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옷을 정리하며 / 고봉준

  겨울옷을 정리하며   고봉준           3월의 첫 주말입니다. 어제 아침에는 늦은 아침을 먹고 옷장을 정리했습니다. 겨울이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이제 경칩이 지나면 하루가 다르게 봄기운이 퍼질 테니까요. 담배를 피우기 위해 아파트 광장에 내려서도 그다지 춥지 않습니다. 자전거 바퀴를 신나게 굴리며 지나가는 한 무리의 아이들과 이른 아침부터 이삿짐을 나르느라 요란한 굉음을 내고 있는 사다리차의 모습을 목격하고 나니 어느새 마음은 봄입니다. 일단, 겨울옷들은 빨아야 할 것과 드라이클리닝을 맡겨야 하는 것들로 구분합니다. 우리 아파트 뒤편에는 조그만 하천이 있고, 하천의 가장자리에는 주민들이 걷거나 조깅을 할 수 있는 산책로가 나[…]

겨울옷을 정리하며
고봉준 / 2012-03-05
가없고 끝없고 영원한 2월의 독서 / 편혜영

  가없고 끝없고 영원한 2월의 독서   편혜영(소설가, 본지 편집위원)             지난 12월호 《문장웹진》 〈작가가 읽은 책〉 코너에서 조현 작가님이 소개해 주신 『무한으로 가는 안내서』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 제목 밑에 ‘가없고 끝없고 영원한 것들에 관한 짧은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작가님의 추천대로 몹시 매력적이어서, 늘 곁에 두어 읽고 싶은 책 중 한 권이 되었습니다.   가없고, 끝없고, 영원한 것들은 언제나 우리를 사로잡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끝이 정해져 있고 순간적이고 유한한 세계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일 테지요. 하지만 그런 유한한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자주 영원을[…]

가없고 끝없고 영원한 2월의 독서
편혜영 / 2012-02-13
모두에게 복된 새해! / 고봉준

  모두에게 복된 새해!   고봉준(문학평론가, 본지 편집위원)             201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시간의 연속성이라는 것이 허구적인 감각에 불과하다는 걸 일찍이 알아버렸지만, 그럼에도 달력상의 해가 바뀌고 신년의 첫날을 맞이하는 일이 마냥 무덤덤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어렸을 적에는 일 년에 두 번 찾아오는 설날이 마냥 좋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에는 가계의 지출과 이러저러한 모임들이 두 번씩 있어서 몸도 마음도, 더불어 지갑 사정도 어렵기만 합니다. 그 어려운 가운데서도 우리는 또다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나름의 계획을 성실하게 세웁니다. 금연, 금주, 저축 등이 그런 공약(空約)의 대표적인 사례들이 아닐까요. 매스컴은 연일[…]

모두에게 복된 새해!
고봉준 / 2012-01-09
수많은 기원을 품은 11월 / 편혜영

  수많은 기원을 품은 11월   편혜영           올 가을 단풍은 예년보다 아름다울 거라고 합니다. 적은 강수량과 풍부한 일조량 등, 단풍이 곱게 물든 조건을 두루 갖췄다고 합니다. 그에 비해 단풍이 빨리 떨어질 거라고 하는데, 예년에 비해 적은 강수량이 영향을 미쳐서 그런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잎이 색색으로 물들거나 잎이 떨어지는 것도, 뭐 하나 홀로 이루어지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여름 동안의 비와 바람, 햇볕이 가을 나무에 어떤 색을 입힐지 결정하고, 늦가을 어느 무렵 잎을 떨굴지 궁리를 하니까요. 이 세상에, 각자의 인생에, 무엇 하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

수많은 기원을 품은 11월
편혜영 / 2011-11-07
먼 곳의 한 사람에게 / 고봉준

  먼 곳의 한 사람에게   고봉준         늦은 저녁, 전철을 타고 서울역에 다녀왔습니다. 사람들로 붐비는 전철 안에서 제 앞에 서 있는 한 쌍의 커플이 영화 〈도가니〉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더군요. 일부러 귀를 기울여 들은 건 아니지만 붐비는 전철 안이라 대화를 듣지 않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도가니’ 열풍은 비단 이 커플만의 일은 아니군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도가니’ 열풍이 크고 작은 파문을 일으키는 요즈음입니다. 덩달아 원작 소설도 꽤 많이 팔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십만 권의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장애인의 인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기 시작한 건 영화가[…]

