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웹진 문장> 10월호가 나왔습니다. /

 세계가 우리 내부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 우리가 부산, 광주, 대전, 대구를 발음하듯이 하노이, 울란바토르, 방콕, 파리, 프랑크푸르트, LA, 뉴욕을 발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그 지명들과 관련하여 여행자가 아닙니다. 그곳과 우리의 문화와 생활과 생계와 교육과 정치가 더 깊이 얽혀들고 있습니다. 그곳의 노동자들은 이 땅에 들어와서 낯섦과 설움 속에서 일하고 있으며, 우리 역시 의지를 불태우며 그곳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웃들은 그곳 사람들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며 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가 우리 내부로 들어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세계 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작가들은 끊임없이 몽골로, 독일로, 실크로드로, 캄보디아로, 페루로, 부탄으로,[…]

[알림] <웹진 문장> 10월호가 나왔습니다.
/ 2006-09-29
세계가 우리 내부로 들어오고 있다 / 장철문

 세계가 우리 내부로 들어오고 있다 장철문  세계가 우리 내부로 들어오고 있다. 몇 년 전까지 우리가 부산, 광주, 대전, 대구를 발음하듯이 하노이, 울란바토르, 방콕, 파리, 프랑크푸르트, LA, 뉴욕을 발음하고 있다. 거기에 더 이상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은 담겨 있지 않기 쉽다. 우리의 생활이며 생계 속에서 그러한 지명들은 발음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그 지명들과 관련하여 여행자가 아니다. 그곳과 우리의 문화와 생활과 생계와 교육과 정치가 더 깊이깊이 얽혀들고 있다. 그곳의 노동자들은 이 땅에 들어와서 낯섦과 설움 속에서 일하고 있으며, 우리 역시 의지를 불태우며 그곳으로 떠나고 있다. 우리의 이웃들은 그곳 사람들과 결혼을 하고[…]

세계가 우리 내부로 들어오고 있다
장철문 / 2006-09-28
한국소설 속 아시아 담론 / 최재봉

  한국소설 속 아시아 담론 최재봉 1 ‘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 ‘한국의’ 문학이라고 우선 답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한국의’란 정확히 무슨 뜻일까? ‘한국인이 한국어로 쓴’이라는 것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답변이리라. ‘한국인들이 한국 땅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이라는 부연 설명이 따를 수도 있을 테고. 그렇지만 이런 설명은 정말 올바른 것일까. 이번에는 순서를 바꾸어, 뒤에서부터 앞으로, 각 항목의 타당성 여부를 따져 보도록 하자. 먼저 ‘한국인들이 한국 땅에서 살아가는 모습’이라는 소재적 차원의 규정. 한국문학의 공간적 배경이 한국 또는 한반도 바깥까지 포괄하게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해외여행이 활성화된 90년대 이후로는 해외 여행지를[…]

한국소설 속 아시아 담론
최재봉 / 2006-09-28
내 워크맨 속 갠지스 外 3편 / 김경주

 김경주    내 워크맨 속 갠지스 木蓮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우주로 날아가는 房 1    내 워크맨 속 갠지스 外 3편외로운 날엔 살을 만진다. 내 몸의 내륙을 다 돌아다녀본 음악이 피부 속에 아직 살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열두 살이 되는 밤부터 라디오 속에 푸른 모닥불을 피운다 아주 사소한 바람에도 음악들은 꺼질 듯 꺼질 듯 흔들리지만 눅눅한 불빛을 흘리고 있는 낮은 스탠드 아래서 나는 지금 지구의 반대편으로 날아가고 있는 메아리 하나를 생각한다. 나의 가장 반대편에서 날아오고 있는 영혼이라는 엽서 한 장을 기다린다. 오늘 밤 불가능한 감수성에 대해서 말한 어느 예술가의 마을 떠올리며 스무 마리의 담배를[…]

내 워크맨 속 갠지스 外 3편
김경주 / 2006-09-28
황학주 시인(2013)
그 해 여름 / 황학주

    황학주     그 해 여름       멀리 간 날이었다 무서우리만치 많은 나무들이 몰려왔다 다함이 있어야 혼이 들어간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박물관 앞에서 여자를 처음 보고서 눈을 감았다 뜰 때 아주 먼 시간이 어둔 화덕에 피어 있었다 찌그려 신은 한 켤레 시간을 세족시키며 여강(驪江)가 꽃 피듯 일없이 여자가 앉았다 무슨 물고기를 먹은 그 오후와 저녁 사이 그 식당은 지금 없어졌다 침이 마르듯이   낌새가 없는 일이었지만 식당 뒤 공사장 붉은 흙더미와 고랑 건너 흑백 어딘가에 수줍은 중년이 어떻게 손을 들고 있었나 오색을 다 내줘버린 자작나무 몸[…]

