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의 미래 / 좌백

  왜 한국인들은 무협소설을 읽나  지난 회에서 보았듯이 부침은 있지만 무협소설은 추리나 SF에 비해 한국에 꽤 잘 정착한 장르입니다만, 이건 세계적으로 드문 현상이기도 합니다. 무협영화는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되었고,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 관객들에게 즐겨 감상되고 있습니다만, 무협소설을 읽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중화권의 나라들뿐입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무협소설은 1998년에야 처음으로 소개되었었고, 그나마 별로 주목을 끌지 못한 채 묻혀버렸다고 합니다. 저는 무협온라인게임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나 유럽 사람들을 만나기도 합니다만, 그들에게 무협을 설명하려면 아주 애를 먹습니다. 그들에게는 무협 문화가 아주 낯선 것이거든요. 현실의 중국도 아니고, 역사적 사실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판타지도 아니고……, 대체[…]

무협소설의 미래
좌백 / 2005-12-21
김남일의 <영혼과 형식>중에서 / 고인환

  이현용광주민중항쟁의 절규를 목격하며 시작된 1980년대 문학은 역사와 시대 현실의 중심으로 길을 떠난다. 보다 나은 삶에의 의지를 불태우며 미래를 향해 질주했던 80년대 소설의 길떠남은 마치 잃어버렸던 유토피아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이 힘찼다. 아니,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무화시킬 정도로 강렬했다. 따라서 이들의 여행은 고달프고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집단적 양심과 정의에 집착한 이들의 여행은 사회주의의 몰락과 자본주의의 승리를 목격하면서 길을 잃고 표류하게 된다. 이와 함께 후일담 소설이 등장했다. 후일담 소설은 회고의 형식을 취한다. 사태가 종결된 이후 그 사건의 본질, 효용, 의미 등을 되새김질하는 것이 이 형식의 특징이다. 대체로 1980년대를 되돌아보는 낭만적 감상,[…]

김남일의 <영혼과 형식>중에서
고인환 / 2005-12-20
화병이 놓였던 자리 外 / 고영민

 화병이 놓였던 자리 똥구멍으로 시를 읽다 즐거운 소음 너와 동침을 한다  웃음이 전위다 손택수(시인) 몸을 통과한 언어들은 몸으로 먼저 다가온다.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즉발적으로 속수무책 무릎을 치게 만든다. 고영민의 시가 몸을 통과하는 방식은 ‘웃음’에 있다. 웃음은 근대 미문주의와 숭문주의 전통에 젖어서 문자문화적 감수성을 내면화한 채 잔뜩 긴장하고 시를 읽던 독자들을 일순간에 해방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똥구멍으로 시를 읽다”니! 시인은 시를 “온전히 한 장 휴지일 때까지 / 무참히 구기고, 구기고, 구긴다”. 고매한 영혼들이 상을 찌푸릴만한 이 시의 구김살은 마침내 부드러운 결이 되어 몸에 가장 친근한 언어적 형식으로 귀환한다.   고영민 시의 웃음은 친숙한 사물들을 유쾌하게 뒤틀면서[…]

화병이 놓였던 자리 外
고영민 / 2005-12-19
늙는 여자 外 / 채필녀

 채필녀 늙는 여자  붓꽃의 누런 이파리를 잘라내자 내 검지손가락 한마디가 잘려나간다 이내 푸르르 몸을 터는 붓꽃, 아픔도 없이 나는 조금 지워져 붓꽃의 뿌리에 스며든다 둘러보니 전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바래고 삭은 것, 작아진 것들이 많다 저것들도 삶의 이유가 있다 제 몫만큼 돌아갈 자리를 만든다 저 노을도 흐린 시선을 산 아래로 떨어트린다 나는 또 가위를 들이대고 나를 조금 잘라낸다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나는 노을의 불길 속으로 녹아든다 구름의 싱싱한 입김 속으로 바람의 더운 줄기 속으로 물의 숨쉬는 살 속으로 찾아간다    비단길  길고 빛나는 저 길은 잡식성이라 한다 제[…]

늙는 여자 外
채필녀 / 2005-12-16
나무화석 / 김숨

 김숨 벽면에 비친 남자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흡사 나무 같았다. 화석이 되어버린 나무. 여자는 나무화석을 본 적이 있었다. 1000도의 용암이 훑고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에 화석이 되어버렸다는 나무는 쇳덩이보다 단단하고 차가웠다. 여자는 자신의 두 손을 허공에서 엇갈려 벽면에 나비 모양의 그림자를 만들었다. 나비는 나무화석 주위를 팔랑팔랑 맴돌았다. 가볍고 느리게 날갯짓을 해대던 나비는 나무화석의 곡선으로 패인 곳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곳은 남자의 목 부분이었다. 나비는 두 날개를 합쳐 곧추 세웠다. 시간이 흘렀다. 일 초가 백 초처럼 길게 느껴졌다. 나비는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 나무화석 주위를 날아다니다가 절벽처럼 불쑥 솟아오른 곳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곳은[…]

나무화석
김숨 / 2005-12-16
[re]웹진의 좋은 글들을 블로그에 담을 수 있을까 해서 여쭙니다. /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웹진에 등록된 원고는 작가 선생님들의 최신작들입니다.  종이책에서 무단전재와 복제가 불가하듯이 문장 웹진도 또한 그러하니 불편하시더라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웹진의 좋은 글들을 잘 읽고 있습니다. 제 개인 블로그에 옮겨 담을 수 있을까 해서 미리 여쭤봅니다. 답글이나 답메일에 가능하다고 하시면 그때 담아가겠습니다.

