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갯빛 즐김과 차이의 소송 / 강수미

     사유의 드로잉_제2회     무지갯빛 즐김과 차이의 소송   강수미 (미학,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술연구교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는 1977년 6월의 첫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콜리세오 극장에서 단테의 『신곡』을 테마로 강연을 한다.(이하 관련 인용문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저, 송병선 역, 『칠일 밤 Siete Noches』, 현대문학, 2004년 판본이다.) 20세기 세계문학을 대표하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시인이자 문학자, 서구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원류이자 그 이론의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는 그가 중세의 고전으로 ‘문학의 밤’을 가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보르헤스는 여느 촌스러운 문학인마냥 『신곡』에 대한 성서적 독해나 작가의 자의식을 추적하는 독서법을 강변하지[…]

무지갯빛 즐김과 차이의 소송
강수미 / 2012-09-22
야구란 무엇인가 (제7회) / 김경욱

     장편연재_제7회     야구란 무엇인가   김경욱            하나, 두울.    사내는 마른침을 삼키며 마음속으로 숫자를 센다. 둘을 딛고 셋이 뛰어올라 문을 걷어찬다. 사내의 칼날이 왈칵 드러난 역광의 어둠 속으로 뛰어든다. 어둠은 적막하고 뜨겁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차마 숨소리를 낼 수 없는 숨 막히는 어둠이다. 낮 속의 밤이다. 움츠러든 시야의 가장자리에 방치의 흔적이 하나둘 걸려든다. 나뭇결을 흉내 낸 비닐 장판에는 신발 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고 문이 떨어져 나간 싱크대 수납장은 텅 비었고 개수대 수챗구멍에는 말라비틀어진 걸레가 처박혀 있다. 요리의 기억이 까마득한, 버려진 부엌이다.   […]

야구란 무엇인가 (제7회)
김경욱 / 2012-09-22
아름다움에 병든 자 / 김태형

     [연재 에세이]     아름다움에 병든 자 ― 사막의 미학 4   글/사진_김태형                투바인 여자들이 모여서 노래 부른다      알타이 산맥의 안쪽으로 말을 타고 들어가면 온갖 야생화가 피어 있고, 구름이 지나가지 않아도 깊은 그늘이 서늘하게 맑은 빛으로 드리워진 아름다운 계곡이 있다고 했다. 한여름인데도 계곡에 아직 녹지 않은 빙하가 푸르게 빛나고 있다고.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대상을 소유할수록 나는 그것으로부터 더욱 멀어질 뿐이다. 소유한다는 것 자체마저 아름다움의 본질과 무관하다. 그러나 나는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그 아름다움을 갖고[…]

아름다움에 병든 자
김태형 / 2012-09-03
극단 해인 대표, 이양구 연출가를 만나다 / 변인숙(필명 : 미지)

     네 꿈을 펼쳐라 시즌 2     [인터뷰] 극단 해인 대표, 이양구 연출가를 만나다       ● 일시 : 2012. 8. 4(토) ● 장소 : 대학로 동숭교회 내 카페 '에쯔'         이번 글틴 ‘내 꿈을 펼쳐라 시즌 2’(이양구 연출가 편)에는 유난히 적극적인 글틴들이 많이 참여했다. 직접 연극제에 참가해 작품을 올리거나 행사를 기획하고, 지역 라디오 방송을 만드는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고 있었다. 청소년 연극 대본을 써서 연기를 하거나 제작 진행을 맡는 등, 훗날 자신이 지니고 싶은 직업과 관련해 조금씩 경험을 쌓아가는 단계였다.    인터뷰이인 이양구 연출[…]

극단 해인 대표, 이양구 연출가를 만나다
변인숙(필명 : 미지) / 2012-09-02
마음먹다 / 김이윤

     청소년 테마소설    성취와 좌절_제3회   마음먹다   김이윤            천장에 붙어 있던 달궈진 프라이팬에서 뜨거운 콩이 콩콩콩콩 D-124의 통통한 볼에 떨어져 내리자, 치익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볼이 불에 덴 듯 따끔거리자, D-124는 벌떡 일어났다.    자리에 잠깐 누워 쉰 것 같은데 시간이 훌쩍 가 버렸다고, 정확한 프라이팬시계로 알람을 맞춰두었기에 다행이지, 하마터면 회의에 늦을 뻔했다고 중얼거리며 D-124는 급하게 가방을 챙겨 회의장으로 날아갔다. 그간의 성적이 괜찮은 편이라 평가회의에 지각한다 해도 큰 문제될 것은 없어서, 날개 젓기에 속도를 내지는 않았다.      D-124가 예상한[…]

