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파우스트」를 통해서 본 ‘구원’의 의미 (2) / 김용규

         괴테는 『파우스트』의 2부를 1825년에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답니다. 그때 그의 나이 이미 76세였지요. 그리고 죽음을 불과 반 년가량 앞둔 1831년 8월 중순에 다 마쳤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2부는 여러 면에서 젊은 시절에 썼던 1부와는 전혀 다르지요. 우선 작품의 성격부터 그렇습니다. 1부에서 보여준 파우스트와 그레트헨의 사랑이야기는 “질풍노도운동(Strum und Drang)”을 일으켰던 당시 낭만주의 작가들이 좋아할 만한 사실적 ‘가정극’의 성격을 갖고 있지요. 하지만 2부는 시간적으로는 약 3000년을 망라하고 공간적으로는 현실세계뿐만 아니라 환상세계, 지하세계와 지상세계 그리고 천상세계까지를 아우르며 전개되는 일종의 ‘환상극’입니다. 여기에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각종 신들과 요정들, 예언자들, 마녀들, 그리고 괴물들이 나오지요. 머리는 여자이고[…]

괴테의 「파우스트」를 통해서 본 ‘구원’의 의미 (2)
김용규 / 2006-04-30
오정희 『동경』론 / 최성실

  최성실  1. ‘어느’ 시절 ― 생의 복병들이 출몰하다 대학 2학년 무렵 무더운 여름이었다. 나는 모 학술단체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 브레히트 서사극과 판소리를 비교하는 논문을 쓰겠다고 여기저기 돋아나는 땀띠를 견디면서 여름을 나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던 그 해 여름에 누군가는 분신을 했고, 누군가는 최루탄을 피해 도서관으로 숨어들었다. 그 때 금지도서를 찾아서 읽고 독일문화원에서 연극 테이프를 몰래 빌려보는 것으로 숨 막히는 갈증을 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왜 보지 못하느냐고 항의하고 이의를 제기하고, 계속 투덜거리고 또 투덜거리면서 남산 길을 걸어 다녔다. 내 안의 반골기질은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밖으로 튀어나왔고,[…]

오정희 『동경』론
최성실 / 2006-04-28
감각적 이미지스트의 시정신 / 김종길 & 281|강경희

  대담 김종길(시인)진행?정리 강경희(문학평론가)    동영상 보기intro. 근황 학창시절과 등단 이후 김종길의 시세계 여러 시인들과의 인연 시를 왜 배워야 하는가 젊은 시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앞으로의 계획  산수유가 가늘게 눈을 뜨고 있다 봄의 초입이다. 김종길 선생님의 집 마당에는 산수유가 가늘게 눈을 뜨고 있었다. 엷은 미소로 우리를 맞아주시는 선생님의 얼굴이 산수유를 닮았다고 느껴졌다. 이층 서재에 들어서자 오래된 책들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싫지 않은 냄새, 시간의 영혼이 배어 있는 냄새인 듯했다. 강경희 : 오늘은 김종길 선생님 댁을 찾아왔습니다. 그럼 대담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시를 교과서에서 배우고 자란 세대입니다. 이렇게 직접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근황은 어떠신지요?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하셨지요?김종길 : 첫 회에서[…]

감각적 이미지스트의 시정신
김종길 & 281|강경희 / 2006-04-26
사과와 적포도주가 있는 테이블 / 김서령

 김서령스위스 로젠 호텔 727호그가 오는 날이다.그는 매월 둘째 주 화요일에 나에게 왔다. 정확히 말한다면, 그는 매월 둘째 주 화요일에 스위스 로젠 호텔 7층 맨 오른쪽 방 727호에 왔다.727호는 트리플 룸이다. 폭이 좁은 싱글 침대 세 개가 놓인 방. 그는 혼자 오지만 트리플 룸에서 묵곤 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는 예약을 하지 않은 채 처음 이 스위스 로젠 호텔에 왔다. 비어있는 룸은 8인용 온돌 가족실과 트리플 룸 727호뿐이었다. 잠시 황망해 하던 그는 트리플 룸을 달라고 했다. “침대가 좁으시면 두 개를 붙이세요.” 내가 말했다.오늘은 유월의 둘째 주 화요일이다. 그가 오는 날이다. 아니,[…]

사과와 적포도주가 있는 테이블
김서령 / 2006-04-26
봄날 / 배용제

 배용제봄날1마침내 꽃들이 피어났고친구의 심장이 멎었다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듯이황폐한 숲으로부터한꺼번에 뒤덮인 화사한 꽃빛은또 어떤 주검의 낯빛을 꾸미려 쏟아져 내려오는지, 이 도시에저들을 맞이할 죽음은 모두 마련되어 있는지거리에 버려진 캔이며 술병들은 이상하리만치 반짝였다허리가 굽은 노인은 확신에 찬 모습으로그것들을 주워 담고 있었다꽃들은 황폐한 내부에서 돌출된 마지막 숨결처럼정직하게 차례대로 목을 꺾기 시작했다거리는 처음인 듯 활기가 넘쳤다2가령 이렇다면 어떨까? 단지 우리는 바람의 두런거림을 듣지 못했노라고친구가 긴 그림자를 끌며겨울의 모퉁이를 돌아설 때,혹은 싱싱한 꽃을 보러 황폐한 숲으로 들어설 때,나는 지나간 한 여자와의 추억을 떠올리며공중에 가득한 뿌연 먼지 속을 뒤적거리고 있었을 때,그것들은 너무도 명료한 시간들이어서우리는 잡담[…]

