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판타지와 퓨전 판타지 / 워터가이드

 1. 한국 또는 한국형 판타지의 대두와 그 실상  <김진 저 바람의 나라 책표지> 이 땅에 판타지라는 문화가 소위 흥행물의 하나로 등장하면서, 수많은 판타지 소설이 쏟아져 나와 서점에 가득히 쌓이기 시작했다. 해외의 서적이 번역되어 출간되었으며, 나아가 그간 밀반입되어 나돌아다니던 영상물 역시 정식 수입을 통하여 버젓한 하나의 상품으로서 진열되기에 이르렀다. 판타지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 같은 세상이 다가온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단순한 소비와 그 뒤를 잇는 끝없는 국내의 재생산과 흉내내기에 가까운 창작 현실은 소비자는 물론 창작가에게까지 몇 가지의 의문과 바람을 품게 만들었다.  "언제까지 받아 들이는 데에만 그칠 것인가. 언제까지 훌륭한 해외의 작품에 감동 받고, 즐기고,[…]

한국 판타지와 퓨전 판타지
워터가이드 / 2005-08-31
로빈슨크루소와 그 후예들[4] / 김경연

                 다른 섬 "우리에게는 절대적으로 책이 필요한데, 가장 행복한 자연 교육론을 제시하는 책이 한 권 있다. 그 책은 나의 에밀이 첫 번째로 읽게 될 것이며, 그 책만이 서가에 오랫동안 꽂혀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이 경이로운 책은 무슨 책인가?                   <사진1>  앞에서 보았듯이 시대적 한계로 제국주의 식민주의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로빈슨 크루소>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리고 그것을 간파한 사람 가운데는 누구보다도 18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를 들 수 있다.  루소와 로빈슨  루소는 그가 살았던 18세기 당시의 사회적 부패상을 통렬히 비판하면서, 인간이 자신의 본성에 충실하면서 참되고 진정한 개체로서 자유롭게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사회의[…]

로빈슨크루소와 그 후예들[4]
김경연 / 2005-08-30
김훈의 <자전거기행> 중에서 / 고인환

  최아영‘숲’이라고 모국어로 발음하면 입 안에서 맑고 서늘한 바람이 인다. 자음 ‘ㅅ’의 날카로움과 ‘ㅍ’의 서늘함이 목젖의 안쪽을 통과해 나오는 ‘ㅜ’ 모음의 깊이와 부딪쳐서 일어나는 마음의 바람이다. ‘ㅅ’과 ‘ㅍ’은 바람의 잠재태이다. 이것이 모음에 실리면 숲 속에서는 바람이 일어나는데, 이때 ‘ㅅ’의 날카로움은 부드러워지고, ‘ㅍ’의 서늘함은 ‘ㅜ’ 모음 쪽으로 끌리면서 깊은 울림을 울린다.그래서 ‘숲’은 늘 맑고 깊다. 숲 속에 이는 바람은 모국어 ‘ㅜ’ 모음의 바람이다. 그 바람은 ‘ㅜ’ 모음의 울림처럼, 사람 몸과 마음의 깊은 안쪽을 깨우고 또 재운다. ‘숲’은 글자 모양도 숲처럼 생겨서, 글자만 들여다보아도 숲 속에 온 것 같다. 숲은 산이나 강이나 바다보다도[…]

김훈의 <자전거기행> 중에서
고인환 / 2005-08-30
원골 어죽집 外 / 양문규

 양문규   원골 어죽집                                                            금산 제원 못 미쳐 강변 원골 어죽집 죽도 못 빌어먹고 살아왔는지 부옇게 뜬 하늘, 희멀건 강물 핥고 훑는 소리 밀고 밀리면서 차도까지 덮고 있다     이곳은 내 아버지 작은 고모가 신접살림을 살던 집 할아버지 금산장 사십리 길 걸어 다녀오면서 냉수 한 사발로 허기진 배 달래며 쉬어 왔다는 집           지나간 날들 강물처럼 흘러가고 없다지만 보글보글 끓는 죽 속에 할아버지 얼비치기나 하는 것인지  사흘이 멀다 하고 아버지 어죽집 간다 그 집에는 인근 금산이나 영동 멀리 대전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늘 붐빈다    나도 가끔 대처에서 찾아온 사람들과 함께[…]

원골 어죽집 外
양문규 / 2005-08-30
[민 영] 당시(唐詩) 강좌 – 제7강 임 그리워하는 마음 하루 종일 흘러-여성시인들 / 민영

당시(唐詩) 강좌  ○ 강사 소개  민 영(시인)1934년 강원도 철원에서 출생했다. 1937에 만주로 이주하여 화룡현 명신소학교 5년을 중퇴했다. 1959년 《현대문학》에 추천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1972년 첫시집 『단장(斷章)』을 냈다. 이후 『용인 지나는 길에』, 『냉이를 캐며』, 『엉겅퀴꽃』, 『바람 부는 날』, 『유사를 바라보며』 등의 시집을 냈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으로 『충무공 이순신 』, 『고구려 이야기』와 『고려 이야기』, 『광개토왕』 등과 역서로서 『중국 민화집』, 『무궁화와 모젤 권총』, 『말하는 나무 의자와 두 사람의 이이다』 등을 냈다. 1991년 제6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 강좌 소개 중국의 문학에서 당나라의 시(唐詩)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일찍이 국가체제를 갖춘 중국에서, 특히 당나라에서 시는 크게 우대받으면서 불세출의[…]

