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김왕노 꼬리에 꼬리를 치다가 등이 굽고 허리가 휘었다. 쥐꼬리만 한 월급을 주는 세상에 꼬리에 꼬리를 쳐서 겨우 이르렀을 뿐이다. 꼬리에 꼬리를 치더라도 꼬리를 치지 않는 세상에 이르지도 못한다. 꼬리치지 않는 세상에 이르렀다는 것이 도리어 비애의 거리에 도착했다는 역설이기도 하므로 우리는 먼 곳을 향해 꼬리에 꼬리를 칠 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꼬리에 꼬리를 쳐서 앞으로 나아간다. 꼬리치지 않아 죽은 정충처럼 어둠 위로 떠내려가는 비명을 들은 적이 있다. 허우적거리는 손을 본 적이 있다. 꼬리를 치므로 모든 에너지가 고갈되지만 꼬리에 꼬리를[…]
ARKO 창작기금
기타부기 조용환 내 기타는 하늘과 땅을 오가는 노래, 물방울처럼 통통 환상을 건너지만 서툴러도 열정적인 눈빛으로 한 가지만 울리네 골목길을 돌아가는 당신의 오디세이를 들었다면 기차는 연착 중이고 목책에 걸터앉아 커피 향을 마시며 초원을 꿈 꿀 것이지만 내 노래는 울퉁불퉁하고 불편해도 잠든 당신의 숨소리를 간직하지 그러나 들을 수 없는 음악, 바람처럼 사무치면서 햇살처럼 번져 가는 내 목소리를 당신은 언제든 어디서든 듣게 되겠지만 달나라도 가고 넥타이를 풀고 신발을 벗고 풀을 뜯고 구름을 따라 흐르겠지만 어느 순간에도 변치 않는 개울물 흐르는 뒷동산을 찌릉찌릉 달리는 세발자전거 가슴 뛰는 첫사랑은[…]
아버지 서말지 논 물꼬 튼 조각조각
그 여름 뙤약볕에 생이가래 흰 꽃 피는
고향은 자투리바닥에 옹기종기 등을 댄다
어머니의 가난은 티도 없는 진솔기
내가 가해자라고? 내 의식이 한 일이 아닌데, 나도 몰랐는데 어떻게 잘못이라고 할 수 있어? 그건 아마 내 무의식이 한 짓일 테지. 무의식은 의식보다 몇 만 배나 강하다잖아? 그런 본능이 나만의 것일까? 사람의, 인류의, 생명체의 것이 아닐까? 자기 생명을 지키려는 행위를 이기심이라고 몰아붙여 심판할 자격이 당신에게 있어?
무르익은 봄빛이 왔네
봄빛 따라 고양이 만나러 갔네
누가 버린 건지
잃은 건지
보호센터에서 마주한 고양이
겁이 묻어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