[re]웹진의 좋은 글들을 블로그에 담을 수 있을까 해서 여쭙니다.
/ 2005-12-14
학도호국단장 전지현 / 이경혜

                학도호국단장 전지현  이경혜 1.  "교련 사열에 대해 절대로 불평을 하지 않는 아이가 단 한 명 있었다. 그 애가 바로 우리 성학여고 연대장, 우리의 학도호국단장 전지현이었다. 불평이 무엇인가? 그 아이의 국가관은 웬만한 군인이나 경찰 못지않게 철저했다. 투덜거리던 애들도 지현이가 옆을 지나갈 때면 입을 다물었다. 입을 다물 뿐만 아니라 그 순간만은 눈빛을 반짝이며 진정으로 투철한 국가관을 지니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지현이의 국가관에 감응을 받아서가 아니라 지현이의 매력에 넋이 나간 탓이었다… …"    “받들어—–총!” 구령대 앞에 선 그 애의 우렁찬 목소리가 운동장으로 울려 퍼진다.하얀 체육복에 얼룩무늬 교련 가방을 멘 단발머리 여학생들은 일제히 단호한 동작으로 손을 이마에 붙인[…]

학도호국단장 전지현
이경혜 / 2005-12-14
여행의 추억 外 / 강신애

  강신애 여행의 추억   저 사과를 부수어 삼키던 입술은 어디로 갔나  주루루 모래가 쏟아질 듯한 술병을 기울여 한 잔의 술을 맛보았던가 책을 펼쳐 ‘기억은 깨진 제비꽃 깨져 위 아래 왼편 오른편으로 자라나는 종유석’ 이런 문장을 읽었던가? 돌들의 중얼거림에 둘러싸여 시간이 사람보다 빨리 늙어가는 이곳에 다녀가긴 다녀갔던가 그림자만 흔들흔들…… 숨결 박힌 화석과 줄넘기하고 있는 * 그림 : 〈여행의 추억〉, 르네 마그리뜨. 인체 해부학   물 용수철 얽힌 노끈 삭은 막대기 붉고 푸른 헝겊 뽀글거리는 거품 끈적한 토마토즙 80% 포도즙 20% 타르를 묻힌 고무덩이 너덜너덜한 비닐 뻥 뚫린 쇠기둥 희뿌연 실리콘 끈적한[…]

여행의 추억 外
강신애 / 2005-12-13
휴먼퓨처-멋진 신세계? (1) / 김경연

 인공수정으로 태어나는 아기  “어머니, 왜 절 나으셨나요?” 세상이 힘들고 괴로우면 한번쯤 그런 물음을 던지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답을 기대한 질문은 아닐 것이다. 생명이 인간의 의도로만 잉태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제까지는 그랬다. 물론 체외수정을 통한 시험관 아기가 있다. 1978년 영국에서 최초의 시험관 아기 루이스 브라운이 태어났고, 우리나라에서도 1985년 최초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났다. 시험관 아기의 성공은 아기를 갖지 못하는 많은 부부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아직은 성공률이 삼사십 프로에 지나지 않으며 시술 절차도 퍽 까다롭다고 한다. 하지만 ‘아기의 방긋 웃음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괴로움이야 못 참겠느냐고[…]

휴먼퓨처-멋진 신세계? (1)
김경연 / 2005-12-11
한국에서의 무협소설 / 좌백

 무협소설이 졸지에 무협지가 된 사연   한국에 무협소설이 전해진 것은 1961년입니다. 그 해 경향신문에 「정협지」라는 제목의 소설이 연재되었죠. 당시 경향신문 편집국장으로 근무하던 고 김광주(1910-1973) 선생이 대만 작가 울지문의 「검해고홍」이라는 작품을 번안해서 연재한 것입니다. 번안이라는 것은 원작소설을 그대로 번역하는 게 아니라 창작의 손길을 가해 이야기를 늘리고, 혹은 바꾸면서 번역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은 그런 일이 거의 없지만예전에는, 그러니까 외국 문학이 소개되던 초창기에는 그런 일이 많았습니다.  김광주 선생은 이것만이 아니라 「비호」, 「하늘도 놀라고 땅도 흔들리고」 등을 번안해서 동아일보, 경향신문 등에 연재했고, 와룡생의 「옥차맹」을 「군협지」라는 이름으로 번역 출간했습니다. 이 군협지가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몇 십만[…]

한국에서의 무협소설
좌백 / 200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