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준 문학평론가(2013)
봄이 오는 이치 / 고봉준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는 봄이 목련으로 시작됩니다. 학교에 오랫동안 몸을 담은 사람들은 학교에서 목련이 가장 아름답게 피는 곳들을 잘 알고 있죠. 의료원 앞, 대학 본관 앞, 그리고 한의대 앞이 그곳들입니다. 그곳의 목련은 벌써 하얀 꽃망울을 터뜨렸는데, 다른 곳의 목련은 아직입니다. 봄이 절반만 온 것일까요? 주말에 전국적으로 큰 비가 온다고 하니 벌써 걱정이 됩니다.

봄이 오는 이치
고봉준 / 2013-04-09
편혜영 소설가(2013)
‘3’이라는 새로움 / 편혜영

이번 호 《문장웹진》은 ‘3’이라는 숫자로 시작합니다. 내기나 가위바위보를 할 때는 우리는 삼세판을 해야 직성이 풀리고, 의사 결정에 있어서도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립니다. 종교에서도 삼위 일체가 중요하며 변증법적 종합을 이룰 때에도 3단 논법을 거칩니다. 숫자 ‘3’을 창조와 출발, 재통합을 의미한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둘(2)로 분리된 것들을 합일(1)하려는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3’이라는 새로움
편혜영 / 2013-03-01
고봉준 문학평론가(2013)
눈 내리는 밤 /

창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저는 지금 두 곡의 노래를 번갈아 듣고 있습니다. 조금은 오래된 노래들, 송창식의 <밤눈>과 10㎝의 <눈이 오네>가 그것들입니다. 송창식의 노래는 울림이 큰 애절함이 강점이고, 10㎝의 노래는 어쿠스틱한 음악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간결함과 세련됨이 돋보입니다.

눈 내리는 밤
/ 2013-02-07
편혜영 소설가(2013)
안부 너머의 안부 / 편혜영

이번 신년은 유독 차분하게 맞이하게 됩니다. 지난 연말의 선거 여파인 듯도 하고 나이 탓인 듯도 합니다. 시간의 구획이 조금씩 희미해져 가고 허방 같은 삶의 여러 순간들을 무심히 쳐다볼 수 있는 게 늙음의 과정이라면, 어쩐지 그것은 우울과도 일부 닮아 있는 것만 같습니다.

안부 너머의 안부
편혜영 / 2013-01-01
지금은 겨울을 준비할 때 / 고봉준

     [편집위원 노트]     지금은 겨울을 준비할 때   고봉준 (문학평론가, 본지 편집위원)              10월 한 달을 내내 앓았습니다. 스치고 지나가는 환절기의 감기라고 하기엔 꽤 심각했고, 큰 병이라고 말하기엔 부끄러운 그런 증상이었습니다. 덕분에 올해의 10월은 제 기억에 없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더디게 갔는지 빠르게 갔는지 통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연이틀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와서 그랬는지 학교에도, 거리에도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겨울이 한 걸음 성큼 다가서겠지요. 연말 시상식과 송년 모임을 알리는 초대장과 메일이 하나둘씩 도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겨울을 준비할 때
고봉준 / 2012-11-10
기록이 주는 교훈 / 편혜영

  기록이 주는 교훈   편혜영              94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폭염 말이에요. 올해의 폭염이 참을 수 없이 힘들기만 한데, 94년도의 삼분의 일 수준이라고 하는 걸 보니, 94년에 말도 못하게 더웠나 봅니다. 우리 모두가 그 해 여름을 통과했을 텐데, 그 무더위를 어떻게 견뎠을까요. 개인적으로 94년도에 있었을 법한 몇 가지 일들이 떠오르는데, 날씨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끝내 떠오르질 않습니다. 아마 올해의 이 참혹한 무더위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그저 관측사 같은 기록 속에나 남겠지요.      지난 기록을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기록 속의 일들을 보면[…]

기록이 주는 교훈
편혜영 / 2012-08-22
비 온 뒤의 하늘을 닮은 / 고봉준

  비 온 뒤의 하늘을 닮은   고봉준(문학평론가, 본지 편집위원)              한여름의 더위를 잠시 식혀 주던 빗줄기도 멈춘 날 저녁, 조금은 늦은 편집위원 노트를 작성하려고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통풍을 위해 활짝 열어 둔 창문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들이칩니다. 그 바람의 사이사이에 아직은 눅진한 습기가 묻어나는 걸보니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 봅니다. 이제 일주일 정도만 더 지나면 학생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7월의 마지막과 8월의 처음 사이에 도시인들의 상당수가 산과 바다로 피서를 떠나는 바캉스 시즌이 시작되겠지요. 이번 여름은 또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더위를 피해야 할까[…]

비 온 뒤의 하늘을 닮은
고봉준 / 2012-07-17
‘나’라는 타인에 대하여 / 편혜영

  ‘나’라는 타인에 대하여   편혜영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삶을 철저히 해부하여 소설을 써나가는 작가입니다. 자신이 직접 겪은 결혼, 성과 사랑, 투병에 이르는 경험을 써내는 걸 보면, 아니 에르노에게 있어서 소설을 쓰는 일이란 자신을 올곧게 바라보고 그것을 철저하게 객관화하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작가에게 자기 자신은 영원한 암흑이자 동시에 거대한 수원(水源)인지도 모릅니다. 이 수원은 고약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물의 질량과 농도가 달라집니다. ‘나’라는 타인은 지나치게 간섭이 많은 편이어서, 세계와의 거리 조절을 실패하게 만들곤 하니까요. 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예술화하는 창작자들은 물론이지만 자신과의[…]

‘나’라는 타인에 대하여
편혜영 / 2012-06-13
가정의 달, 잔인하고 피로한 / 고봉준

  가정의 달, 잔인하고 피로한   고봉준(본지 편집위원)             가까운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김없이 『피로사회』라는 책이 등장합니다. 독일에서 엄청난 판매부수를 기록했다고 알려진 이 책이 국내에서도 꽤 인기를 이어 가고 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이 극심한 피로 상태 속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러고 보니 ‘위로’와 ‘피로’라는 두 개의 머리를 지닌 괴물이 이 시대의 화두인가 봅니다. 지난 주말, 어린이날이 낀 연휴를 이용해 가족들과 1박 2일 근교 나들이를 했습니다. 말이 나들이지 사실은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끌려간 셈이지요. 저 같은 사람에게는 5월은 무척 잔인한 달입니다. 챙김을 받을[…]

가정의 달, 잔인하고 피로한
고봉준 / 2012-05-16
달팽이의 호흡으로 / 편혜영

  달팽이의 호흡으로   편혜영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라는 에세이스트는 『달팽이 안단테』라는 책에서, 뜻밖의 투병 생활 중에 묵묵히 미끄러지듯 기어가는 달팽이의 모습을 지켜보며 고독과 고립감을 견뎌냈음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보고 있으면 굼뜨지만 꾸준한 호흡으로 ‘동시에’, ‘함께’ 존재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큰 위로가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문장웹진》은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묵묵한 호흡으로 독자 여러분께 문학의 움과 숨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올 한 해는 매월 조금씩 혁신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웹진 디자인의 혁신을 꾀하고 있으며, 기획에 있어서도 순차적으로 조금씩 변화를 줄[…]

달팽이의 호흡으로
편혜영 / 2012-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