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쓰는 ‘글’ / 김신영

[글틴스페셜]     '평화'를 쓰는 '글'     김신영           군인들이 서 있고, 가시 박힌 쇠창살이 둘러싸고 있는 다리.     더 큰 상처를 막기 위해 상처를 주기 위한 무기를 들고 있고, 아직 가시지 않은 상처들이 가시가 되어 사람들을 막고 있는 민간인 통제선.     그게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캠프 그리브스의 첫인상이었다. 1일차의 조금 이른 저녁, 우리는 캠프 그리브스에 도착했다.     저녁 식사와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 캠프의 첫 프로그램인 '심심하지 않은 심야낭독회'를 시작하기 위해 대기하던 박찬세, 신철규 시인님이 단상에 올라와 자기소개를 시작하셨다. 두 시인은 자기소개가 끝나자 각자 가져오신 시를 몇[…]

‘평화’를 쓰는 ‘글’
김신영 / 2019-05-01
지나친, 청춘의 색 / 안도연

[글틴스페셜]     지나친, 청춘의 색     안도연           희다       설렘의 색은 희었다. 흰 해가 떠오를 때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다. 서로의 이름을 모른 채, 버스의 짐칸에 서로의 캐리어를 옹기종기 모았다. 우리는 그렇게 흰 마음, 순수하게 설레는 마음을 안고 파주 캠프 그리브스로 향했다.     흰색에도 감정이 담길 수 있었을까. 통일대교를 지나며 우리는 우리의 이름을 불렸다. 그전까지 이야기를 하거나 단잠에 빠져 있었으므로, 우리는 우리를 조금만 알게 된 참이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글틴' 친구들은 흰 솜 같았다. 살짝 실밥이 삐져나온, 보송보송한 솜.       푸르다[…]

지나친, 청춘의 색
안도연 / 2019-05-01
더 포레스트 / 한서화

[글틴스페셜]     더 포레스트     한서화           2019년 2월 14일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제일 끝부분에 갔다.     그동안 강화도에 있는 통일전망대도 가봤지만 사실 이번에 간 비무장지대가 가장 북과 가까운 곳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왜 글틴 캠프에 참가하게 됐는지 말하자면 끝도 없다. 일단 아버지가 국어국문학과 박사시고, 큰형과 누나한테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글을 쓰라고 하셨다. 한창 인터넷 공간 에서 활동할 때 글틴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글틴 캠프에 가게 됐다는데 사실 정확한 건 나도 모른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작은형도 글 쓰는 걸 좋아하게 되었고, 마찬가지로 글틴에서 활동하기[…]

더 포레스트
한서화 / 2019-05-01
마주한 백지 / 강우진

[글틴스페셜]     마주한 백지     강우진           내가 글을 쓰려고 다짐했던 순간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고향을 떠나 혼자 살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직 글쓰기뿐이었다. 과거의 단편들을 떠오르는 대로 끊임없이 썼다. 그러다 문득, 쉴 새 없이 써왔던 것들이 나를 지탱해 주고 있음을 깨달았다. 쓰면서 회상하고, 읽으면서 각인시킨 단어들이 나의 빈틈들을 메워 가고 있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날, 나는 글을 쓰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혼자서 쓰고 읽는 반복적인 글쓰기가 이어졌다. 내가 잘 쓰고 있는 것인지, 혹여나 잘못된 글쓰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도[…]

마주한 백지
강우진 / 2019-05-01
형형색색 / 유은희

[글틴스페셜]     형형색색     유은희(YP제국)           2년 동안 글로만 알던 친구들을 만났다. 집합 장소인 서울역에는 사람이 많아 찾아가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게시글을 통해 얼굴을 알고 있던 이가 있어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서먹한 상태에서 파주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가는 동안 설레고 두려운 마음이 공존했다.     무대 위에서 흐르는 시인의 목소리는 어색한 우리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질의응답 시간. 우리는 물었고, 시인들은 답했다. 여러 질문들 중 등단과 미등단 관련 질문과 답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직 나에게는 학생이라는 수식어처럼 작가라는 타이틀이 그 차이처럼 느껴졌다. 또 "언어는 저 밑으로[…]

