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멀미와 함께 살아가는 법 / 전혜진

〔글틴스페셜〕     우주 멀미와 함께 살아가는 법     전혜진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었다. 내 귓속에서 두근두근, 심장 뛰는 소리가 묵직하게 울려 왔다. 마치 동맥에서 주먹이 튀어나와 고막을 직접 두드리는 것처럼. 머리가 어질거렸다. 그리고 귀 안쪽부터 부어올라 귓속이 꽉꽉 차오르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들려고 애쓰자 머릿속이 빙빙 돌았다. 속이 메스껍다 싶더니 바로 구역질이 올라왔다.     이건 일종의 멀미다. 아주 지독한 멀미.     배를 타고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로 나간 것도 아닌데. 버스를 타고 산꼭대기에서부터 전력질주로 내려오는 것도 아니고, 우주정거장에 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멀쩡히[…]

우주 멀미와 함께 살아가는 법
전혜진 / 2019-10-01
고래고래 통신 / 전삼혜

[글틴스페셜]     고래고래 통신     전삼혜           여름방학 막바지에 발등을 다쳤다. 바닥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발을 휘저어 찾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책장을 걷어찬 걸로 끝났으면 기껏해야 발가락 좀 아프고 말았을 텐데, 걷어찬 책장에 대충 쌓아 둔 책들이 발등 위에 떨어졌다. 그러니까 평소에 책 정리 잘하랬잖아!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며 택시를 타고 정형외과에 갔다. 발등에 금이 갔다니. 일주일 정도는 돌아다니지 말라는 말에 침대에 누운 채 개학을 맞이했다. 반 깁스나마 할 수 있게 되어 절뚝거리며 늦여름의 막바지에 나는 2학기를 맞았다.     "쌤, 저 왔어요."     "발등은 괜찮아?"     이미 사고[…]

고래고래 통신
전삼혜 / 2019-08-01
단어가 내려온다 / 오정연

[글틴스페셜]     단어가 내려온다     오정연           오늘도 단어는 내리지 않을 모양이었다.     화성에 도착하고 일주일. 매일 아침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실눈부터 떠보지만 끝내 실망하며 잠드는 나날이었다. 화성 궤도 진입 직전 최서연이 지구에서 지학 소식을 알려 왔다. 이로써 우리 반에서 단어가 내리지 않은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아니, 사실 나는 이미 우리 반도 아니었다. 평생 평균 이하 그룹에 속했던 기억이 없는 내가 그렇게 된 것은 내가 '여기' 있기 때문 아니었을까. 물리적, 심리적, 언어적 환경이 갑작스럽게 변했기 때문에 생긴 지연 현상이라고밖에는 설명할 도리가 없었다. ___________________      […]

단어가 내려온다
오정연 / 2019-07-01
무제 / 곽다혜

[글틴스페셜]     무제     곽다혜           열일곱, 17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들 말하는 3년의 시작점. 달려야 하는 순간들만을 앞에 두고 나는 퍽이나 무력감에 젖어 있었다. 다들 그렇지 않을까.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확실히 뭐가 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희망찬 꿈과 현실, 그 경계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를 현실로 돌아오게 해준 것은 특별히 더 거창한 것도 아닌, 지금에서야 말하는 나의 기억이다.       '검문 있겠습니다. 성인은 신분증 제시해 주시면 됩니다.'     사진으로만 본 DMZ, 실감나지 않았던 곳. 우리가 분단국가라는 것을, 아직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현실을 깨달은 것은 통일대교 위에서[…]

무제
곽다혜 / 2019-06-01
겨울의 찬란, 봄의 도래 / 박성경

[글틴스페셜]     겨울의 찬란, 봄의 도래     박성경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게 치열한 곳, 이기를 모르는 생명들이 자정작용을 마치고 인간의 화해를 기다리는 곳, DMZ 남방한계선에서 2km 가량 떨어진 파주 캠프그리브스. 나는 그 곳에서 사흘을 보내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평화를 깊이 생각했다.       시작은 포스터에 적힌 신철규 시인의 이름이었다. 파란 표지가 꼭 눈물을 가득 담은 것 같은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에 실린 시인의 말, '숨을 곳도 없이 / 길바닥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이 / 더는 생겨나지 않는 세상이 / 언젠가는 와야 한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겠다.'. 나는 이[…]

