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중편연재] 누에의 난④ / 김도연

누에들은 이제 거의 대부분 고치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눈을 가까이 가져가 들여다봐야 고치 안에서 어른거리는 누에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고치를 짓다가 병에 걸려 죽어버린 누에들도 더러 있었다. 죽어버린 누에들은 그때그때마다 화단에 묻어버린 터라 그 자리엔 토해 내다 만 명주실만 바늘 같은 소나무 이파리에 이리저리 걸려 있었다.

[중편연재] 누에의 난④
김도연 / 2016-04-25
박상우
[중편연재] 외계인 ④ / 박상우

오후 세 시 사십 분, 나는 7층의 4인 병실로 옮겨졌다. 오전에 지하 3층의 검사실로 나를 데려간 두 명의 아르바이트생이 다시 와 이동을 도왔다. 좌우로 두 개씩 침대가 배치된 4인 병실은 이전의 6인 병실보다 훨씬 차분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출입문 맞은편에 넓은 창이 있어 앞이 확 트인 느낌이 들었다. 이전 병실에 창이 하나도 없었다는 게 비로소 되새겨졌다.

[중편연재] 외계인 ④
박상우 / 2016-04-01
구병모
[중편연재] 세제 한 스푼의 시간 ③ / 구병모

1년에 한 번꼴로 이루어지던 대학병원 방문이 재작년부터는 6개월에 한 번꼴로 바뀌었다. 노인이 한때 습관을 들이기도 했던 가벼운 산책은 이미 진행 중인 신체의 노화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았고, 그나마 무릎이 시리거나 날이 궂으면 취소하기를 거듭하다 결국 시들해졌는데, 그로선 최초의 목적이었던 로봇의 코에 신선한 바람을 쐬어주는 일도 이미 충족된 까닭에 더욱 그랬다.

[중편연재] 세제 한 스푼의 시간 ③
구병모 / 2016-04-01
박상우
[중편연재] 외계인 ③ / 박상우

오전 아홉 시 경, 새벽에 왔던 간호사가 주사액 두 개를 카트에 싣고 나타났다. 하나는 큼직한 사각 비닐봉지에 담긴 우윳빛, 다른 하나는 작은 직사각형 비닐봉지에 담긴 투명한 주사제였다. 내가 침대에 반듯하게 눕자 간호사가 왼팔에 토니캣을 묶고 혈관을

[중편연재] 외계인 ③
박상우 / 2016-03-04
해이수
[중편연재] 탑의시간 ④ / 해이수

저녁 시간이 지난 후라 옥상 레스토랑에는 L과 M 외에 다른 손님은 없었다. L이 음식을 다 먹고 일어날 즈음 M이 나타났다. 내일 아침 첫 비행기로 바간을 떠나는 L은 지금이 아니면 인사할 시간이 없었다. M은 주문한 볶음밥을 반도 먹지 않은 채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맞은편에 앉은 L이 물었다.

[중편연재] 탑의시간 ④
해이수 / 2016-03-01
해이수
[중편연재] 탑의시간③ / 해이수

옥상에서 내려와 잠자리에 누웠을 때 L은 옆방에서 C와 Y가 뒤엉키는 소리를 들었다. 열대지역 게스트 하우스는 방음시설이 형편없었다. 벽 하나를 건너서 그들이 속삭이는 음성과 움직이는 기척과 삐걱대는 침대 소음이 고스란히 들렸다. 여자는 톤이 맑고 높으며 남자는 굵고 낮았다.

[중편연재] 탑의시간③
해이수 / 2016-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