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효서의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 중에서 / 고인환

  이현용얼마 전 방송 매체에서 아역배우들의 삶의 실상을 보도한 적이 있다. 스타의 꿈을 안고 방송에 출현해 고달픈 삶을 버텨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가슴을 아리게 했다. 어린 나이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스타가 되었지만 그 유명세만큼 겪는 고통도 만만찮다. 어른들도 소화하기 힘든 빡빡한 스케줄을 이겨내야 하며 한창 또래들과 어울려야 할 나이에 친구도 제대로 사귈 수 없다. 그 나이 때에 즐기고 배워야 할 것들을 경험하지 못한 채 냉정한 사회에 뛰어든 것이다. 배우는 잘 다듬어진 상품이다. 기획사들은 이익을 얻기 위해 스스럼없이 아이들을 상품화한다. 돈이 안 된다고 판단되면 즉시 외면하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이를 알고 있음에도, 연기학원에는[…]

구효서의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 중에서
고인환 / 2005-11-30
너희가 축구를 아느냐 / 정윤수

 정윤수(축구평론가) 태초에 둥근 것이 있었다. 실뭉치거나 돼지 오줌보, 혹은 동물의 가죽을 꿰맨 것. 그 내용물과 상관없이 오대양 육대주의 인류는 이렇게 둥근 물체를 보면 발로 찼다. 하다못해 조약돌이라도 걷어찼다. 축구는 그렇게 시작했다. 그럼에도 다시 자문하건대 왜 인류는 축구에 열광했는가. 축구의 매력은 한마디로 원시성. 모든 구기 종목이 전후반, 회, 세트, 쿼터 등으로 경기 시간을 제한하여 치러지는데, 유독 축구만이 이 제한성을 가볍게 무시한다. 야구의 경우 9회말에 이르기까지 무려 17번이나 공수를 교대하고 그 사이에 경기시간만큼이나 쉰다. 그러나 축구는 쉬지 않는다. 골키퍼가 공을 잡고 시간을 끌 경우 여지없이 옐로카드를 받는다. 다음으로 격렬한 공격성. 축구는 상대[…]

너희가 축구를 아느냐
정윤수 / 2005-11-30
고개를 끄덕이다 外 / 조용미

 조용미 고개를 끄덕이다              여름, 권태와 광기 사이에서 뜨거운 솥 위의 찻잎처럼 이리저리 마구 굴려지던 마음 향천사의 선원 굳게 닫혀있던 그 문 앞에서 오래 서성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大休門 나도 저런 편액을 하나 걸어두고 오래 문 잠그고 싶었다 크게 한번 쉬고 싶었다 예당저수지 바라보며 어죽을 먹는다 대빗자루로 저 큰 물마당을 쓸어보고 싶다 무한천의 백로들을 따라간다 역재방죽, 폭풍이 지나고 난 뒤의 따가운 햇살에 허옇게 부유물들을 떠올리고 있다               거미줄을 치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늑대거미처럼  또 무엇을 찾아 길을 나선다   거품 한때 거품은 幻이나 죽음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다, 물거품에서 태어났다는 신도 있지만 아무래도 거품의[…]

고개를 끄덕이다 外
조용미 / 2005-11-30
오채운님 /

너무 반갑습니다김영희 입니다여전히 청순하신 잔잔한 미소가 흐르는군요모두들 너무 그립군요끝물참외를 읽으며 오채운님의모래내가 그 향기 그대로임을 느꼈답니다건강하세요

오채운님
/ 2005-11-30
도장골 시편 外 / 김신용

  김신용 도장골 시편 ―개복숭아 집 오랜 류머티즘으로 밭일도 나가지 못하는 그림자만 어른대는 집 그래도 아궁이에 햇볕 들면 잎그릇 소리 달캉이는 집 어릴 적, 개복숭아를 복숭아인 줄 알고 따먹고 사흘을 앓아누워, 속엣것 다 비워낸 눈에는 개복숭아 같은 헛것만 보여 아무리 <개>라는 것이, 사람살이가 만들어 낸 헛것이라 해도 풀의 집에는 잡풀이 없듯이, 허기가 만들어 낸 幻이라고 해도 사람이 먹지 못하는 것은 모두 헛것으로 보이던 집 뒷산에 온통 개복숭아 나무뿐인 이 도장골에서 태어나 그 개복숭아를 먹고 병나지 않는 일이 일생의 경작이었던 집 그러나 지금은 쟁기처럼 굽은 그림자 지팡이 삼아 덩쿨풀 기어 나오는[…]

