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를 읽는 연쇄살인마 :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 서희원

[커버스토리]     몽테뉴를 읽는 연쇄살인마 _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서희원               의도하고 쓴 것은 아니지만 주제가 시기와 겹치면 나름의 납량특집이 되었다. 이 글이 주로 다루는 소설은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이며, 이를 위해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함께 다룬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조인간, 흡혈귀, 연쇄살인마는 절대적인 폭력을 행사하며, 인간을 마치 가축처럼 도살한다. 괴물의 내면에 어리는 것은 결코 인간적인 죄책감이나 후회 같은 것이 아니기에 그 자리에 놓인 각자의 사정 ― 복수, 식욕, 쾌락 ― 은 읽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소설들을 세밀하게[…]

몽테뉴를 읽는 연쇄살인마 :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서희원 / 2018-08-01
복원과 기록_역사가와 소설가 : 김숨 / 서희원

[커버스토리]     복원과 기록 _ 역사가와 소설가 김숨, 『L의 운동화』, 『한 명』에 대하여     서희원               역사가는 흔히 자신의 창작 작업에 ‘진실’과 ‘사실’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며, 직업적 자부심의 근간으로 삼는다. 직업적 자부심이야 윤오영의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이 오래 전부터 한국인들에게 알려주었던 것처럼 장인정신의 근간이 되는 것이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다른 종류의 글쓰기에 대한 편협한 비교와 건방진 오해로 나아가기 십상이다. 같은 산문의 영역에서 출발했지만 역사가는 소설가와는 달리 아주 일찍부터 국가라는 이데올로기에 소속되기 시작했다. 고대 중국에서 사(史)라는 단어는 원래 관리나 사관(史官)을 의미했으며, 그들은 국가 관료제도의 한 부분이었다.[…]

복원과 기록_역사가와 소설가 : 김숨
서희원 / 2018-07-01
코리언 스텐더즈: 박민규, 편혜영 / 서희원

[커버스토리]     코리언 스텐더즈: 박민규, 편혜영 –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바람처럼 달려가자     서희원               한때, 그리고 지금도, 어쩌면 앞으로도, 한국과 한국인의 모든 것을 말해 준다고 생각되는 두 가지 숫자가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과 1인당 국민소득이 그것이다. 1998년 IMF 이후 2018년까지의 경제성장률을 먼저 보자. 제15대 김대중 정부의 경우 평균 5.32%의 경제성장률을, 제16대 노무현 정부는 4.48%를, 이명박 정부는 3.2%를, 박근혜 정부는 2.95%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은 3.1%를 기록하였다. 어림잡아 지난 20년 동안 대한민국의 경제는 매년 3.5% 이상씩 성장한 것이다. 이런 비유가 경제학적으로 의미를 갖는지 판단할[…]

코리언 스텐더즈: 박민규, 편혜영
서희원 / 2018-06-01
페르소나와 립싱크 / 서희원

[커버스토리]     페르소나와 립싱크     서희원               2006년 신춘문예로 등단해 단편을 발표해 온 박찬순은 2018년 올해까지 총 세 권의 단편집을 출간하였다. 하지만 소설가로서의 명성보다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것은 번역가로서의 이력이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자면 70년대 이후 출생한 한국인 중 누구도 박찬순이 정성스럽게 빚어낸 언어에 추억을 빚지지 않은 사람은 없다. 박찬순은 1977년부터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번역하는 일을 하며, 그녀의 표현에 따르자면, “30년 가까이 빵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맥가이버> 같은 미국 드라마에서부터 <아마데우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같은 영화까지 1,000편 이상의 영상물을 한국어로[…]

페르소나와 립싱크
서희원 / 2018-05-01
음악을 써내려가는 소설가 / 서희원

[커버스토리]     음악을 써내려가는 소설가 소설가의 일, 음악가의 일     서희원                  우리 시대에 사라져 가는 직업 중 하나는 DJ(Disk Jockey)이다. 아직도 라디오는 24시간 방송되고 있고, 클럽은 “현대 음율 속에서/순간 속에 보이는/너의 새로운 춤에/마음을 뺏긴”1) 청년들로 불야성인데 이게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음악적 지식을 통해 다양한 음반에서 좋은 노래를 선별하고 이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청취자들의 취향을 이끌던 그런 음악 전문가로서의 DJ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방송에 등장하는 라디오 DJ는 선곡보다는 대화와 진행을 위주로 하는 MC에 가깝고, 클럽의 DJ는 여러 가지 노래를 조합해 새로운 브리콜라주적[…]

