동네에서는 엘비스도 천황도 집쥐 생식기만한 존재였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극단의 좌절은 하필 실연이지 그들이 꾸며 놓은 무대의 실상을 보자 버스기사는 소란스러워서 우울한 라디오로 수다와 광고와 음악 속을 헤엄치고 지하철의 긴 에스컬레이터가 내려간다 내려간다 하산하는 길 같아 굴을 타고 오는 빛과 소음 전동차 앉는 행위가 사유의 전부인 듯한 오래된 잿빛 인간들 쌀 중독자 해변에 원숭이 무리가 살았다 과학자는 실험을 가했다 악의 로봇을 때려 부순다? 한 번도 총 맞지 않고 끝나는 많은 세계 인류가 멸종하고 혼자 남은 소년은 쇼핑몰부터 가지 사망 운명 영면 몰[…]

쓸모없는 녀석과 형태형성장 이론 101 코스
이승원 / 2007-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