마음먹다
김이윤 / 2012-09-02
엄마, 조금 더 기다려주면 안 될까요? / 노경실

     [청소년 테마소설]    성취와 좌절_두 번째   엄마, 조금 더 기다려주면 안 될까요?   노경실          1.      ─ 초등학교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중학생 정도 되면 이미 인생 결정 난 거 아닌가?    ─ 그렇지! 이미 중학생 때 운명이 판가름 나는 거지.    꿈을 꾸는 걸까?    나는 접착제에 붙어버린 듯한 눈꺼풀을 힘들게 뜨며, 말소리를 찾아 귀를 움직였다. 마치 우리집 강아지, 폴리처럼.    그러는 사이에도 말소리는 이어졌다.    ─ 그러니까 부모들이 미친 듯이 좋은 동네로 이사 가는 거 아니겠어. 실력 없으면 인맥이라도 쌓아야 하니까.[…]

엄마, 조금 더 기다려주면 안 될까요?
노경실 / 2012-08-31
시인 또는 뮤지션, 이상협 아나운서를 만나다 / 변인숙(필명 : 미지)

     네 꿈을 펼쳐라 시즌_2     [인터뷰] 시인 또는 뮤지션, 이상협 아나운서를 만나다           “유희열, 이선균 목소리를 동시에 듣는 것 같았어요.”      문학을 좋아하는 십대들 중에는 연예인보다 작가들을 만나는 데 더 설레어하는 친구도 있다. 아나운서이자 시인인 이상협 씨를 글틴들이 만났을 때도, 학생들은 문인 이상협에 더 초점을 두고 질문을 했다. 그가 글을 쓰는 계기라든가 방식, 현재 글 쓰는 생활 패턴에 대해서 더 궁금해 했다. 학생들이 아나운서의 방송 생활 전반에 대해 물어볼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야 문득, 그의 목소리를 연예인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상협 KBS[…]

시인 또는 뮤지션, 이상협 아나운서를 만나다
변인숙(필명 : 미지) / 2012-08-31
사랑의 상상력에 대하여 / 강수미

     사유의 드로잉_제1회     사랑의 상상력에 대하여   강수미(미학,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술연구교수)              황금빛 공작무늬가 돋을새김 된 노란색 바탕의 작은 상자 하나가 눈앞에 고요히 놓여 있다. 공작 주위로는 짙은 노랑, 보라, 분홍색 꽃들과 푸른빛 잎사귀가 서로 연결돼 풍요로운 패턴을 이루고 있는데, 그것이 다시 상자의 직사각형 온 둘레를 감싸고 돈다. 지그시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 자그마한 사물은 내게 잇따라 사랑의 형상들을 물어다 준다. 예컨대 『아라비안나이트』에서 후궁들이 놀았을 비밀의 정원, 『순수의 시대』에서 엘렌이 입었을 파리 사교계풍 드레스, 『삼국지』에서 양귀비의 미소를 보기 위해 당 현종이 찢었을 하늘하늘한 비단[…]

사랑의 상상력에 대하여
강수미 / 2012-08-28
야구란 무엇인가 (제6회) / 김경욱

    장편연재_제6회   야구란 무엇인가   김경욱             용궁장의 조가비 침대에서 사내의 모로 누운 잠이 꿈을 꾼다. 꿈속에서 사내는 주사위를 던진다. 선행을 하면 고속도로를 타고 위로 올라가고 악행을 저지르면 뱀을 타고 미끄러지는 놀이판 위로. 1에서 출발해 100까지 먼저 올라가면 이기는 게임인데 사내의 말은 100에서 시작해 아래로 내려간다. 주사위를 던진다. 1의 눈이다. 한 칸 내려간다. 주사위를 던진다. 또 1의 눈이다. 나무를 타는 바람에 몇 칸 미끄러진다.(야호!) 주사위를 던진다. 1의 눈이 거푸 나온다. 1의 눈만 나오는 주사위, 외눈박이 주사위다. 실험에 매진해 몇 칸 올라간다. 과학자가 된다.(젠장!) 주사위는[…]

야구란 무엇인가 (제6회)
김경욱 / 2012-08-26
기록이 주는 교훈 / 편혜영

  기록이 주는 교훈   편혜영              94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폭염 말이에요. 올해의 폭염이 참을 수 없이 힘들기만 한데, 94년도의 삼분의 일 수준이라고 하는 걸 보니, 94년에 말도 못하게 더웠나 봅니다. 우리 모두가 그 해 여름을 통과했을 텐데, 그 무더위를 어떻게 견뎠을까요. 개인적으로 94년도에 있었을 법한 몇 가지 일들이 떠오르는데, 날씨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끝내 떠오르질 않습니다. 아마 올해의 이 참혹한 무더위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그저 관측사 같은 기록 속에나 남겠지요.      지난 기록을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기록 속의 일들을 보면[…]

기록이 주는 교훈
편혜영 / 2012-08-22