봄날
배용제 / 2006-04-26
굽갈이 / 유종인

 유종인굽갈이굽 없는 신발을 신고 문 닫은 구둣방 곁을 스쳤다 문 닫으면 문 닫을수록 더 들여다보게 되는 구둣방 안의 의자, 툇마루처럼 등받이 벽을 가진 의자에 마흔 가까이 닳린 몸 앉혀보지 못했다니궁벽(窮僻)에는 살이 없다더니 살 대신 살가죽만 남은 비루먹은 말이 낡은 편자를 갈아달라 툭, 툭 앞발로 어둑한 구둣방 유리문을 건드리듯 흐린 날 주먹눈들이 닫힌 자물쇠에 엉겨붙는 날, 편마모(偏磨耗)의 내 신발 뒤축에도 문득 오리나무 편자라도 해 달고 싶어지는 건 궁벽에는 오지(奧地)가 따로 없어서이니 멀리 가서 멀어진 눈과 귀로 마음밖에 남은 말이 고삐도 없다면가난은 굽만 갈아 신는 신발, 편마모의 뒤축으로 눈길을 밟아오면 어느 날은[…]

굽갈이
유종인 / 2006-04-26
/ 마경덕

 마경덕손                                                                                                                             일찍이 죄 많은 손이었다. 소금자루처럼 무거운 등에 업힌 막내, 엄마 몰래 동생을 꼬집던 죄와 함께 자란 손이 개를 키워 개장수에게 팔고 목줄 끊고 도망쳐온 개를 쇠줄로 묶어 돌려보냈다. 똥개는 저를 팔아넘긴 주인에게 돌아와 꼬리 치며 얼굴을 핥았다. 끌려가며 찔끔찔끔 오줌도 지렸다. “내 다시 개를 키우면 개새끼다.” 다짐한 개만도 못한 손 다시 개를 먹이고 배 떨어진 강아지를 내다 팔았다. 개 패듯 여편네를 두드리고 밤새 화투짝을 쥐고 놀던 옆집 최씨, 집 한 채 말아먹고 시퍼런 작두로 엄지 하나 찍어내고 주춤하더니. 손가락 네 개에 화투를 끼우고 다시 노름판에 떴단다. “징하다, 징해.” 사람들 절레절레[…]

마경덕 / 2006-04-26
달을 잃어버린 아이,들1 / 조헌용

 조헌용모든 것들이 낯선 풍경이다. 낯설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하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뜨거운 햇살. 손을 들어 햇살을 막는다. 그러나 생각뿐, 내 손은 나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영은 어디로 갔을까?이영은 또 어느 거리를 읊조리며 흐르고 있을 것이다. 티비 CF처럼 경쾌한 녀석은 그러나 사막처럼 스산한 노래를 즐겨 불렀다. 모래바람 같은 녀석의 노래가 갑자기 듣고 싶어진다. 그런 날이다. 또 얼마나 많은 권태와 환멸의 강줄기가 내 몸을 휩쓸고 지나 간 것일까? 햇살은 무겁고, 내 몸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입안이 사각거린다. 바람이 불고, 그 바람이 사막의 모래를 끌어다주었으면······이곳은 어디? 나는 다시 한 번 눈을[…]

달을 잃어버린 아이,들1
조헌용 / 2006-04-25
대화 / 윤재철

 윤재철대화                                                 아버지 제삿날현고학생부군신위 지방을 쓰면서돌아가신 지 이십 년도 더 된 아버지와중얼중얼 얘기를 나눈다어떻게 별고 없으셨는지요그래 잘 있다 너는 어떻게 지냈냐저도 그냥저냥 잘 지냈어요어떻게 저승이 사실 만한가요그저 그렇지 뭐 여기나 거기나뭐 다를 게 있겠냐 그냥 사는 거지그나저나 이 제사는 언제까지 지내야 되나요다들 직장 나가느라 바쁘고 어머니 혼자어머니도 벌써 여든이신데어머니 혼자 음식 장만하느라 하루 종일을 애쓰시는데…알아서 해라 그깟 음식이야 먹어두 그만 안 먹어두 그만그냥 육포에 술이나 한 잔 다우오구 가며 목마르니 술은 한 잔 해야지술은 아직도 좋아하시나요몸에 안 좋은 것은 알지만 술 없으면 무슨 낙허긴 그래요 제사지내는 것도 음복이 낙인데그나저나 우리 형제가 다[…]

대화
윤재철 / 2006-04-25
전신마취 / 김영근

    <등장인물> 김 원장수  길울분녀아가씨철가방원숭이<무대>         종합병원 간판이 걸려 있긴 하나 병원이라기보다는 허름한 사무실에 가깝다.      사무실용 책상에 ‘원장 김명의’라 적혀 있는 명패가 있다.     커튼이 쳐져 있는 한쪽으로 수술실이 있는데, 침대 하나가 고작이다.        1.                   김원장 : (손거울을 들여다보며) 다 좋은데 쪽 찢어진 눈 때문에 망쳤단 말야.          눈만 조금 더 컸으면 오죽 좋아.                          김원장, 의사 가운을 벗고 속옷까지 벗은 뒤 흘러내리는 땀을 닦는다.         가슴에 듬성듬성 털이 나 있다.                      윙윙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울분녀, 병원 문을 빼꼼히 열고 안을 살핀다.         울분녀 : (들릴락말락) 저기…….김원장 : 어서오세요.울분녀 : (얼굴 붉히며) 에그머니나.         김원장,[…]

전신마취
김영근 / 200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