겨울의 찬란, 봄의 도래
박성경 / 2019-06-01
글틴 캠프에 다녀왔어요! / 서다영

[글틴스페셜]     글틴 캠프에 다녀왔어요!     서다영          지하철을 탔다. 새로운 사람들은 만난다는 것은 항상 설레는 일이었다. 우리들은 서울역 맥도날드 앞에서 만났고, 나는 부끄러워 인사도 못 했다. 그리고 다시 버스에 탔다. 사람들은 버스에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수줍게 인사하던 수정 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서울역에서 파주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초반에는 정신이 말똥해서 가는 동안은 깨어 있겠지 싶었는데, 자다가 눈 뜨니까 30분이 지나 있었다. 이후로는 잠이 들지 않아 가만히 눈을 뜨고 있었다. 기사님과 선생님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기사님은 캠프그리브스 비싸다던데, 라고 하셨다. 5천 원 내고 글틴[…]

글틴 캠프에 다녀왔어요!
서다영 / 2019-06-01
경계 사이에, 서 / 성 현(송성현)

[글틴스페셜]     경계 사이에, 서     성 현(송성현)           서울, 2월, 그리고 겨울.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서울역내 중앙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눅눅한 감자튀김을 집어 드는 동안, 나는 준비물인 신분증을 새삼 어색하게 더듬거리며 꺼내들었다. 주민등록증 앞자리에 동그랗게 나를 바라보는 '00' 두 글자가 선명했다. 글틴이란 이름과는 먼 거리가 있는 나의 나이, 스물이었다. 만약 세월에 나이테와 같은 경계가 있다면, 지금의 나는 그 경계 사이에 끼인 채 둥근 테를 빙글빙글 도는 모습이 아닐까 상상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내가 새해와 맞이한 것은 어떤 환희가 아닌 무기력과 패배감이었으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경계 사이에, 서
성 현(송성현) / 2019-06-01
DMZ로 가는 길 – 2박 3일 글틴 캠프 / 한서웅

[글틴스페셜]     DMZ로 가는 길 – 2박 3일 글틴 캠프     한서웅           어렸을 때부터 DMZ는 꼭 가보고 싶은 땅 가운데 하나였다.     일본의 후지산보다 우리나라 백두산을 직접 밟아 보고 싶었고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평양을 죽기 전에 만져 보고 싶었다. 낯설고 이질적인 외국보다 정겹고 친근한 우리나라가 좋았고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욕심보다 아직 가보지 않은 한국 명소를 찾고 싶은 소망이 더 컸다. 몇 년 전 강화도 평화전망대로 여행 갔을 때 멀리서만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안타깝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우리는 누구의 잘못 때문에 코앞에[…]

DMZ로 가는 길 – 2박 3일 글틴 캠프
한서웅 / 2019-06-01
‘평화’를 쓰는 ‘글’ / 김신영

[글틴스페셜]     '평화'를 쓰는 '글'     김신영           군인들이 서 있고, 가시 박힌 쇠창살이 둘러싸고 있는 다리.     더 큰 상처를 막기 위해 상처를 주기 위한 무기를 들고 있고, 아직 가시지 않은 상처들이 가시가 되어 사람들을 막고 있는 민간인 통제선.     그게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캠프 그리브스의 첫인상이었다. 1일차의 조금 이른 저녁, 우리는 캠프 그리브스에 도착했다.     저녁 식사와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 캠프의 첫 프로그램인 '심심하지 않은 심야낭독회'를 시작하기 위해 대기하던 박찬세, 신철규 시인님이 단상에 올라와 자기소개를 시작하셨다. 두 시인은 자기소개가 끝나자 각자 가져오신 시를 몇[…]

‘평화’를 쓰는 ‘글’
김신영 / 2019-05-01
지나친, 청춘의 색 / 안도연

[글틴스페셜]     지나친, 청춘의 색     안도연           희다       설렘의 색은 희었다. 흰 해가 떠오를 때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다. 서로의 이름을 모른 채, 버스의 짐칸에 서로의 캐리어를 옹기종기 모았다. 우리는 그렇게 흰 마음, 순수하게 설레는 마음을 안고 파주 캠프 그리브스로 향했다.     흰색에도 감정이 담길 수 있었을까. 통일대교를 지나며 우리는 우리의 이름을 불렸다. 그전까지 이야기를 하거나 단잠에 빠져 있었으므로, 우리는 우리를 조금만 알게 된 참이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글틴' 친구들은 흰 솜 같았다. 살짝 실밥이 삐져나온, 보송보송한 솜.       푸르다[…]

지나친, 청춘의 색
안도연 / 2019-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