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와 그 후예들 [1] / 김경연

          로빈슨 크루소를 읽으려는 까닭  "만약 '결코 삶을 포기하지 말라'라는 메시지만 중요하다면 그냥 그 문장을 표어처럼 암기하면 된다. 대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을 겪으며 어떻게 극복하는가를 경험하는 것, 그것이 모험이야기가 전해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이제 그 즐거움을 향해 떠나 보자 …"  모험이야기를 읽어 볼까?   "내가 상대해야 할 사람들이 알고 싶었습니다."  몇 년 전 프랑크푸르트 공항 지하철역에서 만난 청년의 말이다. 여행을 떠난 지 벌써 50일이 지났다는 청년은 얼굴이 검게 그을리고 티셔츠도 제 빛을 잃어 차라리 남루했으나 눈빛은 생기가 넘쳤다. 3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동안 모은 돈을 여행에 쏟아 붓는 모험을 감행했지만[…]

로빈슨 크루소와 그 후예들 [1]
김경연 / 2005-05-22
청소년 문학과 장르 문학 / 좌백

 <영화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모았던 조앤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 어떤 작품들이 있나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이 읽는 소설의 80%가 장르문학이라고 합니다. 요즘 대여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협, 판타지 소설이겠지요. 무협이라는 건 무협지라고도 부르는 무협소설을 말하는 것이고, 판타지란 달리 ‘팬터지’라고도 하는 장르 환타지 소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어떤 분은 영어 발음을 그대로 사용해서 ‘팬터지(Fantasy)’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만, 실제 나오는 책들이 ‘판타지’라는 명칭으로 장르를 표기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넓은 의미에서의 팬터지 문학, 즉 환상문학이 아니라, 특정한 얼개 위에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으니 장르 판타지라고 부르는 게 옳겠습니다.  서양은 물론 이웃 일본에서도 판타지 소설은 큰 인기를[…]

청소년 문학과 장르 문학
좌백 / 2005-05-22
이상의 <날개> 중에서 / 고인환

  이현용이상의 「날개」는 1936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전통적인 서사 양식의 규범을 벗어난 파격적인 소설로 평가된다. 매춘부인 ‘아내’에 기생해 살아가는 무기력한 화자의 분열된 내면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형상화한 심리주의 소설의 대표작이다. 이상은 자신을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에 비유했다. 오만과 천재성에서 비롯된 섬세한 자의식과, 식민지 근대라는 암울한 현실이 길항(拮抗)하고 있는 이 명제는, 일제강점기를 치열하게 살아간 모더니스트의 절규이기도 하다. ‘현해탄을 건너려던 나비’로 표상되는, 이 오만한 지식인의 비명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바쁜 일상에 쫓겨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이미 박제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저 푸르른 창공을 자유롭게 비상했던 기억은 무의식의 심연(深淵)으로 가라앉고, 이제 그러한 기억이 존재했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한[…]

이상의 <날개> 중에서
고인환 / 2005-05-22
[민 영] 당시(唐詩) 강좌 – 제1강 시의 시대가 열리다 / 민영

당시(唐詩) 강좌  ○ 강사 소개  민 영(시인)1934년 강원도 철원에서 출생했다. 1937에 만주로 이주하여 화룡현 명신소학교 5년을 중퇴했다. 1959년 《현대문학》에 추천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1972년 첫시집 『단장(斷章)』을 냈다. 이후 『용인 지나는 길에』, 『냉이를 캐며』, 『엉겅퀴꽃』, 『바람 부는 날』, 『유사를 바라보며』 등의 시집을 냈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으로 『충무공 이순신 』, 『고구려 이야기』와 『고려 이야기』, 『광개토왕』 등과 역서로서 『중국 민화집』, 『무궁화와 모젤 권총』, 『말하는 나무 의자와 두 사람의 이이다』 등을 냈다. 1991년 제6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 강좌 소개 중국의 문학에서 당나라의 시(唐詩)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일찍이 국가체제를 갖춘 중국에서, 특히 당나라에서 시는 크게 우대받으면서 불세출의[…]

[민 영] 당시(唐詩) 강좌 - 제1강 시의 시대가 열리다
민영 / 2005-05-21
씨 뿌린 자의 할 일 / 천운영

  바람이 불었다. 바람을 탄 것인지도 몰랐다. 사이버 문학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찬바람 끝에 황사가 왔다. 황사 속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아예 잘 못 들어선 길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계속 걸어가면 길이 나오겠지. 길은 이어지고 끊어지고 돌아가는 것이니까.  우리는 지금 이제 막 돋기 시작한 새싹을 앞에 두고 있다. 연둣빛의 여리고 보드라운 싹. 이 싹이 무슨 꽃을 피울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싹을 돋우었으니, 땅을 밀고 올라왔으니, 그 힘으로 무슨 꽃이든 피울 것이다. 우리가 그저 햇볕을 가리지 않도록 비켜주고 물길을 막지 않으면 된다. 그것들이 서로 보듬고 어르고 쓰다듬도록 놓아두면 된다. 그것이[…]