음악을 써내려가는 소설가
서희원 / 2018-04-01
픽션 기술자들과 그들의 시대 / 서희원

[커버스토리]     픽션 기술자들과 그들의 시대     서희원              독일관념론의 대가 헤겔은 『법철학』에서 공동체의 윤리를 ‘인륜(人倫)’이라고 부르면서, 인륜은 가족, 시민사회, 국가라는 세 가지 단계를 거치며 변증법적으로 발전해 간다고 주장하였다. 헤겔에게 국가는 특정한 문화의 발전 혹은 세계정신이 구체화된 최종적 단계의 것으로, 개인은 보편적 공동체인 국가와 대립하지 않고 그 안에서 자유를 실현하며 또한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완전하게 보장해 주는 토대가 된다고 하였다. 자신의 관념 속에서 안락하게 자급자족할 수 있었던 헤겔은 『정신현상학』의 어딘가에 자신만만한 어조로 이렇게 적었다. “진리는 전체이다(Das Wahre ist das Ganze/The whole is the true).[…]

픽션 기술자들과 그들의 시대
서희원 / 2018-03-01
측량과 측정-지도제작자와 시계수리공 / 서희원

[커버스토리]     측량과 측정 ― 지도제작자와 시계수리공     서희원               우리는 흔히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현재’라는 말로 표현한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를 시간의 개념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사유를 진행한다면 ‘현재’를 결코 시간 개념만으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도, 감각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현재’의 맥락에서 시간은 필수적인 상관물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공간이다. 시간과 공간은 논리적인 사고 속에서는 개별적인 것으로 인식되지만 특수한 경우를 지칭할 때는 시간과 공간의 두 가지 축이 함께 요구된다.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을 예로 들면 아마도 분명하게 이해될 것이다. 자동차[…]

측량과 측정-지도제작자와 시계수리공
서희원 / 2018-02-01
<문학과 일> 기획의 말 / 양윤의

[커버스토리]     <문학과 일> 기획의 말     양 윤 의               2018년 커버스토리는 <문학과 일>입니다.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일(혹은 직업)에 대해 말할 때, 저는 언제나 필기노동자 바틀비의 ‘일’이 떠오릅니다. 다음은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김훈 역, 현대문학, 2015)에 나오는 한 장면입니다.       “처음에 바틀비는 엄청난 양의 필사를 했다. 그는 마치 뭔가 필사한 것에 오랫동안 굶주린 사람처럼 내 문서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듯 했다. 소화를 위해서 쉬지도 않았다.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면서 낮에는 햇빛으로 밤에는 촛불을 켜고 필사를 했다. 만약 그가 즐겁게 일하기만[…]

<문학과 일> 기획의 말
양윤의 / 2018-01-01
선생은 생선이 되고 / 강정

[커버스토리]     선생은 생선이 되고     강정           *       누구(필히 나보다 연배가 높은 사람일 테다)를 ‘선생’이라 불러야 할 때면 입도 항문도 꽉 막히는 기분이 들곤 한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칭찬도 꾸지람도 모두 폭력으로만 받았다. 머리를 어루만지는 손이나 볼기짝을 두들겨 패는 손이나 그렇게 한통속의 참섭이라 여겼다. 그래서 늘 삐딱하거나 빙충맞거나 어디로도 에두를 데 없는 외곬이었다. 가르침을 받으면 그 반대로 움직였다. 과한 비약이겠지만, 여직 운전면허가 없는 이유도 그것과 연관 있다고 여기는 바이다. 사람이나 기계나 ‘원래 그렇게’ 움직여야 하는 것의 통제를 받거나 스스로 통제해야 하는[…]

선생은 생선이 되고
강정 / 2017-12-01
성석제와 이야기곳 / 김종광

[커버스토리]     성석제와 이야기곳     김종광               성석제 하면 압도적으로 떠오르는 곳이 있는가?     성석제의 작품에 등장하거나 내포된 장소 중에 특히 생각나는 곳이 있는가?     성석제의 작품을 소수정예로 읽은 독자라면 몇 곳을 어렵지 않게 언급할 수도 있을 테다. 하지만 성석제의 작품을 거의 다 읽은 독자는 여러 곳이 두서없이 떠올라서 그곳 말고 없다는 식으로 어느 한 곳을 특정하기가 녹록지 않을 테다.       어떤 작가의 어떤 공간 혹은 장소 혹은 곳이 떠오르는 것은 대개 제목과 연관이 깊다. 『토지』라는 제목 때문에 박경리 하면 ‘토지’가 떠오른다.[…]

성석제와 이야기곳
김종광 / 2017-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