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연재 에세이]     별 ― 사막의 미학 3   김태형(글/사진)                낙타는 지평선을 건너가지 않는다      기운 햇살을 받은 데리스가 마른 잎을 반짝이고 있었다. 한 떼의 가축과 어린 목동이 말을 타고서 황금들판을 지나가고 나면 바람 소리만 남았다. 데리스의 앙상한 잎은 낙타만 먹는다. 겨울에 먹이가 부족할 때는 양과 염소가 눈 위에 솟아난 길쭉한 잎을 마지못해 먹기도 한다. 석양을 받아 지평선을 건너다보고 있는 낙타는 마른 데리스 빛을 닮았다.      몽골 신화를 보면 원래 낙타는 아름다운 뿔을 갖고 있었다. 어느 날 사슴이 잔치에[…]

김태형 / 2012-08-01
야구란 무엇인가 (제5회) / 김경욱

  장편연재_제5회     야구란 무엇인가   김경욱             사내는 입안에 남은 인삼 맛을 몰아내기 위해 침을 삼킨다. 침을 뱉을 수는 없다. 침을 뱉는 것은 나쁜 행동이다. 정직한 사람이, 소심하고 정직한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사내는 침이 바닥날 때까지 삼킨다. 침을 삼키면서 저 멀리 파란 들판이 더 파란 산과 만나는 곳에 거대한 원반처럼 떠 있는 야구장에 집중한다. 야구장은 땅에서 솟아난 것 같기도 하고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기도 하다. 어느 한쪽이라면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다. 외계인들의 우주선 같다. 조명탑은 날개다. 착륙을 위해 날개를 접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야구란 무엇인가 (제5회)
김경욱 / 2012-07-27
메롱공화국 / 조명숙

  [청소년 테마소설] 세상 속으로_첫 번째   메롱공화국   조명숙       1.      규봉이는 당연 펄펄 뛰었다. 예상했던 바지만, 하도 반응이 격렬해서 나는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네 시간이야. 딱 네 시간이면 거금 이만 원이 생긴다는 거 아냐.”    “진짜 이만 원이지? 나한테 이만 원 다 주는 거지?”    진희와 사귀고부터 규봉이의 목표는 오로지 돈이었다. 진희가 전문점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아이스크림 한 번 사주면 일주일치 용돈이 날아간다면서, 몇 달째 전전긍긍이었다.    규봉이가 동의함에 따라 교문 앞에서 우리는 메롱공화국으로 향했다. 고등학생이 되고 치른 첫 중간고사가 끝난 날이었다.[…]

메롱공화국
조명숙 / 2012-07-27
현피 / 정미

  [청소년 테마소설] 성취와 좌절_첫 번째   현피* (*‘현실’과 ‘PK(Player Kill, 상대를 죽인다는 게임 용어)’의 앞 글자를 딴 합성어.)   정미            1.      주먹이 코에 달린 전사가 어디 있느냐고?    본 적 없으면 아는 체 마. 여기 행복주택 404호에 분명히 있으니까. 낡고 오래된 우리의 집, 아니 내 행성. 아니 내 세상에 말이야.    어느 날 갑자기! 학교를 바래다주는 엄마에게 차 속에서 말했지.    “내가 자살해버리길 바라요? 살길 원해요?”    엄마는 벌벌벌 떨면서 살아있기를 애원하다, 협박하다가 결국엔 포기했지. 그때부터 난 학교라는 행성에서 끙끙 찔찔거리지 않아도[…]

현피
정미 / 2012-07-18
한국인 최초 인도고전무용 ‘오디시(Odissi)’ 무용수, 금빛나를 만나다 / 변인숙

     [인터뷰이 소개]    금빛나?    서강대 불문학·종교학·철학 전공, 한국인 최초 인도고전무용 ‘오디시(Odissi)’ 무용수. 종교에 대해 두루 학식을 쌓아오던 그녀는 어느 날 인도 영화 속 춤에 매료돼 무작정 인도로 떠나 그 춤을 교육받는다. 춤의 이름은 인도고전무용 ‘오디시’다. 그녀는 오디시 거장 구루 겅가더러 쁘러단의 제자로서 춤을 배운다. 5년 동안의 노력 후 2010년 2월 인도에서 오디시 무용수로 정식 데뷔했다. 국내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2011~2012 차세대예술인력지원 부문에 선발됐다. 인도를 비롯한 해외를 오가며, 공연과 교육으로 오디시를 선보이고 있다.     일시 : 2012년 6월 2일 오후 1시 ~ 3시 장소 : 대학로 예술가의 집 1층[…]