[민 영] 당시(唐詩) 강좌 - 제7강 임 그리워하는 마음 하루 종일 흘러-여성시인들
민영 / 2005-08-30
사람의 일 外 / 고운기

 고운기 사람의 일 어느 땐들 살라고 했지 죽으려고 했겠는가만 죽자 죽자 해도 버젓이 살아 있고 살자 살자 해도 홀연 죽는 일이 있었다 내 누이 한 분 여고를 졸업하던 해 대학시험에 붙고도 갈 형편이 못 되어 종일 방구석에서 천장만 바라보다 초등학교 다니는 날 앉혀놓고 죽는 방법을 읊어대곤 했는데 수면제를 먹되 한 군데선 죽을 만큼 살 수 없으니 읍내 약국을 차례차례 죄다 돌아 모아오면 그 날 밤으로 한 입에 털어 넣을란다고 그런데 실은 그 말이 내 귀에 전혀 와 닿지 않았던 것은 수면제 값이 얼마나 하는지 몰라도 읍내 약국 죄다는 커녕 한[…]

사람의 일 外
고운기 / 2005-08-30
7월, 넝쿨장미, 사랑 外 / 김경미

  김경미 7월, 넝쿨장미, 사랑 녹색 나뭇잎들마다에 마악 투우 끝낸 붉은 소들 여기저기 주저앉아 있다. 햇빛은 어제보다 각진 은박지들 박아내고 검은 숨 기차처럼 자꾸 쏟아지니 나팔꽃만한 소읍에 가서 어깨보다 낮은 담벽을 볼 것이다 서해 저녁하늘에 젖은 이마 영영 맡겨버릴 것이다 그런데 불났다 너무 뜨거워서 저도 제 마음 가까이 못 간다 한낮, 대취하다  아침부터 거친 여름푸성귀로 일어나는 슬픔들 벌써 할말 아무 것도 없는 하루 어제가 가지 않고 섰는 듯 왜 나는 상처에 더 많이 할애되는 것만 같은가 아침부터 골목 끝에 이른 듯 개들 돌아나오고 광화문 식당의 점심약속 어색함 지우려 서둘러 낮술들을[…]

7월, 넝쿨장미, 사랑 外
김경미 / 2005-08-30
철저한 야외 外 / 조연호

 조연호 철저한 야외 물고기는 유리병처럼 물을 얼마쯤 쏟았다. 내 고향에선 비를 맞고 남의 배를 만져주는 게 풍습. 덧문을 꽉 닫고 내 체온이 낯설게 부풀 때까지 잠을 잤다. 머리맡의 그림자는 한 번은 위작이었고 한 번은 진품. 새를 볼 수 없는 계절도 있었다. 엄마는 양말을 신고 잠들고 간판들이 반짝이는 골목길에 돌처럼 앉아 구기자차를 먹었다. 태양에서 구름이 한 방울씩 빠져나올 때, 검은 엄마를 가진 애들에게 욕을 하던 곳. 그 애들이 맞을 땐 나이답지 않은 한숨 한 번, 비 오는 날엔 그걸 또 한 번. 가로등이 빙글빙글 수족관 물고기의 시린 등을 치료할 때, 손발이[…]

철저한 야외 外
조연호 / 2005-08-26
불편’의 정치학과 ‘환상’이라는 전략 / 고봉준

 고봉준(문학평론가) 최근 일간지들에 <시힘> 동인과 <21세기 전망> 동인들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 동시에 실렸다. ‘동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매우 낯설게 느껴지는 지금, 흑백사진 속의 정물 같은 그들의 어색한 웃음은 확실히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을 불러내고 있었다. 84년에 결성된 <시힘> 동인은 <시운동> 동인과 더불어 80년대 시단의 한가운데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했었고 또 지금도 열심히 활동 중이다. 89년에 결성된 <21세기 전망> 동인 역시 차창룡, 함민복, 허수경 등의 스타급 시인들을 배출하면서 90년대 초반의 시단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뉴 밀레니엄으로 접어들면서 그들의 활동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급기야 ‘동인’의 정체성 역시 서서히 잊혀져 갔다.   뉴 밀레니엄을 목전에 두었던 지난[…]

불편’의 정치학과 ‘환상’이라는 전략
고봉준 / 2005-08-26
만석고물상 外 / 임성용

 임성용 만석고물상 만석고물상 고철더미 구석에는 중고 기계들이 우두커니 서 있다 저 공룡처럼 생각을 잃은 것들 탱크가 부서지고 관절이 꺾인 것들 프렌지가 뜯긴 뻥 뚫린 눈으로 멍하니 발톱만 내려다보고 있는 것들 시커멓게 녹물이 흘러 뜨거운 핏줄을 지운 것들 아니, 상처가 나도 피를 흘릴 수도 소리를 지를 수도 없는 것들 울음조차 눈물조차 굳어진 것들 기름 찌꺼기를 고름처럼 껴안고 살아있는 마지막 숨을 거두고 있는 것들 그 기계들 옆에 가만히 서 있으면 롤러 돌아가는 소리가 웅웅거리며 들리는 것 같아 프레스 이빨 찍는 소리가 쾅쾅 고막을 때리는 것 같아 가슴이 뛴다, 공장 나온 지가 벌써[…]

만석고물상 外
임성용 / 2005-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