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 왈츠 / 김백겸

 김백겸  뻐꾹 왈츠   휴대폰이 울렸다뻐꾹 뻐꾹 뻐꾹산 속에서 진짜 뻐꾸기가 울었다뻐꾹 뻐꾹 뻐꾹휴대폰에서 누구인가가 통화를 원했다뻐꾹 뻐꾹 뻐꾹산 속에서 누구인가가 메시지를 보냈다뻐꾹 뻐꾹 뻐꾹휴대폰으로 喜怒哀樂의 거래를 텄다뻐꾹 뻐꾹 뻐꾹산 속으로 어둠에서 길어온 메아리를 답신으로 보냈다뻐꾹 뻐꾹 뻐꾹휴대폰에서는 뻐꾸기 한 마리가 살면서 내 인생을 괴롭혔다뻐꾹 뻐꾹 뻐꾹산 속에서는 뻐꾸기 한 마리가 죽으면서 숲과 강을 슬프게 했다뻐꾹 뻐꾹 뻐꾹뻐꾹 왈츠가 시간과 공간을 짙은 물감처럼 물들였다오색패션을 화려하게 입은 죽음이손에 손잡고 춤을 추었다누구인가가 행복한 풍경이라고 노래했다뻐꾹 뻐꾹 뻐꾹   마하 관세음   마하 관세음이눈을 깔고 내려다본다쥐의 배와 뼈 속까지쥐의 심장과 뇌 속에 있는 구중궁궐 어두운 곳까지몸이 코끼리처럼 큰수미산처럼 높은마하 관세음이[…]

뻐꾹 왈츠
김백겸 / 2006-04-24
외식 / 윤순례

 윤순례              “바닷가재에 버터소스와 데리야끼 소스를 곁들인 최고급 요리가 4만9천원이래요. 이것 한번 먹어볼까요? 너무 비싼가?”아내는 딸과 아들에게는 샐러드바만 시켜 줄까, 메인요리를 시켜 줄까로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을 잊었는지, 금방 바다요리가 펼쳐진 쪽의 메뉴판을 들여다보고 있다.“당신은 뭐가 먹고 싶어요?”“난 아무거나.”그는 벌써 세 번이나 같은 대답이다.“일단은 이렇게 해야겠어요.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어린이는 샐러드바 요금이 5천5백원이니까 우리 종현이는 샐러드만 시켜 주고, 민정이는 메인 요리를 시키는 거예요. 민정이는 9천오백원 내고 샐러드바만 이용하느니, 4천원 더 주고 치즈 햄버거 스테이크라도 시켜주는 게 더 실속 있는 것 아니겠어요?”아내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려놓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는 아내의 입에서 알뜰이니, 실속이니 하는 말을[…]

외식
윤순례 / 2006-04-24
밤새 무슨 일이 / 안상학

 안상학밤새 무슨 일이누굴까 동사무소 앞 환경미화용 초대형 화분그저께 심어놓은 꽃배추들을 마구 뽑아 던진 이는 누구였을까배추농사 접은 농민이었을까뿌리 뽑힌 정리해고자의 취중 발산이었을까무어라 말하며 죄다 뽑았을까꽃배추 한 포기에 씨펄꽃배추 한 포기에 개 같은꽃배추 한 포기에 니 죽고꽃배추 한 포기에 내 죽자, 했을까.저런 마음이 한도를 넘으면한강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기도 하는 걸까사람을 어떻게 하기도 하는 걸까동사무소 직원들 다시 심으며 뭐라 말할까꽃배추 한 포기에 씨펄꽃배추 한 포기에 개 같은 놈들, 할까, 아니면꽃배추 한 포기에 그래그래꽃배추 한 포기에 이래라도 풀어야지, 할까문득 꽃배추 뽑은 그 마음이 내 맘 같기도 하고다시 심는 마음이 내 맘 같기도 한 부끄럽기도 하고[…]

밤새 무슨 일이
안상학 / 2006-04-24
산골을 하며 / 박찬

 박찬散骨을 하며-어머님께                                               오늘따라 하늘이 너무 맑습니다산색(山色) 더욱 푸르러 여름입니다당신은 저에게 집을 한 채 지어 주셨으나 저는 당신에게 山집 한 채 지어 드리지도 못 합니다너무 오래 한 곳에 머물러 고단하고 싫증이 났을 터이므로 저는 당신을 훠이훠이 풀어드립니다더러는 바람과 함께 멀리 날아가십시오더러는 주린 날짐승의 먹이가 되었다가 먼 땅에 다시 태어나십시오더러는 빗물에 씻겨가 물색 산천어와 노니십시오더러는 나무와 풀도 기르십시오그리고 더러는 꽃으로 피어 가을날 저희들 찾아오는 길 따라 손을 흔들어 주십시오당신은 꽃을 많이 기르고 싶다 하셨지요매양 그러하지만 또 눈물납니다이제 세상이 모두 당신 집이지만 당신은 어디에도 안 계십니다어디에도 남아 있지 마십시오 그리움 속에도 그리워하는 마음속에도 부디[…]