도장골 시편 外
김신용 / 2005-11-28
지퍼가 내려갔다 外 / 이기인

 이기인  지퍼가 내려갔다  붉은 단추가 떨어진 자리에 금속 지퍼를 달았다 지금껏 입어온 옷의 수명을 연장하는 일이라, 소녀는 거울 앞에 섰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던 지퍼의 상상력은 고단한 천당에서 지옥으로 내려왔다 봉긋한 가슴이 좌우로 절개되어 지퍼 밖으로 나왔다 합판으로 이어진 벽의 안쪽에서 합판을 뜯어내는 신음소리가 들렸다 찢어지게 아픈 그것은 지금의 노동처럼 참을 수 있는 통증이었다 오랫동안 비명을 참은 석류는 데굴데굴,  아껴 쓴 화장품과 그렇지 않은 화장품 속에서 혼자 늙어버렸다 석류나무에서 쿵! 떨어진 죄는 쪼글쪼글 육체를 졸이며 살아왔다 차라리 창녀처럼 오그라든 너는, 공처럼 날아가서 상처를 남기고 싶다 합판으로 이어진 벽의 안쪽에서 누가, 울고[…]

지퍼가 내려갔다 外
이기인 / 2005-11-28
연말특강 – 21세기 문학 어디로 가고 있는가? /

민예총이 펼치는 대중문예 강좌문예아카데미연말특강www.myacademy.org연말특강21세기 문학 어디로 가고 있는가?이번 특강의 전체 주제 <21세기 문학 어디로 가고 있는가?>는, 변화된 현실 여건 속에서 21세기 한국문학이 가고 있는 현실을 냉철히 점검하고, 20세기와 거리를 두고 있는 21세기적 문학의 존재와 양태에 대한 모색의 자리가 될 것이다. 총 6 주제로 구성하여, 각 주제에 부합되는 내용을 수강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열린 강좌를 지향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특강을 맡고 있는 강사들은 최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문학평론가들인 만큼 현 시기의 한국문학에 대한 쟁점을 중심으로 예각적이고 풍부한 내용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영상문화의 포위 속에서 그 입지기반이 줄어들고 있는[…]

연말특강 - 21세기 문학 어디로 가고 있는가?
/ 2005-11-28
고인 물이 넘쳐야 길을 만든다 / 전상국 & 서하진

  대담 전상국(소설가) 진행?정리 서하진(소설가) 동영상 보기 글쓰기는 놀이이다문학상에 대하여나는 매일 ‘실종’을 꿈꾼다 소설을 쓰는 까닭 창작의 자극제들 다양하게 변화하는 문학 고인 물이 넘쳐야 길을 만든다 인연들…… 서하진 : 사이버 문학광장 <작가와 작가> 시간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전상국 선생님을 만나 뵙겠습니다. 먼저 근황을 좀 여쭙겠습니다.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전상국 : 이렇게 춘천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마 전 40년 만에 교직에서 퇴직을 했는데, 과거에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고 또 거기에 매달리다 보니 예전보다 시간 관리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하진 : 최근에 북한에 다녀오셨지요? 전상국 : 8월에는 평양에서 작가대회가 있어 다녀오고, 이번에는 남과[…]

고인 물이 넘쳐야 길을 만든다
전상국 & 서하진 / 2005-11-25
그 절 外 / 백무산

 백무산 그 절   아름답기로 소문난 그 절 나와는 금생 인연이 한 발짝 모자라 누구나 가 본 그곳 발길 인연 한번 없다가 마음이 끓어 넘쳐 발길 닿았을 때 절은 이미 한 발짝 앞에서 불길 속으로 훌훌 벗고 떠나가고 없었네 그림자 한 벌은 벗어두고, 재로 지은 절 한 채 꼿꼿이 서 있었네 그래도 우리 인연 영 없진 않아 그림자 보고도 나는 황홀하여 얼른 달려가 두 손 모으고 재로 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문득,  밖이 나오네 세상에 사라지지 않는 물건 하나 재, 로 지은 세상의 모든 절 돌려주어 산에 청산에 가득한[…]

그 절 外
백무산 / 2005-11-25
복순이는 어디로 갔을까 / 이성아

                                            복순이는 어디로 갔을까  "그때는 그랬다. 집집마다 살 만하면 식모 하나쯤 두는 게 자연스러웠다. 서울에 몇 다리 건너 가느다란 끈이라도 있으면 식모자리에 딸자식 올려보내 입 하나라도 덜어볼 궁리를 해보는 것이 예사였고, 그것을 무슨 벼슬자리처럼 여기기도 했던 것이다. 모두들 서울로 올라가려고, 서울에 가야 시궁창 같은 살림살이에 한 가닥 볕이라도 쪼일 수 있으리라 여기던 때였다… …"      이   성   아           복순이가 서울에 올라온 건, 이모의 배가 터질 것만 같아 조마조마하던 무렵이었다. 바가지를 엎어놓은 듯 봉긋하던 배는 하루가 다르게 부풀어올라 나중에는 뒷산 꼭대기 민둥머리 바위처럼 커졌다. 그 위로 떠오르던 보름달처럼 어느 순간 이모의[…]

복순이는 어디로 갔을까
이성아 / 2005-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