씨 뿌린 자의 할 일
천운영 / 2005-05-21
훈장 (4) 딸년 / 김지우

딸년  벌써 점심나절이 지나 있었다. 옛 집에서 실랑이질을 벌인 게 인부들 말대로 아무 것도 아닌 시간이 아니었다. 새 집으로 짐을 올리는 일은 점심을 먹은 뒤라야 될 것 같다.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박스를 찾은 영감땡감은 입맛이 동해 아까부터 밥 타령이다.  “이사하는 날은 자장면도 맛있고 짬뽕도 맛있어.” 아침을 헛손질하다 말았으니 시장할 만도 했다. 그렇다고 체신머리 없이 딸년 앞에서 밥, 밥 해대는 것은 우세스럽다. 어떤 극심한 고통일지라도 제 안에 두고 잘 내색하지 않는 딸년이다 보니 자식이라도 어쩔 땐 어렵다. 사위 일만 해도 그렇다. 그토록 마음고생이 자심하면서도 제 그늘 아래에다만 두었다. 요새 젊은것들 같으면[…]

훈장 (4) 딸년
김지우 / 2005-05-21
훈장 (3) 영감땡감 / 김지우

3. 영감땡감 바깥 베란다 창고에서 인부가 부르는 소리가 났다.  “여기 좀 와보세요. 이게 뭡니까?”  매직펜으로 ※조심※이라고 휘갈겨 쓴 낡은 박스 두 개를 조심스레 가리킨다.  “뭐 그냥 그렇고 그런 거예요.”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려는데 어느 결에 뒤따라왔던지 영감땡감이 깜짝 반색을 한다.  “어? 그게 거기 있었어?”  인부가 창고에서 나온 짐은 창고짐 쪽에 함께 두는 게 원칙이라고 하자 아무 소리 말고 무조건 갖고 들어오라고 인상을 쓴다. 거실 인부가 짜증스레 뭔데 그래? 묻자 나도 몰라, 아따, 똥깨깨나 무겁네, 끙끙대며 들여놓는다. 영감땡감이 거실 인부의 칼을 집어들었다. 하나라도 묶고 싸기 바쁜 와중에 펼쳐놓고 보겠다니 거실 인부가 얼굴을 찡그렸다.[…]

훈장 (3) 영감땡감
김지우 / 2005-05-21
훈장 (2) 딸년 / 김지우

 2. 딸년  어제는 무슨 비가 그리도 여름 장마비처럼 쏟아지던지. 다행히도 오늘은 해가 나, 날이 쨍하기는 하지만 비 끝에 바람이 차다. 나무들마다 잎새를 죄 떨구고 가지 사이가 텅 비어 있다. 그 하루 비에 맥을 못 추고 그 좋던 이파리들이 절단 나버렸다. 은행잎은 노래서 예쁘고 갈잎들은 붉어서 예쁘더니 부귀영화가 일장춘몽에 불과하다. 꼭 영감땡감 짝이다. 잎들이 지고 나니 그 동안 나뭇잎에 가려 뵈지 않던 것들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헌 침대, 고장난 청소기, 깨진 유리, 스티로폴, 썩어 한 줌 흙도 못 될 기구한 운명들 일색이다. 닳고 헐고 고장나 버림받은 것도 서러운 판에 풍찬노숙에 시달려 하고 있는 꼬락서니들이[…]

훈장 (2) 딸년
김지우 / 2005-05-21
카프카의 '변신'을 통해서 본 가정의 의미 / 김용규

   가정이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로 대답할 수 있겠지만, 가브리엘 마르셀(Gabriel Marcel, 1889~1973)이라는 프랑스 철학자는 가정을 ‘존재의 의미가 드러나는 장소’로서 파악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가정이란 사람이 그의 ‘어떠어떠함’ 곧 외모나 성격, 재능 또는 재산 등등 때문에 인정받고 사랑받는 장소가 아니라, 그의 존재 곧 ‘있음’ 그 자체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장소라는 뜻이지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못생겼거나, 성격이 사교적이지 못하고, 게다가 특별한 재능이나 재산마저 없다고 한다면, 그는 가정 밖 사회에서는 인정받거나 사랑받기가 어렵지요. 하지만 가정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말입니다. 가정이란 가족 중 그 누가 설령 못생겼다고 해도, 또는 성격이 사교적이지 못하고 해도, 특별한 재능이나 재산이 없다고[…]

카프카의 '변신'을 통해서 본 가정의 의미
김용규 / 2005-05-21
훈장 (1) 영감땡감 / 김지우

1. 영감땡감  영감땡감이 그예 또 삐친 것 같다. 하고 앉아 있는 꼬락서니가 벌써 딱 나 삐쳤소 이다. 눈꽁댕이가 하늘로 달아 매지려 한다. 애가 그러면 귀엽기나 하지, 이건 볼 만도 안 하다. 살집이라곤 하나 없는 버석한 얼굴에, 머리는 어쩌자고 저렇게 싹둑거려 놨는지, 어떤 이발소인지 가위질 한번 원 없이 해 놨다. 사람을 얼마나 허술하게 봤으면 저래 놨을까. 사람은 우선 허우대가 멀쩡해야 어딜 가도 대접을 받는 것을.  당장 영감땡감만 봐도 그렇다. 두어 달 시난고난 앓고 나더니 순식간에 영감땡감이 되어버렸다. 이제 겨우 육십 줄 넘어선 사람을 환갑 진갑 다 쇤 칠십 노인으로 본다. 그전에야 어디[…]

훈장 (1) 영감땡감
김지우 / 200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