형형색색
유은희 / 2019-05-01
시간의 모양 / 배미주

[글틴스페셜-청소년을 위한 SF소설]     시간의 모양     배미주       럭키문방구       그 소년이 우리에게 온 덕분에, 리-다비트 구에 대한 우리 연구는 다시 희망을 보았다.       우리 셋은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럭키문방구가 문을 닫은 걸 알았다.     럭키문방구는 우리 초등학생 때 만남의 장소였다. 밖에 오락기가 있어서 약속시간보다 좀 늦게 가도 마음이 편했다. 중학생이 된 뒤로는 만남의 장소가 편의점으로 바뀌었다.     "야, 왜 문 닫았대?"     태영이가 아쉬워했다. '폐업정리' 종이가 색 바랜 채 붙어 있었다. 오늘 초여름치고 더워서 럭키문방구에서 파는 오백 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사먹자고 오지 않았으면 문[…]

시간의 모양
배미주 / 2019-04-01
더 레드 / 윤예원

[제14회 문장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소설]     제14회 문장청소년문학상 대상-더 레드     윤별(윤예원)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람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체온 사이의 서사를 옮겨 적을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풍경을 글로 묘사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써넣은 낱말이 이 세상에서 부드럽게 사라진다고 가정한다면……     그러면 어떤 세계에서든 언제나 가장 먼저 멸종할 단어는 빨강이다.   *       피터, 하고 부르면 빨간 베레모를 쓰고 벤치에 앉은 203이 익숙하게 돌아본다. 그게 낯설어 나는 못내 아쉬운 투로 203을 발음했다가 불만 가득한 목소리에 다시 한 번 피터, 하고 입술을[…]

더 레드
윤예원 / 2019-04-01
‘법의학(강대영 외)’ 239쪽 우측상단 사진 10-27 / 조유진

[제14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최우수상 수상작/시]     제14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최우수상 – '법의학(강대영 외)' 239쪽 우측상단 사진 10-27     곧(조유진)       준아, 내가 아는 세상의 다른 모든 준에게는 또다시 세상에 한 사람의 준이 사라졌다고 차마 말해줄 수가 없어 오늘은   아아 그래 너의 부고는 아홉 사람을 거쳐 비로소 나에게로 전해졌구나 너에게 맞는 옷 또한 이 세상에는 부재하여 너는 존재하지 않는 몸을 공허로 감싼 채 매트리스 없는 침대 위에 뉘였다 그들의 카메라는 너의 부재를 촬영할 수 있었으나 이미 휘발하여 바람에 섞인 너의 언어는 차마 해독할 수 없었으므로 너의 육신은 기록되어지나[…]

‘법의학(강대영 외)’ 239쪽 우측상단 사진 10-27
조유진 / 2019-04-01
등껍질 속 가족 / 오태연

[제14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소설]     제14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 등껍질 속 가족     잇몸(오태연)           할머니는 내가 태어난 게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너는 돌다리 밑에서 주워 온 거야. 비가 아주 많이 오는 날이었지. 네가 강에서 떠다니는 걸 네 애비가 주워서 집 앞에 놓고 갔어. 그게 끝이야.     할머니가 술과 한 뭉텅이의 약을 왕창 먹고 식탁으로 올라가 손을 번쩍 들고는, 하나님 아버지! 하고 울부짖었다. 나는 엄마와 배를 잡고 웃었다. 킥킥, 움직이는, 움직이는 텔레비전이야. 엄마가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속삭였다. 엄마의 입김이 귀에 닿자 알코올과 약방의[…]

등껍질 속 가족
오태연 / 2019-04-01
어제는 태풍이 왔다 / 송호정

[제14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수장작/시]     제14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 어제는 태풍이 왔다     여전사 캣츠걸(남)(송호정)       뉴스는 호우주의보를 보도했다.   잠가 놓았던 난민들이 쏟아졌다. 철새처럼 무리지어 수근거렸다. 간밤에 301호가 무너져 내렸다고 302호와 303호는 속닥였다. 십자가 위에 걸린 비바람처럼 웅성거렸다   무너져 내린 길목을 걷느라 어른들은 아이가 되었다. 모두의 무릎이 축축했다.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만 보인다는 비벼락은 낯 익은 소문이었다. 다 헤진 야상을 걸치고. 사람들은 자주 주머니 속에서 뒤척거렸다. 가게들은 전부 닫혀 있거나 닫혀 버렸다   내일은 내일의 태풍이 올 것 아무데나 버려진 바람을 한 움큼 훔치고 길목은 아무[…]

어제는 태풍이 왔다
송호정 / 2019-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