그 해 여름
황학주 / 2006-09-28
경국지색 / 서정인

    경국지색    서정인 사흘 뒤 잔치가 열렸다. 금발의 왕비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녀가 살아 있는 가장 아름다운 소년을 만나는 것이 이미 사건이었다. 헬레네는 찬바람이 일도록 싸늘하고 차분했다. 그녀가 손님을 대접하는 주인이 아니었더라면 그것은 완벽한 미덕이었다. 아름다움은 원래 서릿발 같았다. 차갑지 않으면 뜨거울 수 없었다. 객들은 조금도 무안해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녀의 냉담을 냉대가 아니라 환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주인의 어떤 실수도 객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악덕이 아니었다. 그녀가 거기 있는 것으로 충분했다.    “메넬라우스가 여행 중인데, 왕비가 연회를 열어주어서 더욱 고맙고 미안하다. 몸은 다 나았냐?” 아이네아스가 말했다. 왕이 그들을 위해서 잔치를 벌였을[…]

경국지색
서정인 / 2006-09-28
똥꽃 / 송종찬

 송종찬 똥꽃 블라디보스토크 저가 항공에 실려 피난열차 같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맞이한 바이칼 호수, 들꽃을 사랑하시는 선생님이 들꽃처럼 멀리 떨어져 엉겅퀴 양귀비 종다리 개망초 시베리아 벌판에 이다지도 이쁜 꽃들이 빨주노초로 피어날 수 있냐며 디지털카메라를 들이대신다 바이칼 호수가 한눈에 펼쳐지는 슬루쟌까 언덕, 데까브리스트 반란군을 따라온 예까테리나처럼 눈 내리는 숲 속 한 남자를 사랑한 나타샤처럼 들꽃 같은 여인들이 좌판 위에 내놓은 들딸기를 잡수신 선생님이 화장실에서 일을 보시다 그만 큰일을 내고 마신다 천지간이 저렇게나 깊어 보일 때가 있을까 캄캄한 푸세식 화장실에 한 점 포말도 없이 사라져버린 480종의 들꽃들 안타까운 표정으로[…]

똥꽃
송종찬 / 2006-09-28
봄밤 / 이재무

 이재무 봄밤 시인 박아무개가 지독한 가난에 두들겨 맞고 알콜성 치매에 영양실조에 폐결핵 증세로 중환자실로 들어가 생사 넘나드는 봄밤 면회에서 돌아와 아내 몰래 수음을 했다 더러운 쾌락에 치를 떨면서 결코 울지 않았다 여러 해의 봄이 한꺼번에 흘러갔다   영안실 싸늘한 시체가 되어 너는 누워 있다 과거가 되어버린 너에게서 청승과 신파 뒤 술상 뒤엎던 울분과 소리 높여 부르던 단심가 한밤중 전화선 타고 오던 물 젖은 목소리 보거나 듣지 않아도 된 것이다 70년대 상경파의 불운한 생 끈질기게 따라다녔던 꼬리 긴 주소를 지운다 세상에는 어제처럼 눈비 오고 바람 불고 구름이 흐르고 해와 달은 떠서[…]

봄밤
이재무 / 2006-09-28
/ 정병근

 정병근 등 칼날을 밀고 간다 비바람 눈보라 뚫고 간다 앞으로 기운 머리 무수한 빗금 맞으며 간다 누군가의 습기 찬 방바닥이었다가 거친 꿈을 운행하는 천장이었다가 모로 누워 잠들었던 그가 손[手]들의 배웅을 받으며 문 밖을 나선다 뒤를 보이지 마라 물러서지 마라 돌아서는 발끝이 천 길 벼랑이다 무엇을 세차게 품었거나 뼈빠지게 무거운 짐 졌던 불의 심지에까지 다다랐다가 안으로 굽은 채 숯덩이가 되어버린 단단한 결별 하나 철거촌을 지나며 저것은 참회의 모습과 닮았다 머리 처박은 포클레인 앞에 한 시절의 살림들이 부서지고 파헤쳐져 있다 눅눅한 구들장 냄새에 묻어 있던 온기 몇 점 바람에 멱살 잡히지 않으려[…]

정병근 / 2006-09-28
봉숭아 피고 지는 / 배창환

 배창환 봉숭아 피고 지는      팔순 이모가 입을 닫으셨다. 환갑 자식 앞세워 보내고 반쪽이 된 노구가 사흘 낮밤을 물 한 모금 털어넣지 않으셨다. 하객들 떠나 고요한 삼경, 영안실 마루 끝에 던져 놓은 물걸레처럼 아무렇게나 기대 앉아 허물어졌다. 엉킨 머리칼 사이로 꺼질 듯 새나오는 눈빛 한 오라기와, 절대로 열리지 않을 것처럼 한 일 자로 꽉! 깨문 메마른 입술에만 숨이 파르르 붙어 있었다.    지난 여름, 뒷집 텃밭 둘레에서 우리 집 길가로 파 옮겨 온 봉숭아가, 근 열흘 사선(死線)을 넘나들고 있었다. 대낮엔 불볕에 익은 잎가지를 절절 끓는 땅바닥에 처박았다가, 밤 되면 찬이슬[…]

봉숭아 피고 지는
배창환 / 200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