微分―할머니 外 / 정재학

 정재학     微分―할머니    물 긷는 소리에 잠을 깨곤 해요 할머니는 물을 잠그지 않아요 소리만 있는 꿈인 줄 알았죠   할머니는 할머니의 엄마가 예뻤다고 했어요 왜 아니겠어요   ―시동(侍童)아, 밥 먹어라   이제 사흘에 한 번은 나를 못 알아보는 할머니   할머니 덕분에 오늘도 밥을 먹습니다   우리는 지금 같이 있어요 툭툭 끊어져버린 아라베스크에서 다시 무늬들이 펼쳐지듯 할머니는 사방으로 육즙을 흘려보내시죠 발톱도 성하지 않은 껍데기만 남은 채   저도 곧 그렇게 될게요  微分―생일  출출한 새벽, 냉장고에는 다행히 날계란 두 개가 있었다 프라이팬에 계란을 깨자 검은자와 흰자위가 떨어졌다 눈동자 하나가 지글이글 분노하고 있었다 명확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껌벅이면서 무언가 말을[…]

微分―할머니 外
정재학 / 2006-02-16
나무의 키스 外 / 정진규

정진규 나무의 키스                                                 뿌리가 길어올려 가지 끝 우듬지까지 물길 낸다 하여도 뿌리는 제 입술을 땅속 깊이 묻고만 있고 가지의 입술이 하늘 속살을 제 맘대로 휘젓고 있다 나무의 사랑법을 나는 잘 모르겠다 뿌리는 사랑의 생산이고 가지 끝 우듬지는 사랑의 탕진인가 정처 없다 어느 게 더 제대로 사랑의 혀를 내두르는 것일까 이 겨울날에도 맨몸으로 이파리 하나 없이 허공을 휘어잡고 있는 느티나무 잔가지들 그들을 따라가다가 나는 손이 시렸다 허공 휘어잡기 자꾸 놓쳤다 뿌리가 성치 않은 모양이었다 자꾸 공급이 끊겼다 청맹과니   내가 짚고 다니는 지팡이 그 가운데서도 제일 마음에 드는 건 흑단黑檀, 아버지[…]

나무의 키스 外
정진규 / 2006-02-16
젖과독 / 박정애

             “저하, 아침 문안 여쭈올 시각이 한참이나 지났사옵니다. 어찌 이리 지체하시나이까? 빈궁마마께서 소세 단장 끝내시고 기다리신 지 오래이옵니다.”  오 상궁이 윗목에 꿇어앉은 채 벌써 열 번 넘게 재촉이다.  “조금만 더 자겠다고 하지 않는가? 제발 좀 그만하시게.”  “빈궁마마께서 심려 극심하시옵니다. 통촉하시옵소서.”  “빈궁 혼자 가라 하게. 나는 좀 내버려 두고.”  “저하께옵서 앞장서지 않으신다면 빈궁마마가 어찌 홀로 가시겠사옵니까? 그런 법은 없사옵니다.”  “에이.”   세자는 병풍 쪽으로 돌아누우며 기수(이불)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쓴다. 그랬는데도 세수간 나인이 물을 다시 데워오느라 장지문을 여닫고 무렴자(궁중에서, '문염자(門簾子)'를 이르던 말. 추위를 막기 위해 창문이나 장지문에 치는 방장(房帳))를 걷는 사품(‘마침 그때’라는 말-편집자주)에[…]

젖과독
박정애 / 2006-02-13
<공지><책장을 덮으며> 1월호에 문장 네티즌 서평이 게재되었습니다. /

  사이버문학광장 네티즌 서평에 글을 올리신 분들 가운데에서     멀고 느린 구름(장명진)님의 서평 <인생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스스로를 표현한다>와   수첩(김우성)님의 서평 <장정일, 악동의 여정>이 웹진 <문장> 1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게재된 글은 <책장을 덮으며>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많은 분의 참여 부탁드립니다. 채택되신 분에게는 소정의 고료를 드립니다.     아울러 여러분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게시판 관리자 드림.

<공지><책장을 덮으며> 1월호에 문장 네티즌 서평이 게재되었습니다.
/ 2006-02-08
윤흥길의 「완장」을 통해서 본 ‘권력’의 의미 / 김용규

한번, 생각해 보시죠. 갑자기 제복을 차려입은 경찰관이 다가와 거칠고 위압적인 목소리로 신분증을 보자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설사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해도 그것을 거부하기가 쉬울까요? 제복차림의 경찰관은 그만두고 관공소의 말단 직원, 심지어는 개인회사의 관리원들일지라도 뭔가 표시된 캡모자를 쓰거나 완장이라도 하나 둘렀으면, 그 사람이 내뱉는 부당한 말에조차 속절없이 주눅이 드는 것이 보통 우리들이 아니던가요? 혹시 저만 그럴까요? 그렇다면 정말 다행입니다만, 그런 것 같지 않아서 하는 말입니다. 한 시민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경찰관의 부당한 신분증 제시에도 아무 저항 없이 복종하는 사람이 73%나 된다고 하니까요.그런데 도대체 왜 그럴까요? 우선, 왜 제복이나 완장 같은 것을[…]

윤흥길의 「완장」을 통해서 본 ‘권력’의 의미
김용규 / 2006-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