산골을 하며
박찬 / 2006-04-24
봄밤 / 김수영

  김수영 봄밤 고향 오라버니 같은 남자와 마주앉아 술을 마신다. 뚝배기 속에서 끓는 번데기. 다섯 잠을 자던 누에는 무슨 꿈을 꾸었던 것일까. 다섯 겹 혹은 일곱 겹 주름을 뒤적이며 무심하게 안부를 묻는다. 이십대와 삼십대를 건너뛰는 동안 그리워할 일도 미워할 일도 없었던 것일까. 사각사각 푸른 뽕잎 위에 누워 낮잠을 잔 것처럼, 눈이 부셔 흐린 안경을 잠깐 닦았던 것뿐인데…. 우리는 그림자끼리 마주앉아 있다. 그는 취하지도 않고 비틀거리지도 않고, 나는 젖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돌아서 가는 등 뒤로 마른 산처럼 어깨가 솟아 있다 나보다 10년을 또 먼저 가는 사람. 하염없이 흔들흔들 산길을 걷고[…]

봄밤
김수영 / 2006-04-21
모기씨 / 황정은

 황정은  비가 내리는 동안 체셔는 창문을 열어두었다. 구근식물이 담긴 유리병 속으로 빗물이 들이쳤다. 어느 날 아침에 보니 조그만 벌레 한 마리가 유리병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체셔는 미오를 불렀다. 미오가 와서 병 속을 들여다보았다.뭐가 있다고? 벌레. 벌레? 벌레 같아. 안 보이는데. 여기 있잖아. 마디가 있고 꼬리가 길고, 여기 물 속에. 미오는 물이 탁해서 벌레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자기한테는 보이지 않지만, 물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면 그건 장구벌레일 거라고 미오는 말했다. 그 밖에 물 속을 헤엄쳐 다니는 다른 벌레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유리병을 골똘히 들여다보며 체셔는 시간을 보냈다. 장구벌레는 물음표 모양으로 꼬리를 말며 물 속을 돌아다녔다.[…]

모기씨
황정은 / 2006-04-21
목련 / 김경주

  김경주 木蓮     마루에 누워 자고 일어난다    십 이년동안 자취(自取)했다      삶이 영혼의 청중들이라고      생각한 이후    단 한번만 사랑하고자 했으나      이 세상에 그늘로 자취하다가 간 나무와   인연을 맺는 일 또한 습하다    문득 목련은 그때 핀다    저 목련의 발가락들이 내 연인(戀人)들을 기웃거렸다      이사 때마다 기차의 화물칸에 실어온 자전거처럼    나는 그 바람에 다시 접근한다     얼마나 많은 거미들이    나무의 성대에서 입을 벌리고 말라가고서야    꽃은 넘어오는 것인가    화상은 외상이 아니라 내상이다     문득 목련은 그때 보인다             이빨을 빨갛게 적시던 사랑이여         목련의 그늘이 너무 뜨거워서 우는가      나무에 목을 걸고 죽은 꽃을 본다   인질을 놓아주듯이 목련은    꽃잎의 목을 또 조용히 놓아준다     그늘이 비리다    비가[…]

목련
김경주 / 2006-04-21
입술 4 / 권혁웅

 권혁웅입술 4내가 들여다볼 때마다 우물은 출렁이며 내 얼굴을 지웠습니다 눈과 코와 귀가 산지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파경(破鏡)이 따로 없었습니다 나는 눈이 없어서 눈꺼풀이 없었습니다 코와 귀가 없어서 비린내를 맡을 수도 고백을 들을 수도 없었습니다 한 깊이만 있었습니다 발을 뻗어도 손을 저어도 닿지 않는 깊이만 있었습니다 나는 거울도 없이 천착하고 또 천착하였습니다 입술 5숲의 나무들은 전지하지 않습니다 제 몸 어디서나 가지를 냅니다산의 키를 몇 자씩 더하는 나무들 때문에겨울 산의 윤곽은 늘 흐릿합니다그녀가 받아주었을 때그를 향해 함부로 터럭이 솟아났을 때한 나무가 그를 받아 다음 나무에 넘기고다음 나무가 그 다음 나무에 넘겨마침내 정상에 이르렀을 때거기엔[…]

입술 4
권혁웅 / 2006-04-21
[알림]웹진 2006년 5월호를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

  차례 ●신작시박찬 산골을 하며 外 1편권혁웅 입술4 外 1편김경주 목련 外 1편안상학 밤새 무슨 일이 外 1편김백겸 뻐꾹 왈츠 外 1편마경덕 손 外 1편유종인 굽갈이 外 1편윤재철 대화 外 1편배용제 봄날 外 1편김수영 봄밤 外 1편●단편소설윤순례 외식황정은 모기씨조헌용 달을 잃어버린 아이,들1 김서령 사과와 적포도주가 있는 테이블●삶이 담긴 에세이양철주  길에 대하여●문제작 탐구최성실 오정희의 『동경』론●멀티미디어 낭송시 문인수 달북 外 3편●작가와작가김종길&강경희 웹진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알림]웹진 2006년 5월호를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 2006-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