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섯거라! 외 6편 / 문순자

[2014 아르코창작기금]     게 섰거라!     문순자     와글와글 바글바글 와글 바글 와글 바글 아스팔트 빗방울들 게처럼 도망친다 친정길 일주도로가 돌레방석* 한창이다   자갈 하나 치우면 포위망 더 좁혀진다 참게 방게 돌킹이 달랑달랑 달랑게 더러는 아강발 하나 뚝 떼놓고 가는 낮달   그 바다 그 먹자갈, 등짐으로 지고 온 길 게 섰거라, 새마을운동 그 부역의 세월도 빚잔치 다섯 마리 송아지 그마저 게 섰거라!         * 여럿이 둘러앉아 게를 잡는 방법                     금강경     사월 초파일이[…]

게 섯거라! 외 6편
문순자 / 2017-04-14
스웨어노트swearnote / 남상순

[2014 아르코창작기금]     스웨어노트swearnote     남상순         그럭저럭 하는 미술 – 김휘재       “김휘재!”     뒤에서 누가 부르기에 돌아봤더니 소흔이가 서 있었다. 1학년 때 같은 반이기는 했지만 말을 섞어본 기억이 없어서 좀 겸연쩍었다.     “집에 가니?”     “어.”     “잠깐 얘기 좀 할래?”     “왜?”     휘재는 저도 모르게 눈을 치뜨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같은 학교 여학생이 이야기 좀 하자고 한 거니까 무조건 편안하게 분위기를 깔아주는 게 맞는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학교를 한참 벗어난 곳인데다 아무리 생각해도 단 둘이 볼만한 일이 없을 것 같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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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순 / 2017-04-14
증폭 외 6편 / 김명철

[2014 아르코창작기금]     증폭     김명철         사월이었다     달빛이 요란한 밤이었다     들판의 고요가 비의(秘義)처럼 흐르고 있었다     앞서 지나간 누군가의 발자국 속에     별이 떨어져 있었다 어린 까치독사의 눈빛 같았다       발바닥이 갈라졌다 처음에는 그랬다 연탄보일러나 돌려막기 카드빚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담쟁이가 말라 죽었고 머릿속에서 모래가 쓸려 다녔다 유산(流産)이나 하나둘 떠나가는 것들도 일상이 되고 있었다 친구의 배신은 전조 없이 일어나는 한 마리 새의 로드 킬 같은 것에 불과했다 높은 뜻들도 다, 그러려니 했다       하늘에서 툭,     눈도,     귀도,     코도 없는,[…]

증폭 외 6편
김명철 / 2017-04-13
이민하
[ARKO창작기금 수상작_시] 원근법 외 6편 / 이민하

[ARKO창작기금 수상작_시]     원근법       이민하       검은 우산들이 노란 장화를 앞지르고 있었다 차도에는 강물이 흐르고 건너편에는 머리가 지워진 사람과 발목이 잘린 아이들이 떠내려간다   오후에 떠난 사람과 저녁에 떠난 사람이 똑같이 이르지 못한 새벽처럼   한 점을 향해 가는 길고 긴 어둠의 외곽 너머   텅 빈 복도에 서서 눈먼 노인과 죽어가는 아이가 함께 내려다보는 마르지 않는 야경 속으로   몇 방울의 별이 떨어졌다               붉은 스웨터       한 올만 당기면 풀어질 듯 입을 막고 있어서[…]

[ARKO창작기금 수상작_시] 원근법 외 6편
이민하 / 2015-12-09
전병호
[ARKO창작기금 수상작_동시] 두메분취 외 6편 / 전병호

[ARKO창작기금 수상작_시]     두메분취       전병호       비바람에 꺾일 듯 더 세게 불면 날아갈 듯 절벽 끝에 뿌리 내리고 꽃을 피운 두메분취야.   장대비가 그치자 빗방울을 튕겨내고 젖은 꽃잎 말리며 고개 드는 두메분취야.   구름 틈으로 잠시 빛나는 천지를 보는 건 너뿐이다. 꺾일 듯 여린 줄기로 다시 서는 너뿐이다.               이름 지키기       누가 자꾸 이름 바꿔 부른다면   백 년, 또 백 년 후에는 어떻게 되겠니?   “백두산!” “백두산!”   우리가 자꾸 불러 주지 않으면 정말[…]

[ARKO창작기금 수상작_동시] 두메분취 외 6편
전병호 / 2015-12-09
강희안
주관적인 신의 발에 관한 공론 외 6편 / 강희안

[ARKO 선정작가]     주관적인 신의 발에 관한 공론   강희안           신이 발이라고 믿던 시대는 갔다 신은 신이고 발은 발이다 발이 신이 아닌 이치와 같다 헌 신이 새 신과 구별되는 것은 헌신적이기 때문이다 새 신을 찾아 방황하는 누군가는 헌 신짝이 되어버렸다 발이 주인이란 믿음에도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모자도 어머니가 주인이란 말보다 관이 주인인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죽음이 신을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발을 억압한다 그것은 누가 보아도 지극히 합당하다 헌신적인 헌 신짝이라고 말하는 건 상투적이다 헌 신적인 헌신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누군가 헌 신에다[…]

주관적인 신의 발에 관한 공론 외 6편
강희안 / 2014-11-10
염창권
엄마의 계단 외 6편 / 염창권

[ARKO 선정작가]     엄마의 계단   염창권       입양 간 아이가 엄마를 찾았을 때 계단 앞에 길 막혀 손짓으로 보내던 날 얼굴은 기억도 없는데, 발꿈치만 생각나서   먹먹한 숨결 맺혀 허공이 출렁일 때 어린 발이 지나갔을 비행기의 트랩 따라 빈 하늘 손으로 더듬어 가슴께에 얹어 뒀다.   허공 앉힌 품 안에서 거미줄만 걸린 세월 어린 발이 맨땅을 지나는지 선득하더니   공중을 걸어온 낮달을, 조심스레 씻긴다.               병(甁)       목 주변에 가위눌린 잇자국이 선명하다 비명은 이곳에서 시작됐던 것이다 따개로 뚜껑을[…]

엄마의 계단 외 6편
염창권 / 201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