한국인 최초 인도고전무용 ‘오디시(Odissi)’ 무용수, 금빛나를 만나다
변인숙 / 2012-07-18
비 온 뒤의 하늘을 닮은 / 고봉준

  비 온 뒤의 하늘을 닮은   고봉준(문학평론가, 본지 편집위원)              한여름의 더위를 잠시 식혀 주던 빗줄기도 멈춘 날 저녁, 조금은 늦은 편집위원 노트를 작성하려고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통풍을 위해 활짝 열어 둔 창문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들이칩니다. 그 바람의 사이사이에 아직은 눅진한 습기가 묻어나는 걸보니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 봅니다. 이제 일주일 정도만 더 지나면 학생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7월의 마지막과 8월의 처음 사이에 도시인들의 상당수가 산과 바다로 피서를 떠나는 바캉스 시즌이 시작되겠지요. 이번 여름은 또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더위를 피해야 할까[…]

비 온 뒤의 하늘을 닮은
고봉준 / 2012-07-17
나는 왕따 / 좌백

  청소년 테마소설 자아정체성_여섯 번째   나는 왕따   좌백              “나는 왕따!”    처음엔 그렇게 들었다. 하지만 태수가 ‘뭐라고?’라고 되물었을 때 조금 전보다는 크고 또렷한 소리로 반복하는 걸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왕따맨이다! 왕따 당하는 아이가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그 사람은 그렇게 말했다. 원래는 소리치려고 한 것 같은데 뭐가 잘못됐는지 아주 가까이에 있는 나와 태수가 아니면 듣기 힘들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게 고작이었다. 하긴 나 같아도 그런 말을 하려면 창피해서 못 하겠다. 그런 복장으로는 더욱.    그 사람은, 그러니까 자칭[…]

나는 왕따
좌백 / 2012-07-11
이토록 고요한 소년의 나날들 / 신여랑

  청소년 테마소설 자아정체성_다섯 번째     이토록 고요한 소년의 나날들   신여랑              소년의 부모님은 오래전에 이혼했다. 그때부터 소년은 아버지와 살았고, 지금은 아버지와 아줌마(소년은 실제로 그렇게 부른다), 그분의 어린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소년이 그분을 ‘아줌마’라고 부른다고 그들 사이에 불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소년은 사전에 양해를 구했었다.    “불쾌하지 않으시다면 계속 아줌마라고 부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아줌마는 오래전부터 무역상을 하시는 소년의 아버지 사무실에서 일했던 것이다.    “물론이지. 대신 우리 애들이 아빠라고 부르는 것도 이해해 주렴.”    “아, 물론 저는 괜찮습니다.”    소년과[…]

이토록 고요한 소년의 나날들
신여랑 / 2012-07-06
누군가 당신인 듯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른다면 / 김태형

  [연재 에세이]     누군가 당신인 듯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른다면 ― 사막의 미학 2   김태형(글/사진)              다른 그 무엇이 아닌 오로지 이곳일 뿐인    우기다. 황무지에도 비는 내린다. 연간 강수량이야 굳이 따져 볼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황무지에 듬성듬성 키 낮은 풀이 자라 있었다. 흰 꽃을 피워 올린 야생부추 사이를 바짓단 스치며 걷다 보면 맑은 향이 풍기기 시작했다. 햇빛은 도저히 맨눈으로 세상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고 그 아래 마른 땅은 햇빛을 더욱 앙상하게 빨아들이고 있었지만 그 길에서 풍겨오는 내 걸음의 향기는 비로소[…]

누군가 당신인 듯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른다면
김태형 / 2012-07-02
야구란 무엇인가 (제4회) / 김경욱

  [장편연재_4회]     야구란 무엇인가   김경욱             다음날 아침을 먹고 난 뒤에도 사내의 분주한 마음은 짐을 꾸렸다 풀기를 반복한다.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한다. 문제는 아이다. 아이를 데리고 갈 수도 혼자 두고 갈 수도 없다. 맡길 곳도 없다. 이번에도 사내는 결정을 유보하기로 결정한다. 일단 아이를 데리고 가기로 한다. 데리고 갈 수 있을 때까지는 데리고 다닌다. 그 다음은? 그때 가서 고민하기로 한다.    아이는 거미집 안에 엎드린 채 도화지에 뭔가를 끼적이고 있다.    뭐 해?    아이는 대답이 없다.    진구야, 뭐 해?   […]

야구란 무엇인가 (제4회)
김경욱 / 2012-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