먼 곳의 한 사람에게
고봉준 / 2011-10-10
처서(處暑) 무렵 / 편혜영

  처서(處暑) 무렵   편혜영           처서가 지났습니다. ‘처서(處暑)’는 여름이 지나 더위가 가시고 가을을 맞이하게 되는 무렵으로, 더위가 그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올해 늦더위는 도무지 수그러들 기미가 없고 오히려 복중보다 더 깊어진 듯 합니다. 그래도 부쩍 해가 짧아지고 밤이면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걸로 보아 어김없이 새로운 계절은 다가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긴 마음은 비만 죽죽 내리던 여름을 이미 버린 지 오래지만요.   이번 9월호에서는 주목할 만한 첫 소설을 출간한 김이듬, 이은조, 장강명, 전석순 네 분의 소설가를 모셨습니다. 문학평론가 소영현 선생님께서 단 한 편의 소설로 주목할[…]

처서(處暑) 무렵
편혜영 / 2011-09-05
날씨 유감 / 고봉준

  날씨 유감   고봉준         덥고 습한 여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름 휴가는 잘 다녀오셨는지요? 자연 현상에 ‘폭탄’이라는 군사적 비유를 동원하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친 감이 없지 않지만, 말 그대로 한반도 곳곳에 물 폭탄이 떨어진 기록적인 여름입니다. 개발을 최고의 덕목으로 내세우는 지금의 현실이 중단되지 않는 한, 재난에 가까운 자연 현상은 계속되겠지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한반도의 남쪽 어딘가에 또 물 폭탄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파를 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이 물 부족 국가라는 정부의 캠페인은 거짓인 것 같습니다. 8월호는 ‘2011년 《문장웹진》이 주목한 젊은 작가 6인’의 신작소설을 특집으로 꾸몄습니다. 최민석,[…]

날씨 유감
고봉준 / 2011-08-11
한여름의 시작 / 편혜영

  한여름의 시작   편혜영(편집위원)           올해는 어쩐지 재난과 재해로 시작된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봄에 있었던 이웃나라의 지진과 방사능의 경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진 이후 짧은 더위가 지나가고 장마가 시작되고 태풍이 한 차례 지나갔는데도 여전히 폭우 속에 놓인 것만 같고 도처에 허방이 놓인 듯 공허하고 위태로운 기분이 계속됩니다. 실제로 올 여름은 연일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비를 맞고, 누군가는 철거되는 주거 현장에서 누군가는 조선소의 높은 크레인 위에서 비를 맞습니다. 어느 한철, 태평하고 무사히 지나가는 법이 없지만, 비가 그치면 다가올 한여름은 또 얼마나 치열하고 무더울지[…]

한여름의 시작
편혜영 / 2011-07-11
재난의 시간 / 고봉준

  재난의 시간   고봉준           아침 출근길에는 어김없이 에어컨을 켭니다. 그늘과 에어컨 바람이 간절한 시간이 왔습니다. 6월입니다. 여름은 에어컨과 모기와 함께 옵니다. 그런데 문득 ‘재난’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비단 바다 건너에서 일어났던 쓰나미와 원전 사고만이 재앙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한껏 들뜬 마음으로 이 여름을 기다리고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여름은 덥고 성가신, 지루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산다는 것이 점차 재앙을 견디는 일은 아닐까, 재앙의 한가운데에서 출구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일은 아닐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떠오릅니다. 쓰나미와 원전의 사고는 어느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고 있지만, 광화문의 밤을 밝히는[…]

재난의 시간
고봉준 / 2011-06-13
꽃 같은 시절 / 편혜영

  꽃 같은 시절   편혜영         꽃 같은 시절, 5월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봄이 늦된 것 같아 조바심이 나더니, 막상 5월이 되니 기다려 주어 고맙다는 듯 봄이 그 기운을 한껏 풀어 주고 있습니다. 마냥 봄을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들이, 여전히 많았습니다. 이웃나라의 재해 복구는 아직도 요원하고 또 다른 이웃나라에서는 올해도 여전히 사나운 먼지바람을 날리고, 나라 안의 정세는 언제나 그렇듯 멀리서 듣는 얘기만으로도 침울합니다. 아마 5월에도 많은 일들이, 봄인 것과 상관 없이, 봄이거나 말거나, 분주히 일어나고 한순간 잦아들 것입니다. 시절이 꽃 같지 않다면, 그저 우리가 꽃이 되어 한[…]

꽃 같은 시절
편혜영 / 2011-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