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노
꼬리 외 9편 / 김왕노

    꼬리   김왕노           꼬리에 꼬리를 치다가 등이 굽고 허리가 휘었다. 쥐꼬리만 한 월급을 주는 세상에 꼬리에 꼬리를 쳐서 겨우 이르렀을 뿐이다.       꼬리에 꼬리를 치더라도 꼬리를 치지 않는 세상에 이르지도 못한다. 꼬리치지 않는 세상에 이르렀다는 것이 도리어 비애의 거리에 도착했다는 역설이기도 하므로 우리는 먼 곳을 향해 꼬리에 꼬리를 칠 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꼬리에 꼬리를 쳐서 앞으로 나아간다. 꼬리치지 않아 죽은 정충처럼 어둠 위로 떠내려가는 비명을 들은 적이 있다. 허우적거리는 손을 본 적이 있다. 꼬리를 치므로 모든 에너지가 고갈되지만 꼬리에 꼬리를[…]

꼬리 외 9편
김왕노 / 2013-08-30
조용환
기타부기 외 7편 / 조용환

    기타부기   조용환       내 기타는 하늘과 땅을 오가는 노래, 물방울처럼 통통 환상을 건너지만 서툴러도 열정적인 눈빛으로 한 가지만 울리네 골목길을 돌아가는 당신의 오디세이를 들었다면 기차는 연착 중이고 목책에 걸터앉아 커피 향을 마시며 초원을 꿈 꿀 것이지만 내 노래는 울퉁불퉁하고 불편해도 잠든 당신의 숨소리를 간직하지 그러나 들을 수 없는 음악, 바람처럼 사무치면서 햇살처럼 번져 가는 내 목소리를 당신은 언제든 어디서든 듣게 되겠지만 달나라도 가고 넥타이를 풀고 신발을 벗고 풀을 뜯고 구름을 따라 흐르겠지만 어느 순간에도 변치 않는 개울물 흐르는 뒷동산을 찌릉찌릉 달리는 세발자전거 가슴 뛰는 첫사랑은[…]

기타부기 외 7편
조용환 / 2013-08-30
이청해
검은 나비 / 이청해

내가 가해자라고? 내 의식이 한 일이 아닌데, 나도 몰랐는데 어떻게 잘못이라고 할 수 있어? 그건 아마 내 무의식이 한 짓일 테지. 무의식은 의식보다 몇 만 배나 강하다잖아? 그런 본능이 나만의 것일까? 사람의, 인류의, 생명체의 것이 아닐까? 자기 생명을 지키려는 행위를 이기심이라고 몰아붙여 심판할 자격이 당신에게 있어?

검은 나비
이청해 / 2013-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